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증원론] 국회의원 너무 많다? ⓛ 미국과의 비교

미국 의원 1인당 인구수 62만 명, 한국 의원 1인당 인구수 17만 명 유권자 수에 비해 의원이 적다면 권력은 적은 만큼 반비례해 과중해져 국회 감축론, 계속 주장되지만 막상 실현되고 있지는 않아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이용해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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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김기현 당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회의원 정수를 350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정수를 늘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더불어민주당이 왜곡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상적인 제도로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인건비 예산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늘리는 안들이 나오고 있다. 80~90% 의원들이 동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달 22일, 김 의장은 국회의원 정수를 50명 늘리자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정개특위가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21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이 참여하는 국회 정개특위에 참가해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여당이 ‘의원 정수 확대 불가’ 방침을 천명하면서 논의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처참한 대일 외교 대응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여당은 야당의 의원 정수 확대 제안을 공격하며 여론 반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9대 국회에서 의원 정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릴 때 선거구 획정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회법과 선거법은 의석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것을 전제로 개정됐다가 다시 299석으로 줄였다.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다른 의원들도 299석으로 돌아가지 않고 330석으로 늘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지만, 이 역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것이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정개특위에서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국회는 의원 정수를 전혀 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소선거구제에도 문제가 있으니 중대선거구제로 파벌 정치를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의원정수를 50석 늘리는 두 가지 안을 통과시켰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제 폐지와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를 최소 100명 이상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 의장은 “한국은 심각한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을 겪고 있지만 국회는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여당의 입장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여러 법안을 상정해 개별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도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며 “우리 의원들도 반대하는데 왜 의원정수 확대에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 감축 논쟁

국회의원 정수 감축은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정치인들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고 자주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거의 이행되지 않았고 이 논쟁은 특정 시기마다 계속해서 재점화되고 있다. 대부분 대선, 국회의원 선거, 당내 경선 등을 앞두고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에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2년 10월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대선 후보는 국회의원 100명 감축을 요구했다. 안 후보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그해 12월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원 정수 축소를 초당적 합의로 제안했지만, 대선이 끝난 후 흐지부지됐다. 2017년 2월 당시 바른정당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줄이는 안을 공론화했다.

그해 3월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이인제 후보가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같은 달 이경태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비례대표제를 현행대로 폐지해 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주장한 바 있다. 2019년 11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270명으로 줄이겠다”라고 말했고, 지난해 9월 홍준표 당시 대선 후보도 비슷하게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20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재원 의원의 모습/사진=국민의힘

이제 2023년, 김재원 의원은 “헌법 제41조 2항은 ‘국회의원의 정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헌법 제41조 2항은 ‘국회의원의 정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명 이상’은 최소 200명에서 최대 299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현행 국회의원 300명도 위헌이다. 하루빨리 299명 이하로 개정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은 1988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사, 1990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인물이다. 이상과 미만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에 배우는 개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를 나온 정치인이 왜 초등학생도 배우는 개념을 끌고 와 호도하고 있을까. 정치인들은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회의원 감축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국회의원에게 할당될 권리는 한정되어 있고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이 파이를 더 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 국회의원 증원이 말뿐인 이유다.

정치인들은 정치에 대한 반감을 이용하기 위해 국회의원 감축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구호’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왔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과 ‘논의’는 없다. 반복되는 역설은 수십 년 동안 공허한 약속으로 활용되던 국회의원 수 감축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증거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공정한 대표성과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가 좀 국회의원이 너무 많습니다”

올해의 ‘국회의원 감축론’은 지난 1월 16일 조경태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당시 공약으로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조경태 의원은 “미국 같은 경우에는 유권자 수 63만 명당 1명이라면 우리는 아마 16만 명. 17만 명당 1명이기 때문에 미국 기준으로 하면 우리는 82명이면 되거든요”라고 말했다.

최경태 의원은 양국의 인구를 고려할 때 한국의 입법부 의원 수는 82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당한 주장일까. OECD 국가들의 의원 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의원 1인당 인구수에서 4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의원 1인당 인구수 75만4,574명으로 1위, 2위 멕시코, 3위 일본, 그리고 4위가 한국으로 의원 1인당 인구수 17만2,384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의 국회의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통념에 부합하는 듯이 보인다.

