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MR 헤드셋’ 시장, 메타 이어 애플·삼성까지

대중화 노린 ‘메타’ vs 고급화 노린 ‘애플’ 애플, ‘소프트웨어’ 출시로 메타버스 생태계 재구성할 듯 삼성도 가세, 성급히 따라가다간 다리 찢어질 수도

pabii research

메타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던 ‘메타버스 헤드셋’ 시장에 애플과 삼성이 가세한다. 이들은 저마다의 시제품을 선보이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타는 기존의 우월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헤드셋 대중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으나, 애플은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며 아이폰 시리즈부터 이어져 온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전망이다. 삼성 또한 구글·퀄컴과 손잡고 6년 만에 차기작을 선보인다.

애플, 메타 독점 시장에 힘준다

앞서 메타는 지난 2일 차세대 MR(혼합현실) 헤드셋 ‘퀘스트3’를 공개했다. 전작 대비 디스플레이가 선명해지고 안면부 두께가 40% 얇아진 게 특징이다. 메타는 대중화에 방점을 찍었다. 메타버스 헤드셋 기기가 너무 비싸다는 시장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퀘스트3의 출고가는 499달러(약 65만원)부터다. 전작 299달러보다 비싸지긴 했으나 성능 개선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애플은 고급화 전략에 집중한다. 팀 쿡 애플 CEO는 5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발표했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최초의 공간 컴퓨터’로 명명하며 “이는 구글과 메타의 VR(가상현실) 제품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와 궤를 달리하는 MR 퀄리티를 선보이겠단 압도적인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전 프로가 구현하는 세상은 하나의 공상과학 영화와 비슷하다. 비전 프로로 OTT ‘디즈니플러스’를 시청하면 미키마우스가 집 거실을 뛰어다니고 내가 마블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특히 비전 프로와 맥을 연동하면 방이 하나의 거대한 4K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거대한 창을 띄워 업무를 보는 모습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가격대 높아 대중성 떨어지는 비전 프로, 하지만?

그러나 이 같은 혁신성에도 최소 3,499달러(약 457만원)라는 비싼 가격은 비전 프로의 대중화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팀 쿡이 비전 프로의 가격을 공개하자, 애플 파크에선 “우-“라는 야유가 퍼져 나왔다. 앞서 메타도 지난해 10월 전문가용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를 1,499달러 내놨으나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보다 2배 이상 비싼 비전 프로가 대중성을 사로잡은 메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그런 만큼 가격경쟁력 면에 있어 메타는 애플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지닐 수 있게 됐다. 다만 메타가 계속해서 ‘독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애플의 비전 프로가 제아무리 비싸다 한들 그에 걸맞은 혁신성을 보인다면 메타의 ‘저가형’에 대한 인기는 자연히 시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주목도 자체가 이전 대비 떨어진 것도 메타의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현재 콘텐츠 미비와 이에 따른 생태계 미완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메타버스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이를 수익 활동으로 이어가는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중과 시장의 관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단 의미다. 아직 제대로 된 메타버스를 경험하도록 할 기술의 완성도가 부족한 편이라는 게 주요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이번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는 가격을 차치하더라도 메타버스 생태계 부흥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으리란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애플은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다. 그간 애플은 자사의 하드웨어 라인업을 뒷받침할 만한 앱스토어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병행 개발해 왔다. 그런 만큼 애플은 비전 프로 출시와 더불어 상당히 파괴력 있는 소프트웨어 꾸러미를 동반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시장 진입이 메타버스 시장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삼성전자의 ‘옴니아2’/사진=삼성전자

삼성도 메타버스 시장 가세한다

메타버스 시장이 강세로 흘러가는 추세에 맞춰 삼성도 퀄컴, 구글과 삼각 동맹을 맺고 메타버스 헤드셋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예상되는 형태는 삼성의 디바이스에 퀄컴의 칩셋, 구글의 OS(운영체제)가 탑재되는 형식이다. 메타에 이어 애플까지 시장 진입에 거의 성공하자 삼성도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는 모양새다.

다만 토끼를 무리하게 따라가려는 거북이는 발이 빠지게 마련이다. 과거 삼성이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옴니아’를 내놨으나 대실패한 것처럼 말이다. 지난 2009년 최초의 ‘휴대용 컴퓨터’인 스마트폰 ‘아이폰 3GS’가 등장하자 삼성은 서둘러 ‘전지전능’ 옴니아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옴니아는 결과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점, 지도 앱 및 카카오톡 등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 불편함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이처럼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제품만 출시하는 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 삼성도 이를 지난날의 과오를 기점으로 잘 알고 있을 터다.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메타와 애플의 시장 진입 전략을 제대로 파악한 후 삼성만의 전략을 구축하고 보다 확실한 성공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 생태계는 사실상 메타와 애플이 미리 구축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은 그 위에 잠시 올라타 개척돼 있는 길을 전진하기만 하면 된다. 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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