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스 마지막 강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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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지난 4년 가까이 운영해왔던 파비클래스를 접는다.

처음 한국와서 개발자들이 OLS 영상 하나, Neural Net 코드 몇 줄 보고는 AI 배웠다고 주장하는 꼴, 패XX캠XX라는 곳에서 Github에서 갖고 온 코드 몇 줄 가르치면서 4백만원 받는 꼴, XX School 이라는 곳에서는 Excel 파일 Python에 불러오기에만 30분 강의 시간을 때우는 어느 회사 전직 CTO라는 사람이 DS 전문가라고 우기는 꼴들을 보면서, 심지어 그런 컨텐츠 강의를 회사랍시고 몇 십억에 팔아먹으려는 꼴들을 보면서, 이런 사기꾼들을 좀 퇴치해보자고 강의를 시작했다.

꾹 참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온갖 편견, 공격, 뒷담화, 험담, 조작 등등과 싸우느라 정말 힘들었다. 별의별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 민원 고발로 우리 회사에 왔다가 머쓱해하며 돌아가는걸 겪으면서, 마케팅을 잘 한다는건 Google AdWords를 잘 알고, Naver 주요 검색 키워드를 잘 아는게 아니라, 다른 회사를 악의적으로 험담해서 깎아내리고 괴롭히는 능력, 메세지를 공격 못하면 메신저를 공격하는 그런 능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들 덕분에 이젠 만성이 됐다.

일반에 널리퍼진 2-3류 인력들의 코딩 오해, 수학 오해는 제쳐놓고, 어느 학원 투자하시는 VC가 날더러 광고비 얼마 썼냐고 묻길래 0원 썼다고 대답해주고, 교육업 하면서 광고비 안 썼다는 거짓말이 어딨냐며 안 믿길래 카드 결제 내역서 보여준 적도 있었다. 어차피 학생들이 코딩밖에 관심없고, 우리나라는 수학 이야기하면 도망가니까 그냥 코딩만 적당히 붙여서 강의하고, 문과도 다 할 수 있다며 수학 필요없다고 거짓말해서 돈 벌 생각해라며 날 생각(?)해주는 충고를 하신 분도 있었네?

그 사이에 나는 코딩만 찾는, 문과보다 수학 못하는 개발자 공돌이들이 Data Science하는건 사기라고, 꿈도 꾸지 마라고 쫓아내기만 했다.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명문대 교수가 실력 없다는 걸 숨기려는건지, 아니면 교육도 사업이라는 걸 나 같은 바보에게 알리려고 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잡대” 교수나 읊을만한 저런 말을 명문대 교수가 면접 중에 당당하게 내 뱉을 수 있는 풍토 속에 그래도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도전장을 던진 분들이 무려 500명도 넘게 다녀갔다.

한 분 한 분이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갖고 찾아오셨을 것이다.

잠깐 개인 사정으로 귀국했던 지난 3월에 파비클래스 1달 강의 듣고, 그것도 모자라 현지 시간 새벽 3시에 일어나 MSDS Prep Class까지 도전한 어느 캘리포니아의 CS박사 출신 연구원 만큼의 열정은 아니겠지만, 어느 한 분 가릴 것 없이, 수학 어렵다고 겁을 잔뜩 주는 수업을 찾아오신 분들의 열정은 다른 어떤 외화내빈 대학원에 간 분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생각한다.

광고비 0원 쓰고 조그만한 강의장에서 강의하는 이런 수업에 찾아오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심지어 복습하겠다고 동영상을 30번도 더 보기는 정말정말 엄청난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30번도 더 보셨다는 어느 박사님의 열정에 고개를 숙인다.)

찾아와 주셨던 그 열정에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또 마음을 담아 수강생 분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싶다.

기 수강생들이 여전히 답답한 현실에 부딪히고, 본인들 스스로의 이해도 낮은 탓에, 내 입장에서는 가르쳤는데 이게뭐냐는 좌절스러운 메일을 여러차례 받으면서, 이렇게 축약형 강의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으로 시스템 전반을 뜯어 고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러던 와중에, 마지막 Data Science 강의에 다녀갔던 어느 통계학 학부 졸업생의 후기를 받아 아래에 공유한다.

개발자 스타일 코딩 테스트만 보는 국내의 비참한 Data Science 현실에 좌절하고, 통계학 공부 왜 했냐는 자조적인 생각을 했던 분이었는데, 대학원에 발을 들였다가 빼면서, 좀 제대로 된 지식을 찾다가 결국엔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하더라.

하버드 들어간 천재의 7막 7장급은 아니지만, 이 초라한 교육기관 1장을 접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데 디딤돌이 되는 것 같은 후기여서, 후기 주신 분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을 부분만 공유해본다.


