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본딩’ 구현한 삼성, SK하이닉스에 빼앗긴 HBM 선두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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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HBM 가시화? '하이브리드 본딩' 성공한 삼성
"D램 16단 이상 가능, 열 방출 19% 개선 및 허용 전류 33% 상승 기대"
기대감 확산에도 '방심은 금물', SK하이닉스도 바짝 추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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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적층하는 신기술 구현에 성공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라 불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차세대 HBM 16단 HBM4 첫 적용이 예상된다.

삼성 “하이브리드 본딩 구현 성공, 정상 작동 확인”

김대우 삼성전자 AVP(첨단 패키징) 사업팀 상무는 3일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KMEPS) 2024 정기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최근 16단 HBM을 하이브리드 본딩(HCB)으로 만들어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HBM3로 테스트를 했지만 곧 HBM4로 넘어가 양산성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AI 메모리로 불리는 HBM은 D램을 수직 적층해 제조하는데, 현재는 D램 상·하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솔더볼’이란 소재를 이용한다.

솔더볼이란, 쉽게 말하자면 납땜용 구슬이다. 이전까지는 솔더볼 소재만으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엔 반도체 입출력(I/O) 신호가 크게 늘면서 솔더볼로 차세대 HBM을 만드는 건 한계게 도달했다. 또 일정 공간을 차지하는 솔더볼 때문에 HBM이 계속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이에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솔더볼을 사용하지 않는 하이브리드 본딩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술 개발을 HBM3로 진행했지만, HBM4에서 구현될 16단을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적층한 점은 상당히 주목되는 지점이다. HBM4 상용화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제조한 16단 HBM 샘플은 전체 층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적용됐다. 당초 얼라인(Align) 등 이슈로 1개 층 혹은 2개 층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전체 층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해당 샘플 제조에는 세메스 장비가 사용됐다.

경쟁력 높이는 삼성, HBM ‘커스터마이징’ 가능성도

하이브리드 본딩이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는 건 솔더볼과 열 방출 등 이슈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TSV 간 연결에는 카파 필러 범프가 사용되는데, 향후 칩 두께 가공에 한계가 오는 시점에 카파 필러 범프가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하면 단수를 더 높일 수 있다. 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적용을 통해 코어 다이 D램 두께를 더욱 두껍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적용하면 D램을 16단 이상으로 쌓아 올릴 수 있으며, 기존 마이크로 범프 방식으로 결합할 때보다 열 방출이 19% 개선되면서 허용 전류는 33%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토대로 HBM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파생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김 상무는 “HBM4부터는 고객의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지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본딩이 본격화하면 우리가 흔히 ‘버퍼 다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로직으로 바뀌게 된다”며 “이 버퍼 다이가 삼성에서 만드는 로직 웨이퍼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들이 커스터마이즈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코어 다이와) 다른 회사 디자인이나 다른 회사(TSMC) 웨이퍼를 갖고 조립하는 형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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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도 ‘추격 중’, MR-MUF로 투트랙 전략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빠른 HBM4 양산으로 경쟁 우위를 되찾는 것이 시급한 만큼 차세대 제품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HBM 시장의 1위 자리는 라이벌 회사인 SK하이닉스가 꽉 잡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AI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은 후로는 SK하이닉스의 HBM이 더욱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모양새다. 이에 독보적인 세계 D램 1위로서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량을 2.5배 늘리는 강수를 두면서 HBM4 시장 선점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HBM4 양산 목표는 내년 하반기로, 2026년을 계획하는 SK하이닉스보다 조금 앞서기도 한다.

다만 SK하이닉스도 가만 두고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한화정밀기계 본딩 장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HBM4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시도하지만, 기존 접합 기술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손호영 SK하이닉스 어드밴스드 패키지 개발 담당 부사장은 “여러 차례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 공정을 쓰다 보니 HBM4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지속적인 MR-MUF 소재 기술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부사장도 “우선은 HBM 연구 방향이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가 주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16단 이상 제품에서도 TC 본딩과 어드밴스드 MR-MUF를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수요에 맞게 활용하려는 ‘투트랙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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