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경영 체제 돌입’ 삼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 주 6일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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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주 6일 근무제, 전자 계열사로 확대
반도체 실적 부진에 노조 리스크까지
임원진 위기 의식 공유하자는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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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본사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그룹 모든 계열사 임원들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주 6일 근무’를 시작한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환율, 유가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노사 간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도 직면했다.

임원 주 6일제 시작,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 대응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은 임원에 한해 주 6일 근무를 이번 주부터 시작한다. 작년 호실적을 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가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DS(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낸 가운데 일부 임원들은 이미 주 6일 근무를 시작했다. 이번 주부터는 전체 임원이 동참한다. 주말 이틀 중 하루를 추가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E&A도 올해 초부터 자발적으로 주 6일 근무를 시행했다. 추후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 등도 동참할 예정이다. 삼성SDS의 임원들은 이미 주 6일 근무를 시작했다. 이번 주 6일 근무는 임원들에게만 적용되며, 일반 직원들은 예외다. 이는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을 비롯한 DS 부문 경영진 또한 올해 초 연봉 동결을 결정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섰다.

메모리· HBM 부문 등 지배력 약화, 삼성의 근간이 흔들린다

삼성이 임원 주 6일제를 시행한 데는 실적 부진의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 삼성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D램 등 메모리 사업은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지배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점유율 격차는 4.4%포인트까지 좁혀졌는데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8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58조8,900억원)의 75.6%(44조5,700억원)를 책임졌던 DS 부문은 지난해 15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파운드리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데다 이제는 인텔에게 쫓기는 처지다. 올 1분기 DS부문은 흑자 전환했지만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적자다.

미래 AI 메모리칩으로 각광받고 있는 HBM(고대역메모리칩) 분야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찌감치 시장 절반을 선점한 SK하이닉스에 밀려 자존심을 구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HBM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구가해 올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 배 넘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입지가 점점 더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더 큰 위기감은 삼성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신수종 사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삼성 미래사업기획단에서 열심히 찾고 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외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와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배럴당 86.3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 16일 기준 90.26달러로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400원을 찍었다. 환율과 유가의 급변동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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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7일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사진=전삼노 유튜브 캡처

‘노조 리스크’까지 본격화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 노조의 공세 역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17일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노조 추산 2,000여 명의 노조원이 집결한 가운데 문화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단체 행동은 임금 결렬에서 비롯됐다. 임금 인상률을 두고 사측은 5.1%, 노조는 6.5%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와 협의해 임금 인상률을 5.1%로 결정했으나 노조는 이에 반발,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고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한 노조원은 공개 발언을 통해 “회사는 임원 보수 한도를 17%를 인상했는데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3%(기본 인상률)에 그친다”며 “회사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협의회에 있는 8명이 삼성전자 직원 12만 명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며 “직원 동의를 구했다고 얻어온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이어 “한때 삼성 구성원이었다면 초격차라는 단어에 가슴 떨려 했을 것”이라며 “지금의 삼성은 1등은커녕 3등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안타까운 실책 등의 이유로 삼성의 격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단체 행동에서 탄압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호의를 무시한 것은 회사 측”이라며 “직원에게 줄 수 없다는 돈을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장애물 설치에 쏟아붓고 공문으로 협박을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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