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에도 ‘AI’ 적용? 미 보조금 앞세운 삼성·인텔, AI 팹 전환 경쟁 주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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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나선 삼성·인텔, 데이터 활용성 및 공정 효율성 높인다
미 반도체 보조금에 자금 우려↓, 삼성·인텔이 차세대 경쟁 선두주자 될까
화웨이도 스타트업도 R&D 열풍, "반도체 업계 내 AI 전환 경쟁 과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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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포틀랜드 공장을 AI 팹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까지 제고하겠단 계획이다. 특히 미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은 만큼 자금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다. 최근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도 AI 솔루션 도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당분간은 제조 AI 등을 중심으로 한 ‘전환 경쟁’이 반도체 업계 전반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포틀랜드 팹에 AI 솔루션 적용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포틀랜드 팹에 반도체 제조를 위한 AI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SW) 기반 AI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올해 본격 적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포틀랜드 사업장은 1980년대 처음 지어진 이후 연구개발(R&D) 센터 등 총 5개 팹으로 확장됐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021년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발표한 뒤 반도체 생산 능력과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속 투자 중이다. 특히 첨단 반도체 팹(DX1)을 중심으로 인텔의 최신 공정을 개발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인텔은 AI 솔루션 도입을 통해 AI 기반의 자동화 공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이를 수집하고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최적의 공정을 구현하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AI 솔루션이 적용되면 시간 순서에 따른 공정 데이터 분석으로 공정 절차를 개선하고 반도체 장비의 이상 여부를 미리 탐지할 수 있다.

또 데이터를 활용, 가상 환경에서 공정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거나 계측하면서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사전에 조치할 수도 있다. 이는 반도체 R&D 및 제조 기간을 단축시켜 비용을 절감할뿐더러 수율 등 생산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인텔은 기대하고 있다.

향후 포틀랜드 팹의 AI 전환이 가시화하면 인텔의 다른 팹에도 AI 솔루션이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포틀랜드 팹 자체가 인텔의 첨단 기술을 사전에 검증하고 다른 팹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포틀랜드 팹은 7나노미터(㎚)급 이하 첨단 공정이 가능한 만큼, 인텔이 구축 중인 차세대 공정(인텔3·인텔20A·인텔18A 등)에도 확대 적용이 용이할 것으로 분석된다.

보조금으로 동력 발산하는 인텔, 삼성도 ‘화성 HPC 센터’ 설립 나선다

앞서 인텔은 지난 2022년부터 오리건주 생산시설을 증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겔싱어 CEO는 “인텔은 창립 이래 무어의 법칙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며 “새롭게 확장하는 D1X는 인텔의 도전적인 IDM 2.0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더욱 빠르게 공정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생산시설을 증설함으로써 반도체 R&D의 심장부를 보다 면밀히 구성하겠단 방침이다. 인텔은 이번에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은 만큼 이를 활용해 증설 및 시스템 전환을 한 번에 이뤄낼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법상 최대 규모인 195억 달러(약 26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물론 AI 자동화 공장 청사진이 인텔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스마트팩토리는 이미 반도체 업계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예컨대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지난해 전공정을 거친 웨이퍼들이 포장돼 이동되는 공정을 다루는 후공정을 위한 지능형 공장 솔루션을 선보였다. 사람이 웨이퍼 박스를 들고 이동해 포장을 뜯은 뒤 후공정 장비까지 이동시키면 이후로는 로봇이 작업을 마무리까지 이끌고 나가는 방식이다.

디지털 팩토리 기업 SK C&C는 반도체 부품 생산 전체 공정의 자동화를 위한 통합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제안하면서 미국 반도체 부품 제조 공장에 특화된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SK C&C는 글라스 기판 기업 앱솔릭스의 반도체 글라스 기판 공장 사업에 참여했는데, 앱솔릭스 측에 따르면 올 2분기부터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제품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반도체 제조 전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저장·분석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경기 화성 캠퍼스 인접 위치의 ‘화성 고성능컴퓨팅(HPC) 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화성 HPC 센터를 통해 삼성전자는 AI 기반 설계 및 공정 자동화 전환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종합기술원 중심으로 지능형 팹 구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수율에 대한 AI 관리부터 디지털 트윈(물리적 물체를 정확히 반영하도록 설계된 가상 모델) 팹 운영까지 목표로 삼은 장기 프로젝트다. 이같은 설계·공정 자동화 전환에 따른 데이터 분석과 활용 핵심 거점으로 HPC센터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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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열풍, 반도체 업계 관통하는 경쟁 기조는 ‘AI’

다만 시장에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미국 보조금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도 거듭 투자를 이어가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모양새다. 예컨대 화웨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23%에 해당하는 1,647억 위안(약 30조6,000억원)을 R&D에 쏟았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R&D 비용(28조3,397억원)보다 많고, 한국 정부의 R&D 예산(31조1,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화웨이는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R&D 관련 인력인 데다, 회사 내규 자체에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도록 명시해 두기도 했다.

여타 스타트업 등 기업들은 ‘제조 AI 개발’에 핀포인트를 잡고 거듭 돈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AI를 활용해 초정밀 제조 공정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스타트업 알티엠(RTM)은 제조 설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보고 불량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정 중단을 최소화하고 수율(투입 수에 대한 양품의 비율)을 높여 비용 절감을 돕기 위해서다.

특히 RTM은 창업자들이 근무했던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진우 RTM 부대표는 “설비 내 수백 개의 센서에서 나오는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의 시계열 데이터를 학습하면 잘못된 알람을 줄이면서 과거에는 찾지 못했던 미세한 차이를 찾을 수 있다”며 “실제 반도체 공정 설비에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 6~7개월 정도의 양산 라인 테스트를 마치고 글로벌 반도체 팹(제조 시설)에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외 서울대 기계공학부 윤병동 교수가 창업한 원프레딕트는 전력·석유·가스 등의 제조 설비에서 나오는 데이터로 현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가디원(Gurdione)’을 선보였고, 지멘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해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산업용 코파일럿 솔루션을 내놨다. 미쓰비시전기 오토메이션은 숙련된 작업자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AI 분석 소프트웨어(MELSOFT MaiLab)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는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결국 당분간 반도체 업계에선 AI 솔루션을 위시한 포스트 시대로의 ‘전환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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