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해진 북러 관계에 중국도 가세할 가능성 높아, 한반도 긴장 강화되나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 러시아 정상회담 후 군사·우주 시설 집중 시찰 북한은 돈과 석유와 국제사회 영향력을, 러시아는 무기 얻어내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 분명해질 듯, 안보 위협 증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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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성사된 북러 정상회담이 양국의 관계 개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외교 전문가들은 양국 간 무기 거래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동맹까지 강화될 경우 국제사회에 미칠 북·중·러의 악영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러시아 “북한은 우리의 이웃” 양국 관계 개선 가시화

20일(현지 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북한과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킬 전망이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같이 말하며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했으며 푸틴이 이를 수락했다고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북 일정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평양을 떠나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러시아 극동 지역 일대를 돌며 8박 9일간의 방러 일정을 소화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 하바롭스크 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서 전투기를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공장을 둘러보고 수호이(Su)-35 전투기 시험비행을 지켜봤으며,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있는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서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핵 탑재 가능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을 시찰했다.

이에 대해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은 “러시아가 정찰 위성 발사, 핵잠수함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김 위원장과 북한 인사들에게 족집게 과외를 시켜주는 셈”이라고 해석하며 “특히 우주 발사 기술과 관련해서는 북한 우주인의 러시아 위성 탑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의 후속 기술 여부를 지켜봐야 확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러 정상회담으로 얻어낸 양국의 이익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러시아와의 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3년을 훌쩍 넘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에 따른 경제난 돌파를 기대했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만나 농업 및 관광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아울러 한 외교 관계자에 의하면 양국은 현재 휴정 상태인 북·러경제위원회를 재가동해 대규모 북한 인력을 러시아로 수출하거나 러시아에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의 간접 지원 방법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러 모두 함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한 포탄, 탄약 등 무기 거래를 북한과 합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김 위원장을 만나려는 목적이 ‘더 많은 탄약’을 얻기 위해서라고 짚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 역시 “러시아는 다른 무엇이 아닌 탄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북러 간 진지한 협상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이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음을 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에 대해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본래 북한은 러시아보다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다.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2019년 북미정상회담 당시 회담 전과 후 네 차례나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상의할 정도였다. 반면 이번에는 중국이 아닌 러시아에 손을 내밀었다.

중국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두고 ‘북러 간의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지만, 대북 영향력 약화 및 동북아 외교 정세 변동을 두고 심기가 불편한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가 북러 정상회담 성사 이후 미국 고위급과 두 차례에 걸쳐 회담을 진행했다는 사실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김 위원장 귀국 다음 날인 18일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확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센터에서 회담을 가졌다/사진=타스

북·중·러 동맹 공고해질 듯, 국제사회는 ‘예의주시’

다만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러 관계 강화와 중국의 외교적 행보로 미뤄볼 때, 북중러 동맹의 붕괴보다는 북방 삼각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은 “중국은 북중러 관계의 주도권을 다지고, 동북아시아 내 힘의 균형을 유지해 미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20일(현지 시각) “왕 부장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회동을 가졌다”고 발표하며 “미국과 서방의 일방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점차 충격을 극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중국과의 계획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북중러 협력관계의 강화가 점쳐지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의 주요국으로서의 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활발한 핵실험을 비롯해 군사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의 결속이 국제질서에 막강한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개발 속도가 국제사회에서 예측한 것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도 “만일 북러 연합군사훈련이 성사될 경우 훈련 내용이 핵과 미사일 운용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며 “한반도 긴장 상태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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