 

(중략)

파비클래스를 신청하기 전까지 정말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파비 블로그에 올라온 강의 후기들을 보면서 데이터 사이언스 혹은 통계학에 대한 시야가 확 트인 글들을 접할 수는 있었지만, 그건 대표님이 강조하신 학문적 토대가 잘 갈고닦여진 분들이니까 가능한 거지 시험기간 돼서 연습 문제 풀고 그걸로 학점만 챙기던 내가 과연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럴리는 없겠지만 대학교처럼 휘황찬란한 용어란 용어들을 나열해서 강의 시간에 현타가 오는 건 아니겠지, 라는 어이없는 의심도 품어봤고요ㅋㅋㅋㅋ

강의를 들으면서 정말로 저의 의심은 진짜 세상에서 1도 필요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표님은 제가 예상하는 것과는 반대로 너무 친절하시고 재밌게 강의를 해주셔서 강의에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ㅋㅋㅋㅋ

처음에는 강의를 들으면서 배운 것들을 진짜 1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복습 또 복습하고 강의 끝나고 찾아보지도 않던 학교 교재를 찾아가면서 개념을 연결하고 책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엄청 공부했습니다. 근데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대표님의 모습을 통해서 지식뿐만 아니라 학습하는 자세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예를 들면, 어떤 개념을 배울 때는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다 동원한다).

(중략)

그 뒤로는 정말 회귀분석과 선형대수학을 계속 다시 공부하면서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들었습니다. 덕분에 6강까지는 정말 흥미로우면서도 재밌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7강과 8강 내용을 수강할 때는 절반 정도는 멍 때리다가 집 가면서 “그래 역시 나는 쩌리 중에서도 개 쩌리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이 좀 났습니다..) -*옮긴이 주: 7,8강은 수리통계학 지식보다 동적최적화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대표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통계학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배우고 궁금한 내용을 마음껏 여쭤볼 수 있었던 것도 정말정말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때까지 대학교 강의에서 질문하면 왜 나대냐는 주변의 눈초리와 ‘(눈으로 쌍욕을 하면서)그건 당연한 건데 왜 물어보냐’ 혹은 ‘공부하면 알게 되는거다’ 혹은 ‘내가 지금 밥 먹으러 가야 하거든?..’ 이라는 답변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는 대표님께서 정말로 있는 그대로, 막힘없이 질문에 답변해주셨습니다. 어찌보면 제 인생에서 지적 호기심을 바로바로 충족시킬 수 있었던 첫 강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 조잘조잘 질문을ㅋㅋㅋㅋ

대표님 뿐만 아니라 같이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께도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대표님께 엑셀 파일을 보내드리면서 강의를 열심히 수강하셨던 XXX님과 맨 왼쪽에서 질문을 많이 하셨던 분께서 대학원과 취업에 관한 생각과 경험담을 많이 말씀해주셔서 망설임 없이 진로에 대한 확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분들과 또 얘기 나누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데 강의가 끝나서 아쉽네요ㅎㅎ

강의를 통해서 통계학에 대한 pride를 얻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진로에 대한 망설임도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통계학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됐고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게 됐으니까요.

(중략)


내가 그렇게 무섭고 악랄한 이미지였나?ㅋㅋ 빡치는 일이 많기는 했다 헤헤

멍청한 질문을 하면 당연히 불만을 감추기 힘들지만 (위의 장관님 짤 봐라 ㄷㄷㄷ), 고민해봐야 될만한 질문에 굳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답을 안 해 줄 필요는 없다.

아마 저 학생이 그 동안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못 받았던 이유는, (물론 좀 갑갑한 질문을 해서 교수들을 “성질이 뻗치게” 만들었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ㅋㅋ) 적어도 내가 받았던 질문들을 되새겨보면, 대부분의 경우에 가르치는 사람이 그런 깊이 or 그런 각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련해서 개인적인 일화를 공유한다.

일본인 경제학자 중에 키요타키 노부히로 라는 분이 있다. 강력한 노벨상 후보다.

좀 배운 탓에 왜 그 분이 쩌는 천재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쬐끔은) 생기기는 했는데, 그런 눈이 아예 없던 석사 첫 학기, Monetary Economics 강의하시던 때의 사건이다.

교수님이 항상 무슨 질문이건 다 즉석에서 받아치기를 하시는,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 분이다. 어떤 학생 하나가, 그런 점을 좀 악용(?)해서 평소에도 좀 딴지를 많이 걸고 수업 진도에 방해를 주는 그런 학생이었는데, 교수님이 약간은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증명을 짚고 넘어가고 있으니까, 그 날도 예외없이 또 딴지를 걸면서 왜 그렇게 증명하냐, 무슨무슨 Theorem 써서 이렇게 저렇게 증명하면 쉽지 않냐? 라고 수업 진행을 방해하더라.

갑자기 교수님이 그 쪼끄만한 몸체로 땅을 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엄청나게 큰 한숨을 내쉬더니, 그거보다 더 간단한 증명으로 이런이런 것도 있다, 근데 니네 중에 몇 명 알아들음? 나도 이렇게 짧게 설명하고 수업 끝내고 싶다ㅋ 이렇게 받아치더라. 당연히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는 우리는 입을 싹 다물고 있었다.

