중국 겨냥하는 미 의회, 이번 과녁은 ‘바이오 데이터’? 미중 갈등 양상 데이터 분야까지 확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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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미중 갈등의 골, 바이오안보법 의결에 중국 기업 '울상'
바이오 데이터 유출 경계하는 미국, 중국의 INSDC 진입 요원할 듯
'틱톡 금지 법안'이 보여준 미중 현실, "갈등 양상 데이터 분야로 확산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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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중국 바이오기업의 이름까지 명시하며 이들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자국 기업의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이 빼내 가는 것을 막겠단 취지다. 첨단 반도체, AI, 전기차, 배터리 등에 이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까지 미중 갈등의 불똥에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미 상원, 중국 겨냥한 ‘바이오안보법’ 의결

미 상원 국토위는 6일(현지 시각) 자국민의 생체 데이터와 유전자 정보를 중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바이오안보법(BIOSECURE ACT)’을 찬성 11표 대 반대 1표로 최종 의결했다. 법안은 연방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한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에 따르면 문제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과도 정부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이들 기업에 차관이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일절 금지된다. 자금줄을 단단히 틀어막겠단 의미다.

앞서 미 하원도 지난 1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한 건,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계된 BGI와 우시앱텍 등 중국 기업들이 미국인의 유전자 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실제 중국은 ‘데이터 안전법’ 등을 통해 중국 내에 서버를 둔 기업들의 데이터를 공산당이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원한다면 언제든 국내 기업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단 뜻이다.

우려가 심화하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인의 유전자와 생체 정보, 개인건강 데이터 등을 중국과 러시아 등 우려국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미 정치권의 거센 압박으로 중국 바이오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제한받게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이다.

“바이오 데이터 지켜라”, 독점적 지위 강화하는 미국·일본·EU

미국의 바이오 데이터 유출 방지책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바이오기술 등을 빼가는 것을 우려해 2018년 중국 등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외국인 투자위험검토 현대화법)을 제정해 간단한 라이선스 거래부터 인수합병(M&A) 거래까지 중국 자본 등에 대한 거래 감시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상술한 법안까지 통과되면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파이는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아직 대통령 서명 등 절차가 남은 만큼 법안의 골자가 변형될 수 있단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해당 안은 상·하원 모두에서 법안이 발의될 정도로 당파 간 의견차가 거의 없는 사안이기에 낙관론을 제시하기는 어렵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자국민 바이오 데이터에 빗장을 잠근 건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바이오 데이터 동맹을 강화하며 바이오 데이터 패권 지키기에 나선 상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미국, EU, 일본은 자체 구축·운영하는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협력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타 바이오 신흥 국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바이오 데이터 생태계 진입을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1987년 미국, EU, 일본을 중심으로 결성된 ‘국제염기서열데이터베이스연합(INSDC)’도 이들 열강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요소다. INSDC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BI), 일본 DNA데이터뱅크(DDBJ) 등 3개 기관이 결성한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협력기구다. 전 세계 연구자로부터 염기서열,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등 두 종류의 유전체 데이터를 기관별로 등록받은 후 매일 3개 기관이 데이터를 상호 호환할 수 있게 일치시켜 저장·공개하고 있다.

INSDC는 바이오 데이터 산업에 있어 영향력이 지대하단 평가를 받지만, 철저히 삼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타국 사업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중국이 자국에서 대규모 바이오 R&D 투자를 통해 나오는 방대한 바이오 데이터 제공을 제시하는 등 물량 공세를 이어가며 INSDC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으나, 각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각개전투식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실제 진입은 요원하기만 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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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심화 양상, 이제는 ‘데이터 전쟁’ 시대

다만 미국이 중국 기업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까지 데이터 유출을 경계하는 데엔 미중 갈등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발의된 틱톡 강제 매각법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앞서 지난 5일 미 하원은 틱톡 강제 매각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앱스토어에서 틱톡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법안 승인 후 165일 이내에 틱톡을 매각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 틱톡을 통해 이용자 데이터를 취득하려 할 수 있단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조치다.

이 같은 ‘데이터 전쟁’ 추세는 주 정부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앱스토어에서 틱톡 다운로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틱톡 금지법’을 50개 주 최초로 통과시킨 몬태나주 의회가 대표적이다. 이후 몬태나주 연방법원이 “해당 법안은 주 권한을 넘어선 것이자 사용자와 사업체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법률 효력을 정지하는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리긴 했으나, 지난 1월 몬태나주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데이터 유출 방지에 강경한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미중 갈등이 중국발 안보 위협 우려로 번지면서 데이터 분야로 확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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