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기후변화, 접경’ 등 한반도 미래를 위한 전략,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 남북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연합적 제도화 남북이 우선적으로 통합할 영역은 ‘언어·문화, 기후변화, 접경’ 등 미래연 “중장기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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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미래연)이 지난달 31일 ‘한반도 중장기 미래전략: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를 발간하며 남북관계의 중장기 미래전략으로서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 개념을 제시하고,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목표 실현을 위해 정책영역별로 차별화된 접근법을 제안했다.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의 의미와 중장기 미래전략의 필요성

연합적 거버넌스란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연합적 제도화와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협의주의적 거버넌스 두 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때 연합적 제도화는 지방정부의 주권을 유지하면서 상위 중앙정부에 일정한 권한을 공유하는 제도적 측면을, ‘사람들의 공동체’는 정부뿐 아니라 다양한 비정부 민간 행위자와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포괄적 거버넌스의 측면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합적 거버너스는 과거 유럽연합(EU)의 독특한 역사적 산물로 EU가 장기간에 걸쳐 통합될 수 있었던 기반을 제공했다.

미래연은 한반도 역시 이러한 연합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부연구위원은 “탈냉전기 민주화 이후 통합 노력의 진전과 퇴행을 반복해 온 남북이 연쇄적인 대립 관계에서 벗어나 비적대적 관계로 돌아서기 위해선 적어도 공동의 협력공간, 상호 중립지대 및 신뢰구축의 영역을 상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나아가 남북이 통합을 전제로 하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하나의 상위의 단위, 통합적 정치체에 대한 상상 즉, 연합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연이 제시한 한반도 연합적 거버넌스는 한반도 단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미래를 위한 방법론이다. 특히 남북한 두 개의 정치적 단위뿐 아니라 남북한 내 하위 단위, 외부 주변국들의 층위에서 어떻게 공존을 제도화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 결국 이는 한반도에서 통합적 정치적 단위를 구성하는 제도화와 더불어 한반도의 사회·문화적 공동체성, 새로운 정체성 등을 구성하는 문제와도 연관돼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 우선순위와 중장기 전략

미래연은 13개(안보, 법제도, 경협, 공동연락사무소, SDGs, 보건, 복지, 교통, 해양, 접경, 기후변화, 언어, 블록체인) 정책 영역에서 한반도 연합적 거버너스와 관련한 미래전략을 단기(2022~2027)와 중장기(2022~2037) 전략으로 구분해 제안했다. 특히 한반도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높고 낮은 정치화 위험 등이 특징인 ‘언어·문화’, ‘기후변화’, ‘접경’ 등을 가장 먼저 통합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언어·문화 영역에선 단기적으로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 사업 지속하며, 장기적으론 지난 2005년 공동편찬 시작한 편찬사업을 완료 및 출판하는 것이 쟁점이다. 해당 사업의 통합 노력을 토대로 남북한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다양한 하위단위를 포괄하는 공동정체성 창출에까지 기여한다면 향후 연합적 거버넌스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영역에선 기후변화 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남북한 접촉 교류협력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단시간 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 관점에서는 한반도 내 기후테크 이전을 통해 기후협력에 대한 연합적 거버넌스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장단기적 전략은 기후변화를 한반도 공동의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석적 전환이 필요함에 따라 파리협정 다자적 협력체계와 같은 글로벌 기후협력 메커니즘을 참고·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접경 영역에선 양국 간 긴장을 예방하고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DMZ 국지전 도발 예방을 위한 단기적인 전략과 더불어, DMZ 접경 해양을 중심으로 항만 등의 특정 시설을 구축하는 장기적 전략을 통해 공동 자원·환경관리 및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연합적 거버넌스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지리적 인접성 측면에서 상호보완적 이익을 갖는 접경 지역사회의 분리보다는 거주민들의 선호를 바탕으로 지자체 단위의 주도의 협력 사업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국회미래연구원

미래전략에 대한 평가와 의의

미래연이 제시한 정책영역별 단기 및 중장기적 전략과 접근은 향후 한반도에서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매우 다양한 양태와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령 경제협력 및 교통 분야의 진척이 더디더라도 언어·문화, 기후변화 영역에서의 협력, 공동대응이 심화될 수 있으며 나아가 접경, SDGs, 보건·복지 협력 등 영역·이슈 간 통합을 연계하는 경로 또한 발전시킬 수 있다.

물론 당장 군사·안보적 긴장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상호연결을 강화하고 상위 공동체를 상상하는 연합적 거버넌스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정책영역별 경로를 예비하는 것은 미래의 평화적 관계, 통합의 형태를 결코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속도와 순서를 나타내는 경로들을 통해 다다르는 과정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접근은 미래의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예비할 것인가’와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와 동시에 남북 관계뿐 아니라 나아가 지역사회 및 국제환경을 포괄하는 다층적 수준을 강조하는 점도 남북이라는 이분법이 아닌 복합적인 한반도 관계를 이해하도록 이끌 수 있다.

다만 이번 미래전략 가운데 향후 20년 내 우리나라가 직면할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국가 차원의 과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은 보완해야 할 요소로 보인다. 현재의 청년세대와 미래의 청년세대가 바라는 ‘선호미래’와 ‘회피미래’ 간 괴리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50년 청년세대에겐 적어도 저출산·고령화와 관련해 인구 감소 속 세대 간 갈등과 뒤바뀐 국제적 지위 등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시민들이 선호하는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미래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는 미래연의 주장처럼 미래세대가 직면할 문제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과정도 한반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첫 단추에 포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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