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률·재석률 ‘바닥’에 자정 활동까지 멈춘 국회, “‘일하는 국회’ 어디 갔나”

국회의원, ‘자연인’으로서 휴가 보장받아야 하지만 “불출석률 너무 과해” 출석률·제석률 ↓ 국회의원 多, “해결책 제시 시급해” ‘일하는 국회’ 표방했지만, 韓 정치권 신뢰도 11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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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사진=국회박물관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의원의 출석 의무와 청가(請暇)제도: 국내·외 비교와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입법처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국회의원 청가제도를 살피고 불출석률이 높은 국내 국회의원 실태에 대한 개선 목소리를 냈다.

국내·외의 국회의원 청가제도

대의민주제에 있어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동시에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자연인이다. 공인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급격한 질병·상해 또는 친지의 경조사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면 여타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개인 휴가를 얻어 쓸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나온 게 청가제도다. 청가제도는 국회의원이 본회의나 위원회에 출석할 수 없게 되면 국회의장의 허가로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의 청가제도는 국회법 제32조에 근거를 둔다. 처음엔 청가 기간이 10일 이하면 국회의장이, 10일을 초과하면 본회의 의결로 각각 청가를 사전 허가하도록 했지만 1963년 11월부턴 허가 주체를 의장으로 일원화하고 사후 결석신고서 제출을 허용했다. 다만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 휴가는 여전히 사전 신청이 원칙이다. 연가 일수는 재직 기간에 연동해 늘어나 연간 최대 21일까지 허용되며, 정해진 일수를 초과한 휴가는 결근으로 보고 보수를 감액토록 했다.

미국의 경우 의원의 출석 의무를 정하면서 의결정족수 미충족 시 경위장(Sergeant-at-Arms)으로 하여금 불출석한 의원을 강제로 구인해 출석하도록 하는 권한도 함께 규정했다. 연방하원은 의원 본인이나 가족의 질병이 아닌 다른 사유로 불출석할 경우 세비를 삭감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의정활동 범위가 확대되면서 1914년 이후 이 규정에 근거해 세비를 삭감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우리 국회와 유사한 청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가 기간이 7일 이하면 의장이, 7일을 초과하면 본회의 의결로 청가를 허가한다. 다만 불출석에 대한 세비 감액 규정은 없고 국회법 제124조에서 징벌위원회 회부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이외 독일은 본회의 출석부를 작성함으로써 출석부에 기입되지 않은 의원의 세비를 100유로(한화 약 14만원) 감액토록 했고, 스위스는 매 회의일마다 440프랑(한화 약 65만원)의 출석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의원의 출석의무를 강조했다.

불출석률 높은 韓 의원들, “출석의무 직접 규정 필요해”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본회의 등 불출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입법처 차원에서 강력한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입법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정기회에서 본회의 및 위원회 전체회의 시 허가된 청가는 총 978회에 달했고, 결석신고서 제출 없이 결석한 사례는 총 1,090회에 달했다. 특히 2022년 정기회에선 본회의마다 평균 약 28.8명의 의원이 출석하지 않았고, 결석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 불출석의 약 54.6%를 차지했다. 이에 입법처는 “미국·독일·스위스 등의 사례를 참고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본회의·위원회에 우선 출석해야 할 의무를 국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20년 6월 5일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부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까지 35개월 동안 열린 129번의 본회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한 국회의원은 단 두 명뿐이었다. 재보궐 및 비례대표 승계로 임기를 중도에 시작한 의원까지 합쳐도 5명이 전부였다. 특히 본회의 결석률이 20% 이상인 의원은 7명에 달했다.

국회의원은 본회의에 불참해도 수당을 그대로 다 챙겨갈 수 있다. 국회의원의 수당은 크게 크게 월마다 받는 정액수당, 명절과 여름 겨울마다 받는 상여수당, 그리고 경비로 제공되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같은 수당을 모두 합치면 월평균 1,300만원이 넘어간다. 대부분의 수당은 의정활동 여부와 관계 없이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모두 받을 수 있고, 그나마 특별활동비만 본회의/상임위를 하루 결석할 때마다 3만원가량 삭감되는 수준이다. 국회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회의원 수당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으나, 관련된 모든 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이에 입법처는 국회법에 의원의 출석의무를 직접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국회법은 위원회 출결 현황 공개, 출석의원 성명 회의록 게재 및 출석 요구 불응 시 징계 등을 통해 출석의무를 간접적으로만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출석의무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결 현황 공개 대상을 소위원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도 했다. 위원회처럼 소위원회 위원별 출결 현황만을 별도로 종합해 공개한다면 국민의 정보 접근 편의가 증진돼 알 권리가 강화됨으로써 의원의 출석의무 준수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다.

독일·스위스 등처럼 징계 외 금전적 불이익을 통해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나라 또한 국회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특별활동비를 감액하고 있긴 하나, 그 정도가 매우 미미해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입법처는 “감액 대상 또는 규모를 확대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회기별 또는 현안별로 의사 일정을 작성해 온 우리 국회의 관행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 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불출석에 따른 금전적 제재만을 강화한다면 지역구 사업, 의원 외교활동 등 다른 의정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외국 사례를 참고해 우리 국회 사정에 맞도록 제도 개선 방향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3월 국회에서 ‘의원입법 규제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규제영향분석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회 사무총장실

“출석의무 규정만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그러나 일각에선 의원의 출석의무만을 강조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단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본회의 출석 도장만 찍고 자리에서 사라지는 ‘얌체’ 출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본회의장에서 10번 중 9번 이상 자리를 지킨 의원은 6명에 불과한 반면 본회의 10번에 6번도 제대로 자리에 있지 않은 의원은 40명이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회의가 끝날 즈음엔 회의장이 텅 비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법을 심사할 의원의 절대적 수 자체가 부족해지니 부실한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법안의 부실함 정도가 심각해 통과될 수 없는 법안도 매우 많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법안 발의는 2만94건으로 역대 최다였지만 가결된 건 956건으로 가결률은 4.76%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치로, 이는 제출된 법안들의 실효성이나 충분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특히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448개 법안을 불과 57분 만에 통과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들의 공분이 일었다. 사실상 한 건을 통과시키는 데 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결국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싱크 탱크인 레가툼(Legatum Institute for Global Development)이 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법부의 신뢰도는 155위, 정치권은 114위였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및 행정부 고위직 등이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음에도 국민들이 실뢰한 만한 일과 정치를 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통계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을 대리해 입법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이다. 이들은 한편으로 자연인이기도 하지만, 국회의원의 휴가와 일반 시민의 휴가를 동일선상에 두고 다루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기조로 삼으며 출범했다. 일하는 국회의 기본은 회의에 의원이 출석해 심의·표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청가의 무분별한 오·남용을 방지하고 출석을 독려해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두텁게 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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