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에 제3노조까지, ‘논의’에 발목 잡혀 멈춰선 서울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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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노조 '시한부 파업' 선언, 구조조정 관련 협상 최종 결렬
인력 자르겠다는 공사와 증원하라는 노조, 2022년 파업 되풀이하는 양상
"구조조정은 하되, 신규 인력은 채용해라" 제3노조 주장으로 논의 혼란 가중

서울특별시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임금·단체협약을 둔 노사 간 막판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파업을 단행하게 됐다. 

노사 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소위 ‘MZ노조’로 불리는 제3노조 ‘올바른노조’는 노사 양측에 대한 비판의 의견을 펼치고 있다. 사측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수순이나, 차후 신규 채용은 이어가야 한다는 중도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각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관련 논의는 미궁에 빠졌다.

인원 감축 관련 협상 결렬, 노조 ‘시한부 파업’ 단행

지난 8일 명승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사 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일부 변화된 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공사는 인력 감축·안전 업무 외주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정년퇴직 인력도 채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9일부터 10일 주간 근무까지 일시적인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해 파업 이후 국민 여론이 악화했다는 점을 고려, 총파업 대신 ‘시한부 파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16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다. 특별수송 기간이니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며 “수능 이후까지 회사 측이 (입장) 변화 없다면 2차 전면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정원 감축을 포함한 경영 혁신안이다.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회사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26년까지 정원의 13.5%(2,212명)를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8년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후 공사의 재정난이 심화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조는 상시·지속성이 있는 업무, 안전 관련 업무 등의 고용을 외주화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인원 감축에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노조의 협상 결렬 선언 후 서울시는 곧바로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이용 인원이 많은 2·3·5호선에 비상대기 열차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미참여자·협력업체 직원 등 1만3,500명을 투입해 지하철 수송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시내버스 배차량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출근 시간대에는 열차를 100% 운영하고 퇴근 시간대는 평상시의 87% 수준으로 운행하기로 했다. 전체 지하철 운행은 평시 대비 82%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노조도 공사와 체결한 필수유지업무 협정(쟁의행위 기간에도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따라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년 연속 파업 돌입, 쟁점은 ‘구조조정’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 단행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 재개에 따른 인력 충원에 합의한 바 있다. 지하철 운행 종료 시각을 오전 12시에서 1시로 연장하면서 승무원 209명을 증원하고, 육아휴직 등 장기 결원 인력 90명을 2022년 내로 충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행된 것은 일부뿐이었다.

오히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1,5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노동조합에 내밀었다. 현장 인력 증원·충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로 정원의 10%를 감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노조의 반대로 △인력 구조조정 시행 유보 △장기 결원 인력 충원 등 기존 합의 사항 이행 △승무 인력 증원 등을 두고 협상이 벌어졌으나, 최종적으로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는 파업에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2인 1조’ 근무와 안전운행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준법투쟁을 시작했다. 같은 날 코레일이 속한 철도노조도 준법투쟁에 돌입하며 코레일과 공동 운영하는 1·3·4호선을 중심으로 운행 지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준법투쟁을 마무리한 노조는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에 본격적인 파업을 단행했다.

어느 편도 안 든다, 독립적 의견 개진하는 ‘MZ노조’

한편 이번 파업 사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동조합 ‘올바른노조’, 일명 ‘MZ노조’다. 올바른노조는 지난 2021년 8월 결성된 뒤 양대 노총에서 청년층 조합원을 흡수, 올 4월 서울교통공사 근로자 대표를 배출한 바 있다. 현재 기존 1·2노조가 구성한 ‘연합교섭단’에 불참하고 독립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바른노조는 공사와 교섭단의 협상 결과에 따라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없어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올바른노조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공사 양대노조의 파업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단체행동’이라는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 참여한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정규직이나 다름없는 무기계약직이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돼 갈등을 일으키고 조직의 비효율화를 초래했다”며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편입으로 인해 공사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기존 핵심 직렬 인원이 감소해 비효율화가 심화했다는 의견이다.

사측의 경영 실태와 문제점도 동시에 지적했다. 구조조정은 찬성하지만 신규 채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송 위원장은 “비효율 분야의 일반직 전환에 따라 정원이 비대해지면서 시민 안전 필수 인력 분야는 인원이 부족해 현장에 많은 고충이 따른다”며 “불법적으로 전환된 분야 모두를 자회사로 이관하고 신규 채용은 지속해달라”고 촉구했다.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MZ노조’와 투쟁에 중점을 두는 기존 노조, 구조조정을 원하는 공사 등 각 측의 대립이 꾸준히 심화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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