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유독 계산을 못하는 우리 아이, 혹시 ‘난산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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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에 나타나고, 지능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아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집행 기능과 같은 상위 인지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
난산증은 연구가 부족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장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인식 개선 필요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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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DSM-5)에서 특정 학습 장애로 분류되는 난산증은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에 나타난다. 뇌가 수학 관련 개념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학·숫자 기반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지능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3~7%가 발달성 난산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난산증은 난독증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질병이지만 이는 실존하는 장애이며 그 결과도 매우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상반된 연구 결과, 명확한 원인 규명 어려워

게다가 연구 부족으로 인해 그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 결과도 상반된 결과를 보여줄 만큼 명확한 원인이나 단일 증상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합의된 견해가 없다. 합의된 진단 접근법이나 기준도 없다”고 영국 엑시터대학교의 심리학 부교수인 개빈 프라이스는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난산증 환자는 항목 간의 관계를 도출하는 데 사용되는 연역적 추론의 한 형태인 추이적 추론에 어려움을 겪는데, 항목 A가 항목 B보다 크고 항목 B가 항목 C보다 크면, 항목 A가 항목 C보다 크다는 결론을 유추하지 못한다. 또한 시간 추적, 왼쪽과 오른쪽 구분, 순차적 지시를 따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자동차 운전, 레시피 따라하기, 댄스 발동작 배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외에도 일상적으로 익숙한 일련의 사건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관찰됐다.

설상가상으로 난산증은 다른 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난산증 환자에게는 불안 및 공황 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감각 처리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난독증과 같은 기타 신경 발산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난산증이 난독증과 함께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비해 난독증이 난산증보다는 훨씬 더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난산증 연구, 왜 뒤처졌을까?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의 수학 인지학 선임 강사인 킹가 모르사니(Kinga Morsanyi)가 공동 집필한 2018년 연구에 따르면 난독증 아동은 난산증 아동보다 난독증 진단을 받고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100배 더 높다고 한다. 여기에는 교육자와 연구자들이 난독증에 대해 훨씬 덜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진단을 내릴 수 있는 합의된 기준이 없다는 점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학자들은 난산증 연구가 난독증 연구보다 훨씬 뒤처져 있는 이유로 인식·자금 부족 외에도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수학을 아는 것이 ‘읽기’만큼 우선순위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은 수학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가정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읽기에 대해서도 같은 가정을 하지 않는다”고 미국 온타리오주 웨스턴대학교의 발달 인지 신경과학 교수이자 수치 인지 연구소의 책임자인 다니엘 안사리는 꼬집었다. “수학에 있어서도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와 어른들만 탓할 수는 없는 문제다. 수학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보통 몇 달 안에 읽는 법을 배우는데, 일단 읽기를 배우면 연관된 기술을 습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수학은 그 과정이 더 오래 걸린다. 곱셈과 나눗셈은 덧셈과 뺄셈을 바탕으로, 각 개념은 이전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성질이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수학에는 읽기보다 더 많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 결과 누군가가 수학을 잘 못한다면 수천 가지의 경로가 있다고 프라이스 교수는 말했다. 즉 난산증은 그 원인과 치료법이 다양해 문제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행 기능과 수학 능력의 연관성,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핵심 인지 능력의 중요성

현재 난산증이 선천적인 수 지각 장애(물체의 수를 쉽게 추정하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아니면 숫자 실명(숫자 기호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나타내는 수량과 연결하지 못하는 장애)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1,303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에 따르면 숫자 실명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숫자 실명이나 숫자 지각이 난산증의 근본 원인인지 와 관계없이, 많은 연구를 통해 수학 능력에 필수적인 다른 인지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예전에는 숫자의 이해와 비교, 숫자와 양을 맞추는 능력, 숫자 계산(두 숫자의 간단한 덧셈, 뺄셈, 곱셈 또는 나눗셈) 및 검색과 같은 영역별 수학적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5~10년 동안 연구자들은 이러한 숫자 체계가 집행 기능이나 기억력 등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 일반적인 인지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영역별 능력과 영역 일반 능력을 구분하여 그 영향을 엄밀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기준이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결과적으로 두 인지 능력 모두 집행 기능에 중요한 기여를 하므로 연구자들은 집행 기능을 중심으로 수학 성취도의 요인을 들여다봤다.

기본적으로 집행 기능은 주의를 집중하고, 지시를 기억하고, 생각을 통제하고, 여러 작업을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상위 인지 능력인데,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의 수학적 인지학과의 카밀라 길모어 교수와 다른 연구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집행 기능의 억제 조절 능력이 수학적 성취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수학을 할 때 산만한 정보와 원치 않은 생각을 억제하는 것이 수학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끼리와 나비의 실제 크기를 비교하는 실험에서는 화면에서 보이는 크기를 무시하고(나비가 코끼리보다 크게 그려진 경우) 코끼리가 더 크다고 답해야 하는 것이 억제 조절 능력인데, 이러한 능력은 특히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수학 문제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 분석됐다.

연구의 복잡성과 개선 방안, 컨소시엄 설립 및 협력 강화

한편 모르사니 교수는 비수학적 순서 정하기 능력과 수학 능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연구에 더 집중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비숫자 순서 정하기 능력이 1년 후 수학 능력의 가장 강력한 종단적 예측 인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해 12월에는 4~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3주 동안 숫자 순서, 일일 사건 순서, 순서 작업 기억을 훈련하는 또 다른 연구를 공동 저술했다. 훈련 전후에 수학 능력과 수학 불안을 측정한 결과 아이들에게 순서 처리 기술을 훈련하면 수학을 더 잘하게 된다는 사실을 관측했다고 그녀는 전했다. “순서 처리가 수학의 기초를 형성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수학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순서 처리 기술이 유일한 기초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난산증의 미스터리가 언젠가는 풀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난산증의 표준 정의와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안사리 교수는 자신이 수행한 연구를 포함해 많은 난산증 연구는 표본 규모가 매우 작고 연구자 수가 부족한 점, 연구에서 난산증을 정의하는 방식도 다양하고 일부 연구자들은 DSM-5의 정의가 너무 좁다고 지적하는 점들을 언급하며, 전 세계 연구자들이 동일한 프로토콜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연구 컨소시엄을 설립할 것을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프라이스 교수도 현재의 연구 환경이 고르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며, “좋은 정의나 진단이 없는데 어떻게 연구할 수 있으며, 정확하게 연구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 정의나 진단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난산증을 이해하고 특히 인식을 제고하는 데 있어 이미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이 질환의 영향을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요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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