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 사용? 우릴 억지로 엮으려는 모략”

북한 “이스라엘 공격한 무기, 우리 거 아냐” F-7 로켓 수차례 포착에 58식 자동장전소총까지 러시아와 공공연히 무기 거래, 하마스와는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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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이스라엘 방위군

북한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북한산 무기를 사용한다는 의혹에 직접 반박했다. 북한이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무기를 공급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왔지만 이에 대한 반박은 이례적인 일로, 국제사회의 비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국제문제평론가 리광성이 작성한 ‘현 중동사태는 미국의 더 큰 전략적 패배를 예고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 행정부의 어용 언론단체들과 사이비 전문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북조선제 무기’들이 사용됐다는 무근거한 자작 낭설을 퍼뜨린다”고 보도했다.

북한 “우리가 ‘협박외교 전략’ 구사한다는 엉터리 여론”

이번 논란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 정부 산하 언론기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하마스 군인이 등장한 영상에서 북한제 F-7 로켓이 포착됐다고 보도하며 시작됐다. 문제가 된 로켓은 85㎜ 포를 가진 로켓추진식 수류탄(RPG)으로, 그간 중동지역에 많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12일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하마스로부터 빼앗은 무기 중에서 북한제 F-7 고폭발파편탄 로켓이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논란을 가속했다. IDF가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가자지구 주변 정착촌에서 벌어진 하마스와의 전투에서 빼앗은 무기들 가운데 F-7으로 추정되는 무기가 재차 포착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 등이 북한과 이번 사태를 억지로 연결하려는 ‘흑색 모략선전’이라는 입장이다. 리광성은 “미국 등이 우리가 지역 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협박외교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엉터리 여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의 근원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비법적으로 강점한 동맹국을 공공연히 두둔하며 가장 반동적인 대중동 정책을 추구해 온 미국에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내린 결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북한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은 “팔레스티나(팔레스타인)와 이스라엘 사이의 대규모 무장 충돌은 팔레스티나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범죄행위의 결과로, 국제사회는 이번 유혈 충돌을 종식시킬 수 있는 근본적 출로로 팔레스티나 독립 국가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노동신문은 무차별적인 공습에 대해 보도하면서도 선제공격 주체는 거론하지 않았다.

로켓과 소총, 이란 거쳐 하마스 군인들 손에

일각에서는 하마스가 문제의 로켓 외에도 여러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엔알젠젠 존스 호주 무기연구서비스(ARES) 국장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검토한 다른 사진에는 북한의 58식 자동장전소총으로 추정되는 무기를 장착한 무장 세력을 볼 수 있다”며 “북한제 무기는 과거 이란이 무장단체에 제공한 금수품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58식 자동장전소총은 소련의 AK-47을 토대로 북한이 개발한 총기다. 로켓에 이어 소총까지, 북한에서 만들어진 무기들이 하마스로 흘러 들어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존스 국장은 북한제 무기들이 이란을 거쳐 하마스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과 함께 이슬람 시아파 국가로 꼽히는 이란은 오랫동안 하마스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존스 국장은 “북한제 무기는 하마스 이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지하드와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 등 다수의 무장 세력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례적 입장 표명 북한, 국제사회 비판 의식했나

북한이 의도치 않게 ‘글로벌 무기 공급상’이란 수식어를 얻게 된 데는 러시아와의 거래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을 맞아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방북 일정 중 북한의 자주포와 탄약 등을 대량 구매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가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제시한 대북 무기 구매 목록에는 PPSh-41 기관단총과 RPD 덱탸료프 경기관총, 중국제 AK-47인 56식 소총 및 탄약 등이 포함됐다.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무기 대부분은 개발된 지 약 70년 이상 지난 것으로, 북한 비상비 전력인 노농적위군에 주로 보급되는 무기다. 러시아는 이 외에도 전차포탄을 대량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구형 무기와 탄약, 포탄은 대부분 구소련에서 기술과 장비를 이전받아 생산돼 러시아제 무기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북-러의 무기 거래가 러시아의 무기 부족과 북한의 외화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노후 무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가로 식량 등을 지원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타격을, 북한은 자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맞잡은 셈이다.

당시 북한은 8월 한미일 정상회의와 연례 한미 연합군사연습(UFS), 9월 자국의 정권수립일 등 주요 일정을 앞두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에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현재로서는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의혹에 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하마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0일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재정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하마스를 지원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의도치 않게 하마스의 지원군이 된 북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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