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사들,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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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SP 업체들, 중국 내 거점 설립
생성 AI 발 파운드리 수요 흡수 위한 포석
美 기술 규제에도 질주하는 中 파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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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이 크린룸에서 공정 진행에 앞서 반도체 회로가 새겨진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협력사들이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를 돕는 자산(IP)이나 개발과 생산을 잇는 디자인하우스(DSP)가 급증하는 중국 내 반도체 개발 수요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현지 법인 설립 등 거점 마련 추진

26일 업계에 따르면 가온칩스·에이디테크놀로지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중국 내 영업 거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온칩스와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 기술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최적화하는 DSP 업체다. 오픈엣지는 팹리스에 특정 회로 기술을 공급하는 반도체 자산(IP) 전문 기업으로, 역시 삼성전자 파트너다.

이들은 미국·유럽·일본 등에 이어 중국에도 사업 거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미 중국 내에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현지 법인이나 사무소 설립 등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점차 늘어나는 파운드리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디자인하우스와 IP 업계는 해외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에 대한 개발 수요는 늘었지만, 개발 후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을 파운드리 업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확산하면서 이를 연산할 초미세 공정의 반도체는 우리나라 삼성과 대만 TSMC 외에는 생산을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진출도 이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중국 반도체 설계 업체, 즉 팹리스 기업은 약 3,400개사로 국내(약 200개사)보다 훨씬 많다.

다만 현지 위탁생산 업체는 한정적이다. 중국 SMIC나 화홍반도체 등이 자리해 있지만, 기술 역량과 반도체 생산 경험은 삼성전자나 TSMC와 견줘볼 때 상당히 뒤처져 있다.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많지만 이를 생산할 창구는 없는 만큼 디자인하우스나 IP 기업이 진출할 경우 현지 개발 수요를 국내 생산으로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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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가 마케팅’으로 삼성과 파트너십 맺는 中 기업 증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파트너 23개 회사 중 중국계 회사는 8개로, 미국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1~2년간 중국 EDA 회사가 적극적인 ‘저가 마케팅’을 벌이면서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이 확대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EDA 분야는 미국 기업들의 텃밭이나 다름없었다. 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시높시스(Synopsys)를 비롯해 KLA, 케이던스 등 미국 기업이 시장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 지멘스, 네덜란드의 ASML 등 유럽 기업도 일부를 담당해 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의 경우 시높시스, 케이던스, 지멘스의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해 왔다.

중국의 EDA 기업은 특히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미국계 EDA 기업의 라이선스 비용에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기술력 측면에선 미국 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성비가 고려되는 영역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다수의 중국 팹리스(Fabless·반도체설계전문기업)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로 더 이상 미국산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자 자연스럽게 중국 EDA 툴을 써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레거시 파운드리 공정에 집중 “경쟁력 제고”

이런 가운데 중국 파운드리 업계는 미국의 고강도 기술 제재에도 불구하고 생산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규제를 우회해 레거시(구형) 공정 공략에 집중하는 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최근 8인치 웨이퍼 환산 기준 월 79만5,750장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2021년 연간 45억 달러였던 시설 투자액도 올해 75억 달러까지 늘려 잡았다.

미국이 중국 업체에 대해 극자외선(EUV) 장비 수출 제한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중국 파운드리 업계에 대한 사형선고”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위기 속에서도 레거시 파운드리 위주로 생산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오히려 시장을 확장했다. 삼성전자나 TSMC 등 파운드리 기업들이 첨단 공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경쟁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도 실제 수익의 절반가량은 레거시 공정에서 올리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레거시 공정에서 경쟁력을 뺏길 경우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레거시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TSMC 등 소수 업체만 참여하는 최선단 공정보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더욱 크다. 지난 2022년 4분기를 기준으로 글로벌 10대 파운드리 기업의 매출(삼성전자는 추정치)을 비교해 보면 레거시 파운드리 시장은 211억1,800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파운드리 시장(335억3,000만 달러)의 62%에 달했다. 4나노 이하 선단 반도체가 서버용 칩 등 일부 최첨단 제품에만 활용되는 데 비해 레거시 제품은 거의 대부분 전자 기기에 활용되고 있어 수요처 확보에도 유리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은 레거시로만 지난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0.18%를 차지했다. 막대한 정부 지원과 낮은 수율에도 제품을 사줄 수 있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감안하면 이른 시간 내에 시장 파이를 급격히 넓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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