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시장 개입 나선 당국, 환율조작국 우려도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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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상승하자 외환보유액 감소, 외환당국 시장 개입 등 영향
외환시장 개입에 시각 바꾼 IMF·BIS,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사실상 없다"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 전환으로 신뢰도 높인 한국, 압력 강도도 덩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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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 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60억 달러(8조2,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외환당국 시장 개입 및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감소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4월 외환보유액 60억 달러 감소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32억6,000만 달러(약 561조6,000억원)로, 3월 말(4,192억5,000만 달러) 대비 59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분기 말 효과 소멸에 따른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달러화가 약 1.0%(미국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 절상(가치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자 외환당국이 달러를 풀었다는 뜻이다. 이 환율 변동성 완화 조치에는 국민연금과 한은 간 외환 스와프 협약에 따른 달러 공급도 포함된다.

실제로 외환보유액 증감은 환율 흐름과 맞닿아 있다. 평균환율이 전월 대비 1.6%, 0.4% 오른 1~2월과 2.8% 뛴 4월엔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반면, 변동이 거의 없었던 3월(0.0%)에는 외환보유액이 늘었다. 외화예수금 또한 한은의 설명대로 4월 감소세를 보였다. 3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지표 충족을 위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다시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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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우려 나오지만, 당국 “문제없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 가치 급락을 조정하기 위한 시장 개입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온 만큼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환율 안정화를 위해 한은이 시장에 개입하는 건 이전부터 통상적으로 이어져 온 일이다.

한은이 매 분기 발표하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환 순거래액’ 추이를 보면, 한은은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넘나들던 2022년 2분기(-154억900만 달러)와 3분기(-175억4,300만 달러)에 집중적으로 달러를 매도했다. 특히 한은은 2022년 한 해에만 458억6,700만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팔아치웠다. 이 영향으로 2022년 평균 외환보유액은 4,231억 달러로 전년(4,631억 달러) 대비 400억 달러 감소하기도 했다.

다만 당국은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BIS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한은이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에 게재한 ‘자본이동 및 환율 변동성에 대응한 통합적 정책체계 논의와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최근 IMF와 BIS는 물가목표제와 자유변동환율제로 대표되는 현 체제를 일부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자본유출 시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정책 수단으로써 공식 인정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단 의미다.

논문은 “IMF와 BIS의 정책체계 변경은 환율 불균형이 국제무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을 본질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무역 긴장이 지속되거나 고조될 수 있지만 적어도 환율 저평가를 이유로 한 무역 제재의 근거는 상당히 약화됐다”는 평가도 남겼다. 외환시장 개입을 근거로 한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부과 등 논거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따르면 이미 바이든 행정부에선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환율 조작이나 관세 부과 등이 쟁점화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이유다.

시장 개입 비중도 적어, “외환시장 압박 강도 낮다”

더군다나 한국은 시장 개입 비중 자체가 낮다. 지난해 7월 한은이 내놓은 ‘금융·경제 이슈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의 외환시장압력(EMP) 지수의 글로벌 위험 요인에 대한 민감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위험 요인에도 한국 외환시장이 받는 압력의 강도가 낮아지고 있단 의미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한국의 EMP 지수는 변동성 지수(VIX)와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스프레드 등 글로벌 리스크 지표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높은 동조성을 보였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이러한 관계가 둔화했다”며 “이는 외환 거시건전성 제도 등이 급격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점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외 한국이 지난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 전환했다는 점도 개입 비중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전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을 뜻한다. 한국은 2007년 순대외금융자산이 -2,139억 달러에 이르는 등 대외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순채무국이었으나, 2014년 순대외금융자산이 842억 달러로 플러스를 기록한 뒤 해마다 증가하며 순채권국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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