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손잡은 SK하이닉스, HBM4 시장서 삼성전자와 본격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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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TSMC와 'HBM4' 개발 협력한다
선두 놓치고 'HBM4'에 총력 기울이는 삼성전자
HBM 양대산맥 격돌 전망, 승기는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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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대만 TSMC와 협력을 강화한다. 차세대 HBM으로 꼽히는 ‘HBM4(6세대 HBM)’ 생산·패키징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각 업계 1위 기업이 손을 잡은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HBM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HBM4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HBM 시장 내 ‘선두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TSMC-SK하이닉스 ‘1위들의 결합’

1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대만 수도 타이베이(Taipei)에서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추후 양사 간 협업을 통해 차세대 HBM 제품인 HBM4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글로벌 리더인 당사는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와 힘을 합쳐 또 한 번의 HBM 기술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며 “고객·파운드리·메모리로 이어지는 3자간 기술 협업을 바탕으로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우선 HBM 패키지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Base Die, HBM을 제어하는 부품)의 성능 개선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제조했으나, HBM4부터는 TSMC의 초미세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 등 고객들의 폭넓은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Customized) HBM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양사는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2.5D 패키지 기술을 의미하는 TSMC의 브랜드명)’ 기술 결합을 최적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HBM 관련 고객 요청에 공동 대응할 예정이다. 케빈 장 TSMC 수석부사장은 “TSMC와 SK하이닉스는 수년간 견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최선단 로직 칩과 HBM을 결합한 세계 최고의 AI 솔루션을 시장에 공급해 왔다”며 “HBM4에서도 양사는 긴밀하게 협력해 고객의 AI 기반 혁신에 키(Key)가 될 최고의 통합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사 삼성전자의 HBM4 개발 현황

이런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사이 ‘경쟁 구도’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전 세계 HBM 시장을 양분하는 ‘양대 산맥’으로 꼽히지만, 기술력 방면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1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4세대 제품인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바 있다. 

선두 주자 자리를 뺏긴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히 ‘차세대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달 초 HBM을 적층하는 패키징 신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납땜용 구슬 없이 반도체를 적층하는 기술)’ 구현에 성공하며 HBM4 시장 내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HBM4에서 구현될 16단을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적층, HBM4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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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사진=삼성전자

지난 18일에는 삼성전자가 내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HBM4 16단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윤재윤 삼성전자 D램 개발실 상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고온 열 특성에 최적화된 ‘비전도성 접착 필름(NCF)’ 조립 기술과 최첨단 공정 기술을 통해 차세대 HBM4에 16단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8, 12, 16단 3개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시장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HBM’, 시장 경쟁 격화 조짐

관건은 SK하이닉스가 TSMC와 손잡고 삼성전자의 ‘질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다. TSMC는 소위 ‘AI 반도체’ 시장 강자인 엔비디아의 GPU 위탁 생산·패키징을 맡으며 이미 관련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엔비디아가 TSMC에 GPU 생산을 위탁하고, TSMC가 GPU를 생산한 뒤 메모리 업체로부터 받은 HBM을 부착해 패키징을 마치는 구조다. SK하이닉스가 성공적으로 HBM4 제조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로 연결되는 탄탄한 협력 구조가 구축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 현지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에서 HBM4 제조와 관련한 ‘청사진’을 공개한 상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추후 개발될 HBM4 제품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법이 활용될 예정이다. HBM4를 구성하는 D램은 16단으로 적층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 용량을 48기가바이트(GB)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취급하는 HBM3E(5세대 HBM)는 D램을 8~12단으로 적층하는 방식이며, 데이터 처리 용량은 24~36GB 수준이다. 

다만 SK하이닉스 측은 해당 발표에서 공개한 HBM4의 경우 성능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성능이 추가적으로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HBM4 양산은 오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개발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공개된 가운데, 시장은 차후 양사가 펼칠 시장 패권 경쟁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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