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美 하원의장 전격 해임, “셧다운 위기 속 미래 불투명해져”

‘자신만만’하던 매카시 하원의장, 결국 불명예 퇴진 공석된 하원의장, 정국 혼란 속 경제 위기 안갯속으로 국채 발행 한도 두고 공방 벌이는 美, ‘셧다운’ 위기 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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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사진=United States House of Represntatives

미국의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임시예산안 처리 논란 속에 전격 해임됐다. 하원의장이 해임된 건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매카시 의장 해임으로 미 의회 파행이 불가피해지면서 연방정부 업무 정지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하원의장 ‘해임’

미국 하원은 3일(현지 시각) 전체회의를 열고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이 채택된 건 미국 의회 23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일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고, 이날 투표에서 그를 포함해 반란을 주도한 공화당 의원 8명과 208명의 민주당 의원이 가세해 찬성표를 던졌다.

매카시 의장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여왔으나, 이날 해임결의안 표결이 찬성으로 끝나면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221석으로 민주당(210석)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이탈해 민주당과 연합할 경우 언제든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의장이 해임된 배경은 임시예산안 처리 논란이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달 30일 연방정부 업무 중단(셧다운) 위기 속에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새롭게 제안해 가까스로 미국 상·하원에서 처리한 바 있다. 임시예산안엔 공화당 강경파에서 요구해 왔던 대폭적인 삭감안 및 강경한 이민정책 요구사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에서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제외하는 대신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난지원예산 증액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만을 품은 공화당 강경파들이 같은 당 소속의 매카시 의장을 불신임하며 취임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미국 하원에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제출된 건 조지프 캐넌(1910년)·존 베이너(2015년) 하원의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지만, 실제 해임은 이번이 최초다.

하원의장 공석으로 미 의회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특히 의회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하원은 지난달 30일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일시적으로 미뤘지만, 전례 없는 하원의장 해임으로 공화당 강경파들의 반란이 성공한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이 본예산 협상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카시 의장 해임을 주도한 게이츠 의원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 전액 삭감 등 내년도 예산의 대폭 감축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예산안 결정과 관련한 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미봉책’ 임시예산안 재구축 이뤄지나

한편 일각에선 이번 매카시 의장 해임 사태로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 임시예산안에 대한 대대적인 재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도 한다. 셧다운 위기를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에는 내달 17일까지 연방정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해 집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안길 수 있는 위기를 막았다”고 평했으나, 임시예산안 통과로 미국 셧다운 위기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건 아니다. 특히 공화당 측의 불만이 커지면서 정국 불안이 초래됐다.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기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오는 11월 중순까지 연방정부 예산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을 추가해 사실상 민주당과 손잡는 모양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번 협상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 지원 예산 160억 달러(약 22조원) 증액은 수용됐으나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240억 달러(약 32조원)는 반영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이 제지받도록 할 수는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우려되는 건 예상되는 바였다.

사진=pexels

세계적 영향력 행사하는 美, 앞으로의 전망은

다만 미국의 임시예산안 처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미 연방정부dml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도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될 수밖에 없고, 이는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AAA)’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가 지난 25일(현지 시각) 보고서에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미 의회에 압박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남의 일이 아니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1년째 국회서 공회전 중인 가운데 나랏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빚을 내더라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자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는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이 직전 거래일보다 2.17%(1.97달러) 하락한 88.82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런던선물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 역시 직전 거래일보다 1.62%(1.49달러) 하락한 배럴 당 90.71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기채 공급량이 과다함에 따라 미래 경기 위축이 심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국의 경제 상황은 국제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미 정부가 국채 발행 한도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매카시 의장 해임 사태가 향후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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