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드폰’ 판매 초석 다진 삼성전자, 중고폰 시장 지각변동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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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조직 신설하며 국내 리뉴드폰 출시 채비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가계통신비 절감' 주문 반영
통신업계 '메기'의 중고폰 시장 참전, 업계 상황 격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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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국내 중고 휴대폰(이하 중고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중고폰 사업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 국내 리뉴드(Re-Newed)폰 판매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중고폰 판매가 관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직접’ 중고폰 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MX사업부 산하 영업혁신팀 내부에 ‘갤럭시 밸류 이노베이션’ 팀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국내 중고폰 사업 실무와 함께 중고폰과 신제품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연구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리뉴드폰의 국내 출시 작업에 착수했으며, 늦어도 연내 국내에서 리뉴드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흔히 ‘리퍼폰’으로도 불리는 리뉴드폰은 △반품된 정상 제품 △초기 불량품 △전시품 △중고 제품 등을 재정비해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휴대폰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만 리퍼폰을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갤럭시S23울트라 리뉴드폰 가격은 정상가(1,199.99달러·약 163만원)보다 23%가량 저렴한 919달러(약 124만원)이다. 갤럭시S23 플러스는 769달러(약 105만원), 갤럭시S23 일반 모델은 619달러(약 84만원)로 신제품 대비 약 35%, 11%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리뉴드폰은 엄격한 품질 검사를 기반으로 신뢰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리뉴드폰 판매 이전 총 147개 항목에 대한 품질 검사를 진행하며, 부품 교체 및 단말 고유식별번호(IMEI) 부여 절차를 밟는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리뉴드폰을 출시해 중고 제품을 직접 관리할 경우, 갤럭시 중고폰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며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주문 따라 가계통신비 인하 본격화

삼성전자의 국내 리뉴드폰 출시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주문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삼성전자 측에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미비 △리뉴드폰 국내 미출시 상황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 당시 강봉구 삼성전자 한국 총괄부사장은 “제조 사업부와 협의해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용하던 갤럭시S23 FE 기기를 반납하면 기깃값을 일부 반환해 주는 ‘퍼펙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퍼펙트 프로그램은 갤럭시 단말기 구매 24개월 후 기기를 반납할 시 출고가의 50%를 보상해 주는 서비스다. 출고가가 84만7,000원 수준인 S23 FE 모델을 이용하는 고객이 퍼펙트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최종적인 기깃값 부담이 40만원대까지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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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23 FE 모델/사진=삼성전자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가 배달의민족과의 협력을 통해 ‘트레이드인(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중고 매입 시세에 추가 보상을 더하는 서비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이 삼성스토어 운영사 ‘삼성전자판매’, 중고 ICT기기 판매 플랫폼 ‘민팃’ 등과 협력해 트레이드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리뉴드폰’이 시장에 미칠 영향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중고폰 시장 개척으로 인해 관련 시장이 한층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발간한 ‘국내 중고폰 시장규모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는 2021년 682만 대에서 2022년 708만 대로 소폭 성장했다. 통신업계는 향후 국내 중고폰 유통 규모가 연간 약 1,000만 대(약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알뜰폰(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 MVNO)’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알뜰폰 업체의 고객들은 중고폰, 자급제 단말기(전자제품 매장, 오픈마켓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판매하는 단말기) 등을 구매한 뒤 알뜰폰 유심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가 리뉴드폰 판매를 시작하며 품질이 보증된 중고폰 공급이 늘어나면 통신비 절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알뜰폰 유심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출전’이 중고폰 시장 전반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상공인 중심이었던 중고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그룹, 기아 등의 참전 이후 격변기를 맞이했듯, 중소기업과 개인 간 거래(C2C)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중고폰 시장에도 본격적인 ‘대기업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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