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내년도 힘들어”, 미 연준 위원들 매파 발언에 원달러 환율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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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관계자들, 잇따라 '금리 인하 내년 이후'에 무게
일부 연준 위원 "필요시 금리 인상할 수 있다" 발언도
금리 인상 가능성 대두에 원달러 환율 사흘 만에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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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연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인플레이션 반등 가능성과 견고한 미국 경제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금 출렁이고 있다.

미국 연준 위원들 “금리인하 서두르지 않는다” 한목소리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공개 연설에서 “현재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경제 활동을 늦추고 결국 우리를 2% 인플레이션에 도달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다른 여건이 좋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2%에 도달하려고 황급히 서두르지 않을 것(not in a mad-dash hurry)”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올해 연말 무렵까지(until toward the end of the year)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앞서 보스틱 총재는 올해 4분기에 한 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내심을 갖고 싶다”며 “잠재적으로 내년까지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통화정책이 좋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연준 인사들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안에 여러 차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이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 데다 노동시장 강세 및 소매 지출 호조 등 경제 지표가 되살아 나자 금리 인하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연준 위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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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국채 금리 추이/출처=Financial Times

연준 내 2인자 존 윌리엄스 연은 총재,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도

연준 고위 당국자들이 연일 금리 인하 기대를 꺾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필요한 경우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연준 내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세마포(Semafor) 경제 서밋에서 “미국 경제의 강세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이 좋은 위치에 있다”며 “기준금리가 우리를 점진적으로 목표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해 급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언젠가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는 경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본 예상치는 아니지만 경제 지표에 따라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인상할 수도 있다”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같은 날 보스틱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에 대응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기본 입장은 아니라고 전제하긴 했으나,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경우 사실상 금리 인상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쏟아지자 국채 금리가 또다시 출렁였다. 18일(현지시각) 2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4.93%를 기록해 5%선에 근접해졌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5bp(1bp=0.01%p) 상승한 4.6%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미 국채 금리가 10년물 기준 5%를 넘어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냇얼라이언스증권(Natalliance Securities)의 앤드류 브레너 국제 채권 책임자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우리를 점점 더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며 “2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면 그다음 단계는 5.2% 돌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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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원달러 환율 1,380원대로 복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1,370원대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도 사흘 만에 1,380원대로 복귀했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 10분 현재 전일보다 18.05원 오른 1,390.95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13.9원(1%) 내린 달러당 1,372.9원에 거래를 마쳤던 환율은 이날 전장보다 8.1원 오른 1,381.0원에 개장했다.

최근 벌어지는 달러 강세에 대해 외환당국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회의 중 열린 대담에서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 시장의 환율에 주는 영향은 1년 반 전에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강달러 현상은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데 따른 만큼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과거 미국이 실제로 네 차례 연속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했을 때 달러 강세 때문에 전 세계 통화 가치가 굉장히 빠르게 하락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당시에는 내외금리차뿐 아니라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환율에 더 영향을 미쳤다”고 돌아봤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금융 당국)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고 그럴 수단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6일에도 기획재정부와 함께 구두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 총재가 강달러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외환시장에 거듭 경고를 보내는 이유는 환율 변동성이 용인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선을 돌파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달러 대비 원화, 엔화 가치 하락이 과도하다는 우려를 담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환율은 안정세를 찾아 이날 1,370원대까지 하락했다.

현재 원화의 실질 가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뒤에서 5번째로 낮은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 실효 환율 지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96.7(2020년 100)을 기록했다. 실질 실효 환율은 기준 시점과 현재의 상대적인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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