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클래스 시즌2 시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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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사업을 시작하고 수 많은 일들이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일들을 꼽으라면,

  • 바보를 설득하는 일
  • 바보를 상대하는 일

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VC들 만나러가면 ‘제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요’ 이딴 소리나 해대며 ‘어디 명문대 교수들이 좋은 모델이라고 한 이야기 몇 개 갖다 주시면 투심에 올려보겠습니다’ 이딴 소리 하는 인간들에게 힘을 빼거나,

비지니스 미팅에 가면 ‘그건 구글에서나 하는거잖아요. (니 까짓게 그걸 어떻게 할 줄 알아?)’ 같은 벽치기 대화를 하는 일들이었다.

 

파비클래스 시즌1을 했던 이유

속이 터져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파비클래스라고 1달 초압축, 초간단 강의를 열었더니,

버~엉~찐 표정으로 수업을 나가면서 괴로워는 경우나, 가끔은 제대로 하나 이해한 것 없는 주제에 날 깔보는 인간들도 만나봤다.

무슨 게시판에서 통계학 학부 전공만 했으면 우리 SIAI 교육은 껌이라고 떠든 인간들한테 휩쓸린 어느 예술 전공 출신 SIAI 학생이 내 앞에서 가관 짓을 하던 날,

그 앞 뒤 모르고 주워담는 학생보다 그 바보들 모인 게시판 같은 곳들을 어떤 방식으로건 퇴출, 최소한 정화시켜야 한국 DS교육이 제대로 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파비클래스 들었던 애들 중에 15명이 MSc나 MBA로 SIAI 교육을 받았는데, 결국은 본인의 내공대로 성적이 갈린 걸 보면,

사실상 그 파비클래스 교육이 의미가 없었다는 결론도 나온다.

빠르게 개념 훑고, 코드 몇 줄 돌려보면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는 강의를 다시는 하지말아야겠다고 결론 내리게 된 계기가 됐다.

 

파비클래스 시즌1을 통해 절감한 한계

내가 그간 본의 아니게 교육에 발을 걸치면서 느낀 여러가지 중에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한국의 교육 수준이 정말 심각하게 낮다는 거, 한국에 정말 심각하게 인재가 없다는 거였는데,

대표적으로 나름대로 최고 클래스 인재가 간다는 대기업, 공기업 출신들이 SIAI교육에서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박살’이 났다. 애들아, 이게 영미권이랑 서유럽 학부 2-3학년 애들이 공부하는거라고….

 

한국에서 이른바 석·박 유학을 가겠다고 학부 때부터 ‘미쳤다’는 소리 들을만큼 높은 레벨로 공부하는게 아니면,

영미권, 서유럽의 학부 2-3학년 수준 애들보다 못한 상태로 졸업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1달 압축 교육을 하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나름 인서울 상위권 대학 통계학과 출신이라는 애가 인공지능으로 주식 대박 알고리즘을 찾을 수 있다고 현혹된 상태로

나한테 몇 년에 걸쳐 이메일을 보내면서 아직도 생각이 안 바뀌었냐고 묻는, 인간으로조차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겪었고,

고교 수준의 통계학 문제 (Z-test)를 묻는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봤었다. (위의 스크린 샷)

저런 애들을 뽑아놓고 회사를 굴리니 당연히 회사들이 제대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파비클래스 시즌1의 교육은 세종시 국책 연구소 중에서도 훈련이 잘 된 분들만 있는 곳에서만 해야되는 교육이었다.

이미 ‘1.제대로 2.전부 다 3.단 다른 학문에서’ 알고 있는 분들이 전환용으로 들었을 때 의미가 있는 수업이었다.

국내 공대에서 프로젝트만 해주다가 석·박사 학위 받은 공돌이들 모인 곳에서 겪은 좌절을 생각해보면,

그 1달짜리 압축 교육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됐을까?

 

한계를 극복한 시즌2가 될 수 있을까?

우선, 미안하지만 난 더 수준을 낮춘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어지간하면 인재를 키워보겠다고 SIAI까지 만들었지만, SIAI보다 더 상세한 강의는 못 하겠더라.

