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으로 시작된 리걸테크 갈등, 로앤굿 가세로 종식 여부 불투명

로앤굿. 대한변협에 ‘변호사 징계권 남용’ 지적, 법률 플랫폼 정당성 강조 국내 스타트업의 최대 장애물은 기존 업계, ‘타다’의 악몽 재연 로앤굿의 ‘소송 금융 서비스’는 위법일까? 법원 판결에 따라 갈등 양상 바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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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로앤굿 본사에서 민명기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로앤굿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의 끝나지 않는 리걸테크 때리기에 ‘로앤굿(Law&Good)’이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개비판에 나섰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대한변협이 ‘민간 플랫폼 불법성’을 이유로 변호사들을 억지 징계하고 있다며 행정소송까지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로앤굿 막무가내식 리걸테크 플랫폼 제재는 부당

대한변협과 리걸테크 간의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대한변협은 소속 변호사가 ‘로톡(Lawtalk)’이나 로앤굿 같은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서 활동할 경우 징계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가입한 변호사 1,440명에게 탈퇴를 요청한 바 있다.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 9명에 대해서는 견책 및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거세게 반발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법무부 심의 등 공방전을 이어갔지만, 대한변협의 입장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이에 민 대표는 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로앤굿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한변협은 2년 전부터 로톡과 로앤굿을 특정해 전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가입철회를 요구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로앤굿을 형사고발하고 가입 변호사를 내부적으로 징계하겠다는 의사까지 전달했다”며 변협이 변호사 회원에 대한 징계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이 로앤굿의 서비스 내용에 대해 법적 검토도 진행하지 않은 채 민간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징계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한변협이 ‘많은 사람이 쉽게 변호사를 찾아 법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을 수행해야 함에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무작정 리걸테크 플랫폼을 틀어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한변협은 리걸테크 플랫폼에 일체의 ‘사업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은 채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나의 변호사’를 운영하고 있다.

민 대표는 “경찰, 검찰, 법무부, 헌법재판소, 공정위 모두 민간 플랫폼이 합법이라고 했다”며 “그런데도 변호사 징계가 정당하다고 확신한다면 플랫폼을 운영하는 변호사인 저를 제명하라”고 피력했다. 이어 “법무부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고 곧장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률 플랫폼의 합법성 논란을 법원을 통해 종지부를 찍겠다”고 덧붙였다.

결국은 기득권 분쟁? 제2, 제3의 타다 사태 이어지나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대한변협과 리걸테크의 갈등이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 세무사회와 삼쩜삼의 갈등과 유사한 양상을 띤다고 주장한다.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는 2018년 말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9개월 만에 약 1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에 의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고, 1년 뒤인 2020년 3월에는 일명 ‘타다금지법(여객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성공 신화의 막을 내렸다.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인 삼쩜삼 역시 기존 업계의 전방위적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쩜삼은 2020년 3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납세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1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2021년 4월 한국세무사회로부터 ‘불법 세무대리 서비스’라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해 11월 국회에서 ‘세무대리의 소개 및 알선 금지’ 조항이 추가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세무대리인 제재 강화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환급 대행 문제에 뒤따르는 개인정보 관리 미흡을 지적당하며, 결국 지난달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8억5,410억원과 과태료 1,2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앞서 언급된 고소 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무혐의 처분 결정이 내려졌으나, 세무사회가 이의제기를 신청하면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대다수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신산업 기회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 ‘기득권의 저항’이라고 토로했다. 벤처기업협회는 대법원의 타다 무죄 판결 이후 서면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기술의 발달로 앞서가는 혁신 서비스를 법이 쫓아가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전통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판단이 혁신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역시 “4년간의 타다 사태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업계 전체의 흑역사”라며 “아무리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도 기득권에 발목이 잡히면 스타트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한변협은 로앤굿의 기자간담회 이후 입장문을 내고 “플랫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방이나 의료처럼 법률 분야 역시 공익성이 필요한데 로앤굿은 플랫폼 운영을 통한 사익 추구 외에 공익성을 띠는 비전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또 지난달 30일 일본 법무성 관계자들과 ‘한일 양국의 리걸테크 대응과 규제 정책’을 논의한 내용을 밝히며, 국내 사설 법률 플랫폼의 형량 예측 서비스, 인공지능(AI) 상담, 소송착수금에 관한 대출 서비스 알선 행위에 대해 모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분쟁의 핵심은 ‘소송 금융 서비스’의 합법성에 있다

로앤굿은 2020년 5월 설립 이후 3년 정도 업력을 쌓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은 의뢰인에게 변호사 비용(착수금)을 지급하고, 최종 승소 시 약정금을 상환하는 ‘소송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송 금융 서비스는 소송 비용이 부족한 사람도 재판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어 현재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에서도 해당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로앤굿의 소송 금융 서비스가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변호사법 34조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고 사건 당사자를 변호사에게 알선·유도하는 행위’에 해당돼 징역 7년, 벌금 5,000만원까지 처벌 가능한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로앤굿의 서비스는 변호사 알선 업무와 대출 서비스가 기형적으로 결합한 셈”이라며 사설 플랫폼을 운영하는 리걸테크는 결국 광고 수수료가 목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송 금융 서비스로 인해 충분히 합의로도 해결할 수 있는 분쟁을 재판으로 가져가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소송 금융 서비스는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유도하지 않는 데다 재판에서 패소하면 비용을 돌려받지 않아 대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도 “아는 변호사가 없는 일반인들이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분야의 변호사들을 쉽게 찾고 선임할 수 있도록 광고하는 것이 리걸테크 플랫폼의 목적”이라며 “변호사 광고가 문제라면서 네이버 파워링크나 엑스퍼트 등에서 변호사들이 돈을 내고 홍보하는 행위, 변호사에 대해 이용자들이 후기와 별점을 남기는 운영 시스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는 모습이 대한변협의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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