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때문에 물가 안 잡힌다? 멀어지는 기준금리 인하

pabii research
41.2% 뛴 신선과실 가격, 소비자물가지수도 동반 상승
이상기후 속 과일 생산량 급감, 공급이 설날 수요 못 따라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하 시기 지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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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례적으로 폭등한 과일값 등으로 인해 오히려 물가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물가가 좀처럼 안정세에 접어들지 못하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여타 국가 대비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3.1% 상승, 범인은 과일?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지난 1월(2.8%) 대비 0.3%p 오르며 3%대 상승폭을 되찾은 것이다. 물가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유례없는 폭등을 기록한 과일값이었다. 사과(71.0%)와 귤(78.1%), 토마토(56.3%), 딸기(23.3%) 등 소비자가 즐겨 찾는 대다수 과일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과일값 상승의 영향으로 생활물가지수(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140여 개 생필품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 역시 3.7% 올랐다. 지난해 10월(4.5%)부터 올해 1월(3.4%)까지 점차 상승폭을 줄여오던 생활물가지수가 넉 달 만에 재차 급상승한 것이다. 특히 과일류가 포함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0% 급등했다. 신선과실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41.2% 뛰며 1991년 9월(43.9%)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영향이다.

이에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약 4,500만 달러)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도록 하겠다”며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오렌지·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기후로 시들어가는 과일들

과일 가격의 매서운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 지난해 봄·여름에 걸쳐 농가를 덮친 이상 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한 결과다. 12월 초에 가격이 급등한 딸기의 경우, 지난해 여름 이어진 폭염으로 정식 시기(밭에 작물을 심는 시기)가 늦어지며 생산 과정 전반이 지연됐다. 겨울에 이어진 혹독한 한파로 하우스 재배 비용이 증가한 점 역시 가격 인상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과의 경우 지난해 봄 낮은 온도로 인해 한 차례 피해를 입었다. 여름철에는 긴 장마와 폭염, 태풍 등으로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되며 탄저병(과육이 썩는 곰팡이균)이 확산하기도 했다. 공급 전반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설날 차례·선물용 사과 수요 급증 역시 2월 가격 폭등을 견인했다. 실제 지난달 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의 도매가격(도매시장 내 상회 판매가)은 10㎏당 9만240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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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사과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치솟자, 사과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여타 과일들의 가격까지 줄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특히 겨울철 수요가 급증하는 귤의 경우, 제주산 노지감귤 생산량이 평년 대비 낮은 수준(42만6,000톤)을 유지하며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꺾이지 않는 물가 상승세, 금리 인하는 언제쯤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 전반은 고금리 부담 속 경기 침체를 겨우겨우 견디는 실정이다.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2월과 같이 물가가 재차 상승곡선을 그릴 경우,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기준금리 조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자칫 부주의로 경계를 풀면 물가 안정기로의 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섣부른 긴축 완화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가가 안정돼도 기준금리 인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오히려 물가가 상승해 버린 셈이다.

이에 시장 곳곳에서는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가 비교적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과일값 상승, 국제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관련 악재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기준금리 인하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구간)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긴 시간을 가져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초 이창용 한국은행 총리는 “우리 금리 인하 속도는 (미국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 한동안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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