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미향·곽상도 무죄와 명예훼손, 그리고 표현의 자유

이재명 대표, 우원식 의원 등 야권, 윤미향 무죄 판결에 윤 의원 일제히 감싸 주간동아의 윤 의원 딸 명예훼손 사건, 민사에서 딸에 대한 배상 판결 나와 명예훼손 법리, 공인에 대한 것일 때에는 알 권리 차원에서 다소 유연하게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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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향해 제기됐던 8개 혐의 중 횡령 혐의 1개를 제외하고 7개에 대해 무죄 판결이 1심에서 내려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우원식 의원, 김두관 의원 등 야권 일각에서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윤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고, 이에 윤 의원의 딸 사진마저 공개하며 폭로전에 나섰던 언론에 대한 비판론이 나온다.

윤미향 무죄판결에 ‘마녀사냥’ 지적 야권 일각에서 제기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미향 의원이 2년 반 재판 후 7개 무죄, 1개 벌금(1,500만원)을 선고받았다”며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지 미안하다”는 글을 적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5일 “전 생애가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어왔을 윤미향 의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며 “당이 윤 의원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사실상 가짜뉴스, 마녀사냥의 감옥에 갇혀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국회의원의 의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의 언급처럼 가짜뉴스 범람과 마녀사냥에 대한 지적이 윤 의원 사건과 관련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주간동아의 경우 2020년 5월 기사에 공적 인물이 아닌 A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하였고, 언론중재위원회는 2020년 7월 주간동아에 대해 “언론은 사인의 초상, 성명 등을 공개하여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시정 권고를 한 바 있다. 이에 A씨 측은 인격권 침해와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주간동아를 상대로 민사조정을 신청하였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21년 12월 주간동아 측에게 2,500만 원을 A씨 측에게 지급하라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윤미향 의원은 “수많은 언론은 저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사적 인물에 불과한 제 딸에게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 공적 인물의 자녀에까지 인격을 공격하고, 사회적 명예를 침해해도 된다는 항소심 판결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적 인물의 범위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확장하여 공적 인물의 자녀에까지 인격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경종을 울리고, 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최근 1심에서 뇌물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사건도 윤 의원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마저 판결의 부적절성에 대해 논한 것이다. 물론 곽 의원 측이 언론이나 정치권 인사, 혹은 일반인에게 일체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다거나 한 적은 없지만 법원의 무죄 판결 사안에 대해 판결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곽 의원 측에 쏟아지는 싸늘한 여론과 언론 보도가 과연 곽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격이나 허위 사실의 성격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공익적 목적 고려해 유연하게 판단

그러나 언론 보도가 당시의 정황상 사실이 아니라고 확실히 부정될 수 없는 사안이라면 언론 자유의 차원 측면에서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실제로 윤 의원을 향해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에 대한 불송치 결정이 그러하다. 경찰은 김 수석의 발언에 관해 기존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한 의견 표현에 해당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언론 보도의 잠정적 사실성, 그리고 공익적 목적에 대해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공인이거나 공적 기관이면 유죄 여부를 다소 유연하게 판단해 왔다. 지난해 12월 10일 대법원이 선고한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피고인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가 사기꾼이다’는 글을 금융업계 단톡방에 올렸으나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의 목적이 피해자가 진행하는 거액 프로젝트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공익적 목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공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여부는 일반인을 명예훼손으로 다툰 것과는 다르다고 평가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언론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공인에 대한 보도는 폭넓게 인정된다’며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그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허위사실 유포까지 ‘국민의 알 권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사실의 표현을 요건으로 하는 범죄행위가 있고 이들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법리’에 따라 허위인 사실을 전달하거나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는 해당 화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유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표현의 자유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허위사실의 표현이 가지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그를 일정 부분 비교형량을 통해 수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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