먼저 한국과 미국의 정치 체제의 차이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단원제 의회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국회는 30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반면 미국은 하원과 상원으로 구성된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원은 435명, 상원은 100명으로 총 535명의 의원이 미국 의회에 소속되어 있다. 미국 인구(3억 3,200만 명)와 한국 인구(5,100만 명)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국회의원 수가 더 적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입법 기관은 인구 규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입법 기관의 규모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표성이다. 포드햄대학교의 ‘하원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와 오늘날의 의회가 이를 실현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연구는 미국 인구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하원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 하원의원은 한 명당 약 76만 명의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국회의원은 약 17만 명의 국민을 대표한다. 이는 한국 의원들이 미국 의원들보다 유권자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더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선거구의 특성이다. 한국의 인구는 인종과 문화 측면에서 비교적 동질적이지만, 미국은 다양한 욕구, 가치관, 우선순위를 가진 다양한 인구가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미국에서는 다양한 집단을 적절히 대표하기 위해 더 많은 수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원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와 오늘날의 의회가 이를 실현하는 방법”

포드햄대학교 보고서에서 저자들은 민주적 대표성, 대응력, 전반적인 거버넌스의 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하원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이유를 설명하며 하원의원을 593명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이 숫자는 정치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공식인 큐브근 법칙(Cube Root law)에 따라 계산한 결과로, 한 국가의 입법 기관의 규모는 대략 인구의 세제곱근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근거로 한다.

저자들은 현재 43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의 규모가 미국 인구에 비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각 의원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선거구를 담당하게 됐고, 이에 따라 각 의원이 더 많은 사람을 대표하게 되면서 민주적 대표성이 감소해 유권자들이 선출직 공무원에게 접근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각 의원이 더 적은 수의 관리 가능한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게 되어 민주적 대표성이 향상된다.

무엇보다 의원 수를 늘리면 새로운 후보가 정계에 진출할 기회가 더 많아져 정치적 경쟁이 촉진된다.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의석수가 늘어나면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후보자들이 출마할 기회가 많아져 더욱 활기차고 경쟁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현직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유권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또한 하원의 규모가 커질수록 대중의 요구와 관심사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선거구가 작아지면 의원들이 유권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 그들이 대표하는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 또 하원이 더 커지고 더 다양한 대표로 구성되면 미국 인구를 보다 잘 반영하게 되어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의사 결정 과정에 더욱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반영하여 균형 잡힌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하원의 규모가 커지면 정치에서 자본의 영향력도 줄어든다. 선거 비용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버거운 규모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거나 상당한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후보자는 실질적으로 경쟁하기 어렵다. 대표자의 수를 늘리면 각 대표자가 더 작은 지역을 담당하게 되어 유권자에게 다가갈 때 한층 적은 자원이 필요하므로 성공적인 캠페인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후보자들도 경쟁력 있는 캠페인을 운영하기가 쉬워져 한층 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

더불어 하원의 규모가 커지면 개별 의원의 업무량이 줄어들고, 입법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거버넌스도 개선된다. 현재 하원의원은 한 명당 많은 선거구를 담당하고 있어 유권자 대변 요구와 입법 책임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러나 하원의 규모가 커질 경우 의원들이 입법안 작성과 정책 토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 거버넌스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적정 국회의원 수를 향한 논의

이처럼 적정 국회의원 수는 단순한 1차원적 수치 비교로 갈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경태 의원의 미국과 한국 비교는 한국 국회 규모에 대한 논의의 흥미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단순화된 주장이다. 입법 기관의 이상적인 규모를 결정하기 전에 대표성, 다양성, 정책 결정의 효율성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다른 나라의 모델을 단순히 따르기보다는 한국 고유의 정치, 문화, 사회적 맥락에 따라 최적의 의원 수를 결정해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국회와 지방정부에 의원들이 충분히 있어 시민들이 동사무소에 가듯 쉽게 의원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민원 수요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민원 시설이 있는 것처럼, 지역, 지역, 국가 등 다양한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들의 네트워크가 촘촘히 구축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국가에 대한 우려 사항이 있을 때 쉽게 의원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치인들이 더 흔해져야 한다.

의원들의 네트워크가 더 광범위해지면 개인이 자신의 우려를 표명하기가 더 쉬워지고, 정치인은 유권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기가 더 쉬워진다. 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지방자치 의회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이는 전국의 모든 동사무소를 폐쇄하고 국회의사당에서 모든 민원 수요를 처리하도록 하자는 것과 비슷하다. 조선시대로의 회귀다. 신문고를 울리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서울로 찾아오란 소리다. 동네마다 동사무소가 있어도 일 처리가 원활하지 않은데 서울에만 신문고를 둔다면 그 폐해가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위와 같은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주요 선거 또는 당내 경선 시기와 맞물려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이러한 요구는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이용해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이러한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논의는 사라진다. 국회의원이 적을수록 국회의원 개개인이 갖는 특권은 늘어난다. 유권자 수에 비해 의원이 적다면 권력은 그에 반비례하게 커진다. 국회의원 증원 문제는 단순히 국회의원이 싫다거나, 세금이 아까우니 그 수를 줄여야 한다는 등의 저급한 감정적 배설이나 즉각적 반감에 근거해서 논의될 만한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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