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심화에 한은·기재부도 경계 태세, 오버슈팅 기조 아래 ‘기업 밸류업’도 힘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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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달러 환율, 중동 정세 불안에 오버슈팅 가시화
환율 안정 의지 피력한 한은, 당국 구두개입에 환율 상승 폭 줄어
불안정성 파동에 거시경제 타격 불가피, "현시점에 기업 밸류업 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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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율 안정 의지를 거듭 피력하면서 개입 가능성에 대한 뉘앙스를 내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은이 거듭 시장 상황을 살피는 건 최근 원화 약세가 심화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공식적으로 경계감을 내보이면서 환율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긴 하나, 환율이 여전히 1,400원 안팎에 머물고 있음은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환율 변동성 과도한 측면 있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것과 관련해 “시장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미국 달러화 강세뿐 아니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주변국(일본과 중국)의 엔화와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요시 시장안정화조치를 할 여력과 방법을 갖추고 있다”며 환율 안정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환율 변동성이 심각함을 거론하며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앞서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오후 2시 55분께 공식 구두개입 성명을 낸 바 있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실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엔 한일 재무장관이 직접 원화와 엔화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공동으로 표명함으로써 시장 안정을 꾀한 셈이다.

통화 약세 심화, 환율은 1,400원 안팎에서 ‘고지전’

한은과 기재부가 연일 시장 상황을 살피는 건 최근 들어 통화 약세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6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400.0원까지 오르며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로, 지난 15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4엔대로 떨어졌다. 이는 1990년 6월 이래 약 3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펀더멘털 요인이 양호해 1,400원대 중반 이상으로 오르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1,400원 초반 안팎에서 고지전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유의미한 1차 상단은 1,400원 초반 수준일 것”이라며 “최근 경상수지도 좋아지고 있고 외환보유고 등 국내 경제 전반적 체력이 나쁘지 않기에 환율 변동성이 있어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국이 공식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서며 경계감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단 점도 환율 상승 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국이 시장에 일종의 ‘경고’를 내리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7일 오후 4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84.27원으로 1,400원대에서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당국의 움직임에 실효성이 있었단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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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 불안에 오버슈팅 우려↑, 일각선 ‘밸류업 무용론’까지

다만 환율 급등 기조가 안정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환율 급등 사태의 원인이 외부에 있어서다. 시장이 지목하는 환율 급등의 근본 원인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반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가 및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졌고, 이로 인해 미국에 비해 불안정성이 높은 한국 원화는 가치 하락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정세 불안 아래 외국인 자금 수급이 어려움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자금을 빼 국채,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실제 지난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 하락한 2609.63으로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 상승 동력이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떨어지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지수 등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란-이스라엘 분쟁 가능성이 고유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언급이 시장에서 계속 대두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문제는 지나친 변동성이 가시화하면서 오버슈팅(Overshooting)의 영향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단 점이다. 오버슈팅이란 어떤 상품이나 수지, 자산가치 등이 예상치보다 급격하게 폭등, 혹은 폭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오버슈팅의 영향력이 확산한다는 건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이 국내 증시 급락 등 부수적인 파급효과를 연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단 의미다.

특히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정책’이다. 최근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를 기록하면서 증시 부양의 동력을 잃은 정부가 오버슈팅 압박까지 이겨내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선 국제 정세 리스크로 거시경제에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등 국내 주가 부양책이 큰 의미를 가지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른바 ‘밸류업 무용론’이 시장에 팽배해지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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