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에 90조원 쏟는 일본, 韓 스타트업에도 일본은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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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 추진
은행, 기관들도 잇따라 투자, 스타트업에 쏠리는 뭉칫돈
국내 스타트업 39% "일본 시장 진출했거나 고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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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스타트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현지 은행 및 글로벌 벤처캐피털들의 자금이 스타트업으로 모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창업 규제도 완화함에 따라 한국 스타트업들의 일본 진출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 10조 엔 투입해 스타트업 육성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2022년 말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자국 스타트업 10만 개 설립, 10조 엔(약 89조원) 규모 투자, 유니콘 100개 육성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달부터는 일본정책금융공고(JFC)가 스타트업 대상 무담보 대출 한도를 2배 넘게 올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혁신 박스 세제’도 새롭게 도입됐다. 이달 이후 취득한 인공지능(AI) 관련 라이선스 소득에 30%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외국인 창업 규제도 완화했다. 그간 외국인이 일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통상 사무실과 2명 이상의 상근 직원, 500만 엔(약 4,430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기본 조건으로 갖춰야 했다. 매출액이 적은 스타트업엔 어려운 조건이란 불만이 나오자 이 제도도 바꿨다. 사무실이나 출자금 등의 조건이 없이도 사업 계획이 인정되면 어디서나 2년간 체류할 수 있도록 요건을 낮춘 것이다. 지난해 4월 신설된 특별고도인재 비자는 전문 해외 인재에게 곧바로 5년짜리 비자를 내준다.

일본의 대대적인 정책 변화는 글로벌 IT 산업의 거대한 흐름에 더 이상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과거 일본의 저조한 IT 투자는 세계적 추세였던 디지털 전환의 시기를 놓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998억 달러(약 270조원)였던 일본의 IT 투자액은 20년 후, 되려 1,757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은 4,195억 달러에서 7,834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과 상반된다. 미국과 일본 간 격차는 2000년 약 2.1배에서 2020년에는 약 4.5배까지 확대됐다.

전 세계 스타트업계 돈줄 끊겼는데, 일본은 반대 현상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자 은행 및 기관들도 잇따라 투자 계획을 내놓는 등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우체국은행인 유초은행은 지난해 7월 “전국의 신생 스타트업에 1조 엔(약 8조8,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3대 메가뱅크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같은 달 20일 “100억 엔(약 886억원) 규모 펀드를 1차로 조성해 스타트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스타트업계에 돈줄이 끊겼다는 곡소리가 나오는 와중에 일본에선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안정적인 직업을 떠나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공무원을 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옮겨간 직원 수는 전년 대비 4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뿐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대기업 인력도 급증했다. 주요 스타트업 76곳의 평균 연봉이 지난해 처음으로 700만 엔(약 6,203만원)을 돌파하면서다. 닛케이는 “엘리트 공무원의 스타트업 이직은 일본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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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코퍼레이션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 스타트업들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본격화하면서 한국 스타트업들도 일본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39%는 일본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동남아시아(56.5%)와 북미(51.9%)에 이은 세 번째 순위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경제 선진국으로서 비즈니스 여건이 마련된 시장이라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낸다면 폭발적인 수요가 전망되는 곳”이라며 “물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비슷해 국내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과 일본 시장의 교류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일본 시장에서 기술 중심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수요가 적었고 이에 따라 진출도 미진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최근 국내 스타트업들은 일본에서 사업을 전개하면서 성과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인원 AI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2018년 일본에 진출해 매출의 25%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할 만큼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채널톡은 현지 브랜드들과 협업해 1만6,000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실시간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 운영사 스푼라디오도 비슷한 시기 일본에 진출, 지난해 약 50만 명의 일본 이용자를 확보했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2020년 말 일본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서비스를 출시, 일본 사업 2년 만인 지난해 6월 기준 한일 통합 이용자 규모는 이전보다 60배 이상 증가했다. 확보한 전체 병원의 37.5%에 해당하는 1,200곳이 일본 현지 병원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펼치면서 일본 시장과 국내 스타트업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원티드랩의 일본 자회사 원티드재팬은 채용 플랫폼 운영과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정착을 위한 브릿지인재(양국 이해도가 높은 인재) 채용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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