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인도네시아, 이번엔 분담금 줄이기? KF-21 기술 이전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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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개발 분담금 덜 내겠다? 인도네시아 제안에 국내 우려 확산
인도네시아 기술진 기술 유출 의혹, "USB에 카티아 포함돼 있어"
제안 수용으로 가닥 잡은 정부, 일각선 "잘못된 시그널로 읽힐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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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의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 분담금을 당초 합의한 금액의 3분의 1 정도만 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부족한 금액은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KF-21 분담금 3분의 1만 내겠다”

6일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는 이미 납부한 KF-21 개발 분담금 3,000억원 외에 2026년까지 3,000억원을 추가 납부해 총 6,000억원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1월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7,000억원(이후 약 1조6,000억원으로 감액)을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재 약 1조원에 이르는 분담금을 연체 중이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 분담금 납부 기한을 2034년까지로 8년 연장해 달라 요청했으나 우리 정부는 난색을 보였고,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대폭 줄이는 대신 2026년까지 완납하겠다고 수정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족한 1조원가량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상당 부분 포함하는 한편 KF-21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개발비를 더 부담하는 식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6,000억원에 해당하는 이전 기술을 추려내는 협상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을 전부 이전해 줄 수는 없으니 6,000억원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이전 기술 목록을 덜어내겠단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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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볼멘소리, “기술 유출 사건 기억해야”

다만 시장에선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한 데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국내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21 개발 관련 자료 유출을 시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인 만큼, 인도네시아가 이미 기술을 빼돌려 놓고 분담금 대폭 삭감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개발 분담금 납부 계약을 체결한 이후 자국 기술진을 KF-21 제작사인 KAI에 파견한 바 있는데, 지난 1월 이들 기술진 중 일부가 KF-21 개발 관련 자료를 USB에 담아 유출하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적발된 USB는 총 8개로, 여기엔 KF-21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카티아(CATIA) 자료(도면 등)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론상 카티아의 도면, 설계도가 있으면 해당 물체는 그대로 제작할 수 있다.

더군다나 USB엔 미국이 지정한 수출통제(EL) 관련 자료도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EL은 미국이 기술 유출 및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첨단 기술을 말한다. KF-21 개발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에만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기술이나 EL 기술이 USB에 담겨 있었다면 향후 미국 측에서 KF-21 기술 지원에 소극적으로 변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팽배한 민족주의에 적개심까지, 우려 목소리↑

일각에선 정부의 인도네시아 제안 수용이 자칫 인도네시아에 잘못된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술 유출 의혹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인 건 한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내부적으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이 미약하게나마 관측된다는 점도 일각의 불안에 힘을 싣는다. 지난 4월 ‘Anon Black Flag Indonesian’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해커조직은 CNBC 인도네시아에서 보도된 기술 유출 이슈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전투기의 정보와 데이터를 인도네시아 국적 기술자가 훔쳤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우리나라(인도네시아)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세계인의 눈에 인도네시아를 더럽히고 싶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를 건들지 말 것”을 강조하며 “보복으로 한국의 웹사이트가 다음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민족주의에 기반한 공격성이 일련의 기술 이전 과정 아래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마냥 허상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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