수준을 낮춰달라는 것도 파비클래스 식의 수박 겉핡기 식 빠르게 훌고 지나가기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그 강의는 효과가 없다는 것도 이미 15명의 학생들을 통해서 두 눈으로 목격했고.

 

당신들도 자기 자식 아니면 동그라미, 네모, 세모 같은 모양 가르치기, 그것도 공짜로 가르쳐달라는 요청에 답변해주기 싫을 것이다.

난 직원 십수명의 월급을 챙겨줘야하는 회사 대표다. 저런 기초 지식 가르쳐주는걸로 직원 급여가 다 나온다고 해도 회사 성장에 쓸 시간 버린다고 화가 날 판국이건만.

2-3류 학교 교수 옵션을 걷어찼던 이유가 저런거 가르치기 싫어서였는데, 돈 안 되는 사업하는 와중에 굳이 그 정도로 자원봉사^2을 하고 싶진 않다.

그건 유튜브 영상들이 널려있으니까 거기가서 들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비클래스 시즌2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저렇게 자기 발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애들, 그저 남의 말을 주워담고 그게 자기 생각이랑 똑같으면 안심하고, 다르면 화를 내는 애들이

그대로 가만 놔두면 날 속터지게하는 VC들이나 기업 관계자들로 성장할거라는 필연적인 사실 때문이다.

YouTube에 너무 말도 안 되는 조회수 전용 콘텐츠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가르칠 능력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하나?

전문가? XXX 정도면 딱 시장에 맞더라고

예전에 정년 퇴임을 눈 앞에 두신 내 전공 대선배 교수님을 뵈었던 적이 있다.

그 대선배님 동기 분들이 파비블로그 글들도 돌려가며 읽으시고, 내 분기탱천에 공감해서 이것저것 도와주실려고 하는데,

그 중 한 분께서 하루는

전문가? 너무 우리처럼 말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어. 살아보니 희숙이 정도면 딱 시장에 맞더라고

라며 윤희숙 전 의원을 평가하시는 걸 들었다.

두 분 다 대선배님들이고, 실력 있는 분들이니까 내가 평가를 내릴 자격은 없는 것 같은데,

일단 그 대선배님 말씀이 이해되는 부분은, 윤희숙 전 의원님이 특별히 수학적으로 빡빡한 레벨의 논문을 쓰신 적이 없고, 그런 역량을 다른 선배님들 커뮤니티에서 보여주신 적은 없는 것 같더라.

대신 지난 임대차3법 사건 때처럼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잘 풀어내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있다.

 

여기서 짚고 가고 싶은 부분은, 윤희숙 전 의원님이 이미 국회에서 경쟁자가 별로 없는 경제전문가이셨다는거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모임인데, 그 모임에서 최상위권 경제전문가를 놓고,

한국의 경제학자들이 ‘희숙이 정도면’이라는 표현을 쓰실만큼 지적 격차에 대한 인식이 학계 안에 돌고 있다는 부분이다.

 

내 입장에선 그런 분들과 수학 기반 경제학 도구를 활용한 지적 토론을 풀어나가는 자리가 아니라면,

최소한 1-2년 교육을 받고 나면 그런 지식으로 대화되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라면,

대화 자리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정신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대화를 이어가기가 좀 힘들다. 영어표현의 Irritating이 딱 적절한 번역인듯

난 절대로 Teaching profession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걸 절감하는 경험들이었다.

 

지난 10월에 회사 메일로 왔던 몇몇 질문들(위의 스크린 샷들)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내가 왜 대답을 해줘야하는지, 내 대답을 알아먹을 수 있는 지적 훈련을 받았는지, 날 도대체 뭘로 봤길래 이딴 질문을 하면 내가 대답 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지… 이런 생각 밖에 안 들었다.

