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달러] 러시아도 위안화 버리기 시작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중, 마의 1달러=7위안 벽 넘어 7.25위안까지 하락 전문가들, 중국 경기 침체로 환유 방어 여력 없어, 7.3위안까지 오를 수도 위안화 굴기에 끌어들인 인도의 이탈도 점쳐지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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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평가절하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1달러 당 7위안 벽이 무너진 데 이어 6월 말에는 7.25위안(역외 환율 기준)까지 치솟았다. 1달러로 더 많은 위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중국이 더 많은 위안을 지불해야 미국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올해 초부터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던 중국 당국은 거꾸로 추락하는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서야 할 판국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점과 더불어 지난달 20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0.1%p 인하한 것에 주목한다. 역내 이자율 하락에 따른 자금 이탈이 위안화 환율 절하를 가속화시켰다고 본 것이다.

7월 3일 오전 4시(영국시간) 현재 1달러당 중국 위안화 환율/출처=구글 검색

미-중 무역 분쟁와 중국 경제 회복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대내적으로는 미국 달러에 대해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으나, 해외시장에서는 변동환율제에 맞춰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하는 구조의 이분화된 시장이 구성돼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내의 달러 공급을 제한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달러당 7위안보다 더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위안화는 장중 달러당 7.0628위안까지 치솟은 데 이어 11월 들어서는 7.3위안까지 폭락했다. 중국 당국의 즉각 개입으로 올해 2월 다시 6.75위안까지 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 6.3위안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중국 경기 회복이 더딘 추세를 보이는 데다, 미-중 갈등에 따른 수출 저하도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다시 올해 3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위안화는 7월 들어 7.25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안에 7.3위안을 넘어 7.5위안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그간 7위안이 중국 당국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한 만큼, 중국 시장이 다시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 진작을 위해 위안화를 고의적으로 절상시킨 적은 있었으나, 추가 하락은 중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진작과 팽창 통화 정책, 위안화 절하 막기 쉽지 않을 것

지난달 발표된 중국 청년실업률은 20.8%로 두 달 연속 20%를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 20일 중국 당국은 기준 금리에 해당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에 3.65%에서 3.55%로 0.1%p 인하했다. 경기 회복이 더딘 만큼,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 침체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중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팽창 통화 정책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 해석한다. 이어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만큼 추가 금리 하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달 빠른 위안화 평가절하도 이자율 추가 인하를 예상했기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에 발표된 5월 수출 증가율이 -7.5%를 기록한 부분도 시장 불안을 가속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수출 주도 성장을 이어온 중국이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일상 회복을 선언하고 난 이후에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향후 장기 침체에 대한 신호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과 이자율 인하로 중국에서 이탈하는 자금도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 6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미 ‘중국을 제외(ex-China)한 아시아 지역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유럽 일대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중국에서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는 82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경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추가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기 매각 러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도 위안화 처분 중

미국의 무역 봉쇄로 달러화 공급에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마저도 위안화를 대체 통화로 선택하는 것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대중 무역에서 무려 354억 달러의 흑자를 거두면서 대규모 위안화 유입이 있었으나, 작년에만 약 45억 달러치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까지도 대중 무역 흑자분이 약 8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위안화는 약 30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중국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위안화 발행 물량이 충분하지 못해 대체통화로 활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국가는 대규모 무역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타국에 자국 화폐를 공급해 줘야 하나,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무역량과 위안화 대금 지급으로는 러시아 내의 수요에 대응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외교가 관계자들은 그간 중국과 위안화 거래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브라질, 이란, 인도 등의 주요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위안화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지난달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방어 노선이 탄탄하게 구축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어 중국의 대만 진출 및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 시스템에 인도가 편입된 만큼, 중국-인도간 거래에 위안화가 대규모로 쓰이는 비중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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