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들이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관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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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위의 기사는 고려대 총장님의 조선일보 인터뷰다.

기사의 핵심은 한국 대학들이 경쟁력을 못 갖추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관치라는 주장이다.

 

인터뷰 하신 내용에 100% 동의하지만, 저 문제를 풀어내려면 단순히 교육부만 ‘간섭’을 중단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내 대학에서 주는 ‘학위’라는걸 기반으로 한 각종 ‘규제’들이 동시에 다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부설연구소를 만들려면 ‘자연계’ 출신 인력들이 기업 크기에 따라 3명, 5명, 10명 이상 있어야 한다.

병역특례를 받으려면 석사 이상 출신이 2명 이상 있어야 한다.

‘자연계’라는 걸 인정하는 것도 해외처럼 ‘Science’ 학위나 ‘Arts’ 학위냐의 구분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정한 규정이 따로 있다.

 

예전에 뽑으려던 직원 중에 해외 모 대학에서 ‘Educational Science’라는 전공으로 엄청난 수준의 Data Science 훈련이 된 분이 있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승인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물어보니 학위 인증 관련해서는 교육부에 물어보라더라.

저 전공이 ‘자연계’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니까 이번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견서를 받아오라더라.

과기부에 질의를 넣으니까 산하 기관들 이름을 몇 개 대면서 거기서 다시 의견서를 받아오라더라.

당연하겠지만 산하 기관들은 자기네들도 모르는 전공인데 ‘Education’이 들어가 있으니까 다시 교육부로 돌렸다.

교육부 관계자에게 다시 돌아가니 이번엔 그 직원 분이 졸업한 대학에서 이게 ‘자연계’ 전공인지 설명서를 받아오란다.

전공 내용 중에 수학, 통계학 모델링을 가르친 부분이 많다는 설명서를 받아오니 이번엔 번역을 해 오란다.

번역까지 해서 교육부 내의 상위부서에 승인 요청을 했는데, 결국 거절 의견을 받았다.

자기네들이 모르는 전공이라는거다.

 

기업부설연구소 설치해봐야 큰 이득이 없는 시대가 됐지만, 그래도 저 규정을 유지하고 있으면 최소한의 합리성은 갖춰야할텐데,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뭐랄까, 그냥 장난감 취급당했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라.

 

한국 대학이 왜 개혁을 못 하냐고?

꼰대 교수, 게으른 학생 등등의 수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부라는 조직이 학교의 인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정작 그 교육부가 심각하게 무능하다는데 있다.

 

관치가 문제가 아니라 무능이 문제

사실 관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왕이 독재하는 나라가 더 부강한 경우도 많았다.

고교 수준의 교과서에서도 시장 실패를 정부가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무능이다.

공무원 개개인들도 괜히 ‘매뉴얼’에 없는거 해 줬다가 처벌 받을까봐 두려우니까 아예 거북이 등껍질 속에 숨어있다.

저 칼럼의 내용대로 공무원의 무능은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모든 사업이 자칫 정치적 계산에 휘말릴 경우에 정권 바뀌면 자기는 옷을 벗어야 되기 때문이다.

평생 철밥통일 것이라는 기대로 공무원이 됐는데 연금도 못 받고 쫓겨난다?

그런 공무원은 공무원 사회에서 ‘이단아’ 취급 당한다.

 

정치권의 분쟁과 제도가 만들어낸 무능이 교육부를 지배하고 있는데,

그 교육부가 우리나라 대학들을 지배하고 있으니 뭐 하나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위의 고려대 총장 인터뷰에 나오듯이, 학생 한 명 받을 때마다 100만원 적자인데도 등록금 인상은 절대 안 된다.

미국처럼 정부가 지원금만 주고 나머지는 학교가 알아서 기부를 받건 사업을 하건해서 충당해라,

어차피 등록금을 비싸게 받으면 학생이 안 와서 결국 학교를 접겠지~ 라는 시장 근본주의적 태도는 완전히 상실된 상태다.

그 와중에 유능하게 제대로 된 정책들만 제시하면 학교들도 따라가겠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해 주는게 있나?

무슨 전공이 뜬다니 무슨 전공을 만들기 위해서 교수들 몇 명을 뽑아라~ 학생 몇 명 받으면 지원금 얼마 줄께~ 수준이다.

근데, 그 돈으로 교수, 직원 월급 주기 힘들다. 결국 학생 등록금에 의지해야할 수 밖에 없다.

 

무능한 교육부가 간섭 안 하는 대학 교육

우리나라 대학들의 AI, Data Science 교육 수준이 심각하게 엉망진창인걸보고는

이건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싶어서, 남들이 아무도 안 하니 나라도 해 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대학 만들려고 교육부에 수십? 아니 수백통의 전화를 하고 주변에 교수님들, 투자자 설득 등등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모든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교육부’를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 여권 초핵심인사와 커넥션을 만들기 전까지는 돈과 에너지만 버리는 뻘짓이라는 거였다.

 

돌아돌아 스위스라는 나라까지 찾아가서 내 AI/DS 학위 프로그램 돌려줄 대학들 조사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에 스위스에 온라인 대학으로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 거기는 정부 인가 이외에 민간 인가도 있다는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글로벌 최정상급 스위스 대학들(IMD, SFI)이 기업들이 만들어서 민간 인가로 돌아가는 대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서 대학 만들겠다고 사람 만나러 다니고 전화 돌리던 걸 다 끊어버렸다.

 

‘한국은 안 되는 나라’라는 표현을 쓰시던 분들이 스위스에 대학 만들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으시고는

고생만 하고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해외에 뚫는 방법이 있었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들이시더라.

 

저 인터뷰에서 나온대로 규제가 심한 나라들인 한국, 일본, 중국과 더불어 프랑스, 독일 같은 정부 주도적인 나라들에 있는 대학들이

하나같이 글로벌 랭킹이 나쁘거나 추락세다.

그나마 일본, 중국은 워낙 인력 수준이 좋고 외부 펀딩이 돌아가는 나라라서 버티는거고,

대학 평준화를 시켜버린 프랑스, 독일은 인재들이 먼저 해외로 탈출한다. 한국처럼.

 

요즘 내 생각은 다른 스위스 대학들처럼 외부에 사업 돌아가는 구조를 하나 더 만들어서 그걸로 학교 펀딩하고,

학교에서 길러낸 인력은 거꾸로 외부에 돌리는 사업에 투입하는 방식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거다.

사업에 투입 가능한 인력들에게는 업무 경험과 장학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몇 년 열심히 인력 키우고 자본이 더 쌓이면 FT 같은데서 달라는 광고비 줘가면서 글로벌 학교 랭킹을 만들어내는 그림이다.

 

요즘 리서치 기관이 운영하는 전문지들을 DS연구, 금융투자, 벤처투자, 정책분석 등등의 주제로 만들어서 키우는 것도,

내가 원하는 기초 훈련을 on-the-job training으로 시켜줄 수 있는 동시에, 학교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익 사업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외부 펀딩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학생들의 활동이 사업이 되어서 조직이 돌아가는 생태계가 완성되면 조직은 알아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저 수혜를 누릴 수 있는 A급 학생들 위주로 학교가 구성될테니 자연스럽게 고급 인재 위주의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

 

교육부의 갖은 요구를 다 들어주고나면 ‘따뜻한 온돌’에서 교육사업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다 들어주면서 내가 그리는 교육 방향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당신들의 요구는 틀린 교육, 잠재력을 죽이는 교육,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시키는 교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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