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중국 일대일로, 2013년 개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

pabii research
중국 일대일로, 미-중 갈등에 동남아에서 (원화) 70조원 손실 입혀
동남아 일대에 향후 520억 달러 추가 지원 필요한 상황
미국 공격에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과 협력 강화 모색
동남아 프로젝트 자금 부족에 역내 영향력 잃는 중
인도네시아와 협력 확대해 미-일-필리핀 봉쇄망 대응 전략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숙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 자금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24개 프로젝트에 770억 달러(약 104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 가운데 520억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10억 달러 규모의 5개 프로젝트는 취소됐고 50억 달러 규모의 3개 프로젝트는 진행 가능성이 낮다. 진행 중에 있는 8개 프로젝트 중 2건은 규모가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China Manufacturing Industry Belt and Road Export
중국 철강 공장/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일대일로 전략, 이대로는 안 된다

중국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겪고 있는 재정적 부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커지자 더 효율적이고 위험 요소가 적은 소규모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경제 여건이 악화된 점, 동남아시아 차입국들의 부채 부담이 커진 점 등이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상대국과의 공동 번영을 약속했지만 무리한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며 상대국들은 대규모 채무를 감당하게 됐다. 규모는 (원화 기준) 70조원에 이른다.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는 잠비아·우간다·케냐·가나·콩고민주공화국·에티오피아가, 중남미에서는 에콰도르·온두라스 등이 일대일로 사업에 따른 부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정책 전환에 영향이 크게 받거나 재조정될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로 △말레이시아 동해안 철도 연결 사업 △태국-중국 고속철도 사업 △필리핀 국영 철도 비콜선과 민다나오 철도 사업 △미얀마 짜욱퓨 특별경제구역 심해항 사업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사업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 건설 사업 등을 꼽았다.

미국의 노골적인 공격,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우회로 찾는 중국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직설적이다. 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 서유럽 우방국들과 연합 전선을 펴며 세 방향에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무역 전쟁을 걸어 더 직접적으로 중국을 공격한 바 있다.

상대적 국력이 열세인 중국은 이런 미국에 노골적으로 맞싸움을 걸지 않는다. 세계 지도를 바둑판 삼아 끊임없이 집을 쌓아가며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려 한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과거 이곳을 식민 지배를 했던 유럽 선진국들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각종 인프라가 아프리카에 건설돼왔고 무역 부문의 영향력은 최고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위안화를 준비자산통화로 사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 나라의 광물자원을 독점 계약했다.

미국의 뒷마당이었던 중남미에서도 몇몇 국가들은 대중국 무역량이 미국의 무역량을 추월했다. 예전 S&P 분석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반토막 날 시 가장 피해를 볼 국가로 칠레를 꼽았고 6번째가 브라질, 9번째가 아르헨티나였다. 근래엔 코로나19 백신 외교로, 또 현지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중동에선 지난해 지역 대국이자 사실상 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 정상화를 주선해 주목을 받았다. 파키스탄과 미얀마,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일대일로 등을 매개로 절대적 영향력을 쌓아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영향력 넓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승리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 중국에 도착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했다.

프라보워는 대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낙선 후보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현재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현직 국방장관이자 대통령 당선 미확정 상태인 그를 중국으로 불러 시 주석이 만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도 프라보워가 카운터파트인 둥쥔 국방부장만 만날 예정이었지만, 시진핑이 초청해 그와 리창 총리까지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라보워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국방 협력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라며 “중국과 방위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생산적인 대화 관계를 구축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은 프라보워를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칭하며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지역 해양 안보 유지를 위한 양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이사, 미국 – 일본 – 필리핀 연결한 포위작전에 대응에 활용

이처럼 중국이 동남아 해양 안보를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이 손을 잡고 남중국해에서 강력한 ‘중국 포위작전’을 구축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달 중 미·일·필리핀 3국이 정상회의를 열어 남중국해에서 공동 해군 순찰을 실시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합의를 맺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3국 주도의 ‘남중국해 포위 작전’에 구멍을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이끌어 온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전통의 비동맹 외교 노선을 유지하면서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투자국이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사업과 니켈 제련소 등 천연자원 하방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프라보워가 중국 방문 후 곧바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을 찾았다는 점이다. 미리 예정된 방문일정일 수 있지만 향후 프라보워의 행보와 중국의 대응이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원문은 미 해군 대학의 용 덩(Yong Deng)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덩 교수는 ‘중국의 전략적 기회: 중국 대외 정책의 변화와 개혁(China’s Strategic Opportunity: Change and Revisionism in Chinese Foreign Policy)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폴리시 이코노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 grapples with the institutional future of the Belt and Road Initiativ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