나중에 박사 공부하던 시절, 비슷한 주제로 쓰신 논문을 보스턴에 오셔서 발표하던 날, 일부러 기억을 하고 그 질문을 했다ㅋㅋㅋ

좋은 증명인데, 굳이 그렇게 고급 수학을 써서 단순화해버린 증명은 피하는 편이 되려 직관적인 이해하기가 더 좋다, 증명하려고 수학을 쓰는게 아니라, 나의 논리를 쌓아올리기 위해,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학이라는 도구를 빌려 쓸 뿐이다고 웃으면서 대답해주시더라.

쬐끔 수학 공부 더 했다고 깝치지마 (라는 말이다ㅋ)

발표 끝나고 사실 몇 년 전에 LSE에서 강의하실 때 이 질문을 했던 그 친구가 MIT에서 경제학 박사 공부하고 있고, 그 때 조용히 입다물고 있던 석사생인데, 괜히 아는체 좀 해서 죄송하다고 질문을 드렸더니, 웃으면서 그런 고급 수학을 기억하고 있으면 나중에 잘 써먹어라고 충고해주시더라.

수학이라는 것이 내 논리를 쌓기 위해 언어를 빌려 쓰는 것이라는 직관은 이미 그 시점에 조금은 깨닫고 있었기는 한데, 그런 노벨상 후보급의 대학자에게 들으니까 참 새로웠다.

그보다, 키요타키 교수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 건, 석사 시절 우리가 그 어떤 멍청한 질문을 해도 정말 막힘없이 바로바로 답을 주는 부분, 그것도 수학없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쏙쏙 되도록 즉석에서 요리에 양념까지 뿌려주는 설명을 해 주시는 부분, (+깝치면 더 대단한 걸로 우리의 깝침을 박살내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멍청한 질문 속에 담겨진 진짜 중요한 메세지를 뽑아내서 “꿈보다 해몽이 더 나은” 답변을 수도 없이 들려줬던 기억이 난다. (자세한 내용을 다 까먹은 나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끼리는 도대체 얼마나 이 주제로 고민을 많이 했으면 질문이 끝나자마자 바로바로 답이 튀어나오냐고 그랬었는데, 10년쯤 지나서 그 때보다 훠얼씬 더 성장했지만, 여전히 그런 레벨은 꿈도 못 꾸는 수준이라 자괴감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멋 모르고 버린 노트 복구하려고 교수님 논문을 몇 편 따라가니 앞이 까마득하다ㅠㅠ


(Note: 9,000달러? 이런 강의엔 1달러 쓰는 것도 아깝다…)

교육에 별로 뜻 없는 인간인데, 어쩌다보니 이만큼 발을 들이게 된 지라, 정말 뛰어난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서 한번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지식을 가르쳐야되는데, 그건 뭐 디폴트고)

답 없는 질문이라, 결국은 경험치가 쌓이면서 조금씩 나만의 답이 바뀔 것 같은데, 위의 통계학 학부 졸업생 강의 후기와 키요타키 교수님과의 일화를 돌이켜보면, 더 깊게 이해하려는 학습자에게 정확한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제일 좋은거 가르쳐줘

라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존경을 못 받고,

X, Y, Z라는 상황이 있으니까 어차피 안 되는 건 정리하고 K, M만 따져보고 내일까지 정리해줘

라는 교수, 아니 그런 보스는 항상 존경을 받는 것 아닐까?

운이 좋아 좋은 학교에 갔던 덕분에 여러 천재에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온다”는 꼬라지의 대학원들 가지마라고 설득하면서 만드는 대학원에서 나는 얼마나 좋은 강의를 해 줄 수 있을까?

30번도 더 파비클래스 DS강좌 동영상을 보셨다는 그 박사님이 그러시더라. 국내외에 많은 좋은 수업을 들어봤는데, 파비클래스 수업에서 다루는 내공이 너무 깊다고. 그 날도 그런 칭찬을 듣고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키요타키 교수님 생각이 나서 쪽팔리고 민망했었다. 어느 정도 급은 되면서 대학원을 만들어야 될텐데, 너무 주제를 모르고 까부는건 아닐까?

근데, 한국 공대 교수진들이 운영하는 AI대학원 프로그램들 보고 있으니까 정말 겸손해질래야 겸손해질 수가 없다.

S대 어느 과의 조교수가 세미나 중에 20년 선배 정교수에게 했다는 그 말을 그대로 해 주고 싶다

교수님, 공부 좀 하시죠? 예?

재떨이 맞으셨다더라.

피가 좀 나도, 할 말은 해야지?


2021년 5월 28일부로 파비클래스 운영을 중단하고, 기존 파비클래스 강의 중 대학원 지원자에게 가늠자가 될 수 있는 Math & Stat 기초 수업을 Math & Stat for MSDS라는 명칭으로 변경해, 대학원 지원 페이지 (PDSI – Apply)에서 제공합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 대학원 관련된 사항은 자사 운영 PDSI – EDU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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