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못 막는다” SK하이닉스의 매서운 HBM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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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시장 선점한 SK하이닉스, 1분기 시가총액 상승폭 1위
증권가에 불어든 'HBM 테마주' 열풍, SK하이닉스가 대장?
HBM 입지 다지기 실패한 삼성전자, 차후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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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를 앞세워 반도체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소위 ‘AI 반도체’로 꼽히는 HBM 시장의 선두 자리를 꿰차며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꺾고 ‘차기 반도체·HBM 대장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HBM이 시가총액 상승세 견인해

16일 기업분석 전문 업체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1분기 국내 시가총액 변동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SK하이닉스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규모는 올해 초 103조6,675억원에서 3월 말 133조2,244억원으로 29조5,568억원(28.5%) 늘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75조1,946억원에서 491조9,100억원으로 16조7,153억원(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의 가파른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단연코 HBM이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생성형 AI 시장의 ‘필수재’로 꼽힌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며 글로벌 HBM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생성 AI용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파트너 관계를 구축해 선두 주자 자리를 꿰찬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SK하이닉스가 HBM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글로벌 AI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의 HBM 제품 수요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9%에서 올해 1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HBM 관련주 주가 줄줄이 급상승

증권가 역시 HBM ‘대장주’인 SK하이닉스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HBM 관련주들의 주가는 줄줄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디아이티의 경우, 레이저 어닐링(Laser Annealing) 장비를 공급하며 HBM 관련주로 묶인 뒤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레이저 어닐링은 웨이퍼 결함부에 열처리를 하기 위해 국소적으로 레이저를 조사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디아이티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16일 제외) 5~30%에 달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전일 대비 29.79% 상승한 2만8,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로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에스티아이 △오로스테크놀로지 △와이씨켐 △윈팩 △미래반도체 △워트 △엠케이전자 등 수많은 HBM 관련주들이 증시 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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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시장 내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가파르게 치솟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장중 19만1,400원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기존 19만500원)를 경신한 바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실적 급등)’ 및 추가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에 따라 차후 주가가 20만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낙관적 여론이 확산한 것이다.

‘부동의 1위’ 삼성전자 꺾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오랜 기간 반도체 대장주 자리를 지켰던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차후 HBM 시장 경쟁에서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SK하이닉스가 2010년대 초반부터 HBM 사업을 밀어붙이며 ‘초격차’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반면,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HBM 개발 예산을 삭감하고 개발을 늦춰온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사업을 소홀히 하면서 당시 대다수 (삼성전자 소속) HBM 개발자가 SK하이닉스로 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뒤늦게 HBM 개발에 나섰지만, SK하이닉스가 이미 (HBM 관련 기술을) 선점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HBM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HBM은 완제품 생산 이후 이를 GPU와 결합하는 ‘패키징 단계’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파운드리 부문 경쟁사인 TSMC가 이미 관련 시장 강자인 엔비디아의 GPU 위탁 생산·패키징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TSMC에 GPU 생산을 위탁하고, TSMC가 GPU를 생산한 뒤 메모리 업체로부터 받은 HBM을 부착해 패키징을 마치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HBM 개발 초창기부터 TSMC와 패키징 기술 협력을 지속해 왔다. 양사 모두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설 자리를 잃은 셈이다. 이미 SK하이닉스와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보다는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시장 ‘대장’으로 꼽히던 삼성전자가 HBM 부문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각 분야 강자들과 견고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SK하이닉스의 입지는 자연히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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