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속 치러진 전원위원회, 선거제 개편 필요성에 초당적 공감대 이뤄

더불어민주당은 소선거구제, 국민의힘은 도농복합선거구제 선호 비례대표는 권역단위 및 개방명부형 투표방식에 공감대 형성 바람직한 선거제 개편 위한 5개 방향성 및 선거제도 9개 결합요소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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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전원위원회 질의·토론 결과, 대표성·비례성·다양성 제고, 지역주의 완화, 지역소멸 대응 등 선거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소속 정당을 떠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앞서 3월 21일 열린 『선거제개편안·전원위원회 운영계획 정책설명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선거제 개혁을 정개특위 위원 몇 명이 결론 내기는 어렵다”며 “선거제 개혁은 국회의원 자신들이 참여할 경쟁의 룰을 만드는 작업인 만큼 300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전원위원회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의장의 제안에 따라 여야가 전원위원회 개최에 합의하고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전원위원회 질의·토론이 진행됐다. 질의·토론에는 여야 의원 총 100명(민주당 53인·국민의힘 38인·비교섭 9인)이 나서 △지역구 선출방식 △비례대표 선출방식 △비례대표 투표방법 등에 대해 각자의 소신을 밝혔다. 국회방송과 지상파 3사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원위원회 질의·토론의 전 과정이 생중계되었으며 유튜브 기준으로도 수십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의 진솔한 토론에 대해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다수의 의원이 자유롭게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 비방·야유 없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도 나온다.

정당별 선거제도 선호유형

국회에서 여야 의원 100명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소선거구제(39.6%), 자유한국당은 중대선거구제(44.7%)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방형 명부제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비례대표제는 권역별 정당명부제(48명 찬성)와 오픈리스트제(14명 찬성) 도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구체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권역별 (준)연동제(56.6%), 공명당은 전국 병립형 비례대표제(42.1%)를 선호했다. 두 정당 모두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의원 정수와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비교섭단체는 비례대표 확대를 요구한 반면, 국민의당은 국민 여론을 고려해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개특위는 나흘간의 질의와 토론을 거쳐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선거제도 개선 결의안 수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어 소위원회, 실무협의체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구성하여 개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의결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금까지는 토론의 시간이었고 이제 협상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말하며 “전원위원회에서 나온 의원님들의 고견을 잘 수렴해서 늦어도 6월 안에 여야가 함께 합의할 수 있는 수정안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당뿐 아니라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선거제도 개혁안

앞서 정개특위는 지난 3월 22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결의안에는 세 가지 안이 포함되어 있다.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개방형 명부제 + 전국구 및 병립형 비례대표제(2안)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3안). 모든 개혁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반영하는 선거제도이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권역별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을 반영하는 선거제도다. 정당 득표율의 50%만 연동하기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른다.

2안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 수는 현행 중대선거구제를 준용하여 4인 이상 7인 이하의 의원으로 한다. 오픈 리스트 제도에서는 각 정당이 무순위로 후보자 명단을 제출하고 유권자는 정당과 해당 정당이 추천하는 후보자 중 한 명을 선택하여 정당란과 후보자란에 각각 기표한다. 지역구 의석 배분은 각 정당의 득표율에 지역구 의석수를 곱하여 계산하며, 정당에 배분된 의석 범위 내에서 후보자의 득표 순위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현행과 같이 전국 단위로 선출하되, 의석 배분은 현행 준연동형에서 병립형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1안은 한 지역구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 수를 3명 이상 5명 이하로 하는 중대선거구제를 기본으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은 기존의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닌 권역별-지역별 선거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다. 3안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단, 비례대표는 현행 전국 단위가 아닌 6개 권역별로 배분한다.

지난한 합의 과정 예정

의원들은 정개특위 결과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영주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정당과 정파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던 선거제도 개혁을 공론의 장에서 함께 논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정개특위의 의미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개특위에 대한 의원들의 기대도 없고 국민들의 호응도 없다”며 정개특위를 비판했다. 그는 “제도는 무질서한 의견에 질서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당대회를 통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전원위 논의는 실패했다”며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말의 잔치”라고 비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르면 다음 달 초 단일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일 법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김 의장은 KBS ‘뉴스 9’에 출연해 ‘5월까지 단일안 마련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5월 말까지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늦어도 6월까지 하면 현행법의 여러 제약과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 사무처는 선거제 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4월 22일 국회에서 청년과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선거제 개혁 토론회를 개최하고, 5월에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치부 기자 96.2%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 공감

한편 국회의장실은 정개특위 활동 기간 중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웹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국회의 선거제도 논의 과정을 취재해 온 정치부 기자(1,150명)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609명(응답률 52.96%) 중 56.5%가 선거제도 개편이 ‘매우 필요하다’라고 응답했으며, 39.7%가 ‘대체로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96.2%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는 비례성 강화(23.0%)와 대표성(13.1%)보다는 정치 양극화 해소(67.5%), 인구의 다양성 반영(49.9%), 정책 경쟁(46.5%)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이는 현행 선거제도로 인한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나타낸다.

이번 설문조사의 주요 시사점 중 하나는 응답자의 96.2%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만큼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정치 양극화 해소, 인구의 다양성 반영, 정책 경쟁 촉진 등이 주로 꼽혔다. 이러한 결과는 모든 개혁 노력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함을 보여준다. 또 다른 주요 결과는 대도시의 중대선거구와 농어촌 및 소도시의 소선거구를 결합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지역 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중심으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합의를 이룬다면 모든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의미 있는 선거 개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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