 

파비클래스 시즌2의 목적

이렇게 ‘대화 안 되는 사람들’하고 엮이는걸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인간이 예전에 접었던 파비클래스를 다시 개설할려면 뭔가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번에 Global MBA라는 이름으로 MBA AI/BigData에서 F 받는 학생들 대상의 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

내 메세지를 제대로 소화한 일부 학생들이 만들어낸 학습 내용들이 더 낮은 수준의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재가 되는 걸 봤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회사가 그간 만들어냈던 자료들을 소비하는 분들이 재생산해내는 콘텐츠가 또 다른 교육자료가 되지 않겠나는 생각이 들더라.

누군가는 윤희숙 전 의원님처럼 더 레벨 낮춰 설명할 수 있는 재능 있으신 분이 있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실제로 공부하던 사람들의 흔적이 더 직접적인 학습 자료가 된다는 사실을 활용해보자는게 시즌2의 포인트다.

 

그렇게, 파비클래스 시즌2는 그간 나와 어떤 방식으로건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이 나 대신 나서서 저런 사람들을 ‘깨우쳐달라’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전문가? XXX 정도면 딱 시장에 맞더라고

 

큰 그림 중 먼저 시작하는 내용은 1월부터 시작할 정치인 + 정책 신문사의 빅데이터 기사 조합이다.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전문가 섭외가 가능해지면 계산과학 / 경제 전문가 + 벤처경제 빅데이터 기사 조합도 시도할 생각이다.

라이브러리 몇 개 베낀 주제에 AI로 4차원의 뭔가를 만들어내서 곧 뭐가 뚝딱 생기고… 같은 마케팅 하는 회사들,

이런 사람들이 다 사기꾼이라는걸 보여줘야지.

기껏해야 패턴 매칭 알고리즘이 좀 더 계산비용을 써서 많은 패턴을 매칭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에 불과하건만…

 

저런 세미나를 커버할 수 있는 지식인들 그룹이 아마 쓸데없이 유튜브로 바람잡는 사기를 안 치고 있어서 조용히들 살고 있을텐데,

이번 모임을 통해 좀 더 집단화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역량 있고, 관심 있으신 분들 있으면 [email protected] 으로 메일 보내주시기 바란다.

사기꾼을 퇴출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성인들이 힘을 모아 사기꾼이 사기꾼이라는걸 남들에게 증명시켜주는 게 아닐까?

 

그 외에 한국 사회가 집단 최면에 걸려 시험점수 얻는 쪽에 돈만 버리고 있는 영어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고,

빅데이터 대시보드가 조금씩 Beta 버전 색깔을 벗고 있는만큼 기사로 쓸 수 있는 다른 분야(ex. 방송, 연예 등등)로 확대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또 생각해보고 있는 건,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기초 수학, 통계학 강의들을 갖고와서 그걸 한국어로 해설해주고 Q/A를 운영하는걸 학생들 중 누군가에게 알바로 해 보라고 하고 싶은데, 보나마나 과외비도 안 나올 것 같아서 고민이 많다.

공부하고 싶다, 공부하고 있다 말만하지, 거의 대부분은 저 위의 계량경제학 / 데이터과학 질문이라고 쓰고 Z-test라는 고교 통계학 질문하는 수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질문하는 메일이면 최소한 Hausman test나 Chow test 하면서 embedded heterogeneity 때문에 variance efficiency가 깨져나가니 달리 다른 test를 할 방법 없나…이걸 ML로 fit을 찾아서 (즉 non-linearity로 fit을 찾아서) 접근하면 heterogeneity도 모델 안에 regularization 형태로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이정도는 질문해야 나도 자존심이 안 상하지 않겠나?ㅋㅋ

근데 정작 현실은, 하다못해 연봉 5천은 될만한 인재를 뽑아서 저런 기초 강의를 맡겨야 내 입장에서도 믿음이 생길텐데, 그런 인재들한테 Z-test 답변 같은 일을 시키면 모욕 아닌가…

 

아뭏튼, 파비클래스 시즌1은 대한민국 상위 1%인줄 알았더니 사실 0.1%만을 위한 SIAI로 진화했다.

시즌2는 내 의도는 상위 10%니까 대략 대한민국 상위 5% 정도를 타겟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밑으로 내려가면 고급 교육 자체가 ‘가성비’ 안 나오는 분들일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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