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공시’ 두고 갈등 겪는 민주노총, 회계공시는 정부의 과잉 개입이다?

pabii research
회계공시에 반기 든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계 혼란 격화
'회계공시 거부안' 민주노총 투표로 기각, 금속노조만 빠진다
투명성·민주성 앞세우는 노동조합, 재정 공개 기꺼이 앞장서야
Korean-Confederation-of-Trade-Unions_2024031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내부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제도’ 참여 여부를 두고 조합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을 중심으로 회계공시 참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노조의 회계공시가 탄압이 아닌 ‘노동운동의 발전’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조 회계공시 기간 시작, 곳곳에서 ‘잡음’

갈등의 발단이 된 ‘노조 회계공시’는 1,000명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한 노동조합이 회계를 공시할 경우, 조합원이 납부한 조합비의 15%에 해당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본격 도입됐으며, 도입 1년 차에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739곳 중 675곳(91.3%)이 2022년 회계를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의 경우 관련 제도의 영향력이 10~12월에 한정됐으나, 제도 도입 2년 차인 올해의 경우 1년 전체의 세액공제 여부가 회계공시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올해 세액공제 혜택을 희망하는 조합은 이달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운영되는 노조 회계공시 기간 내로 지난해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노동행정 종합 정보망 ‘노동포털’ 내 공시 시스템에 접속, 작년 자산·부채, 수입·지출 주요 항목 등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부 조합이 노조 회계공시 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의 투명한 조합비 운영은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의 자치 영역이며, 국가가 이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조 회계공시 제도를 두고 벌어진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 역시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산하 조합의 반발에서 출발했다.

timeline_Accounting-disclosure_20240319

금속노조 반발로 내부 갈등 격화

민주노총 내에서 회계공시 참여 관련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달 28일 대의원회의부터다. 당시 조합원 18만3,000명 규모의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회계공시 제도가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 수단’이라고 지적,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에 “노조의 자주성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회계공시 불참을 종용하기도 했다.

금속노조가 강경한 반대 의견을 표출함에 따라 18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80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회계공시 거부’의 건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해당 안은 재적 1,002명 중 찬성이 493표에 그치며 부결됐고, 민주노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조 회계공시에 참여하게 됐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회계공시를 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회계공시 거부를 선택한 금속노조와 그 산하 노조들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상급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지부·지회 등 산하 노조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이번 표결이 즉각 ‘사태 종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노조 회계공시 제도에 대한 금속노조 및 다른 계파들의 반발이 지속될 경우, 민주노총 내 관련 갈등이 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회계공시는 투명성 확보 위한 수순

한편 전문가들은 노동조합의 회계공시가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강조한다. 노동조합은 헌법에 따라 노동3권을 보장받으며, 노동3권을 명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통한 민주적인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회계 자료 제출은 노동조합이 본질적 목표를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라는 의미다.

노동조합의 세액공제 혜택이 국민 세금에서 기인하는 만큼, 투명한 재정 공개는 사실상 필수적 절차라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노조 조합비는 세법상 ‘지정기부금’으로 분류된다. 지정기부금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정 집행 상황을 공개해야 하지만, 노조는 여타 지정기부금 단체와 달리 회계 공시 원칙에서 벗어나 있었다. 즉 ‘의무가 없는 권리’를 누려온 셈이다.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현재의 노조 회계 구조가 온갖 ‘내부 비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투명성과 민주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노동조합 내에서 각종 부당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만큼 회계공시 제도 도입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이 아닌, 보다 건전한 노동운동과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일종의 ‘발전’인 셈이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