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물가 경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 예의주시해 안정·조화 도모해야”

입법처 “물가 관련 대내외 리스크 면밀히 검토해야” 고점 통과한 주요국 물가상승률, 둔화는 ‘아직’ 공공요금 조정 가능성, 정부 정책 물가에 영향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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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이후 안정세를 되찾는 듯 보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농식품과 에너지 등 일시적인 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한 근원물가지수가 올해 3월 이후 줄곧 총지수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 리스크 요인과 전망의 불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해외 주요국들의 경제 금융 지표 향방과 정책적 대응이 상이하게 발현되는 등 물가의 상·하방 압력이 혼재한 양상이라고 밝히며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물가 상승 우려 커지자 감세 정책으로 대응 나선 정부

이달 발표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 대비 1.1%p 오르며 다시 3%대 물가상승률에 접어들었다. 7월 25.9% 급락했던 석유류가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8월(11.0%) 하락 폭을 줄이면서 총지수 상승률을 높인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해외 주요국 물가상승률은 고점을 막 통과한 듯 보이는 가운데, 기조적 물가 흐름은 아직 둔화하지 않은 모습이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에 따라 하락 추세를 나타내던 물가가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8월 3.7%까지 반등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9%, 유럽연합(EU) 5.3% 등 전체적으로 높은 물가가 유지되고 있다. 장기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는 일본은 지난해 8월부터 13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물가 대응책으로 예산 지출 구조조정에 의존한 감세 위주 정책을 시행 중이며, 미국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증세와 감세를 복합 활용 중이다. 또 EU는 가격동결 및 에너지 가격 상한제 등을 확대 적용하며 고물가에 대응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투기적 수요로 이어질 수 있어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의 배경으로는 에너지 물가와 농식품 물가가 꼽힌다. 먼저 에너지 물가 상승의 배경으로는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이 지목된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5월 감산(50만 배럴)에 이어 9월 종료 예정이었던 특별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 데다, 러시아마저 수출물량 30만 배럴 감축 연장을 결정하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또 향후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될 경우 예비적·투기적 수요가 높아져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에너지 물가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가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법정한도인 37%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고, 올해 1월부터 휘발유 25%, 경유·LPG 37% 인하를 유지 중이다. 해당 조치는 지난 8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최근 유류가격 상승 우려로 오는 10월 말까지 2개월 연장된 상태다.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도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의 영향권에 놓여있다. 여기에 한전과 가스공사가 누적된 요금 인상 요인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거듭 제기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폭 인상된 전기 및 가스요금의 기저효과로 인한 물가 하방 압력 가능성도 병존하는 상황이다.

쌀 자급률 높다지만, ‘가공식품’ 가격 좌우하는 국제 식량 가격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동안 크게 동요했던 국제 식량 가격은 올해 들어 꾸준히 안정권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브라질과 인도 등의 사탕수수 작황 부진으로 설탕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올해 중반부터 본격화한 엘니뇨의 영향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인 탓에 언제라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농산물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쌀 자급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식량 가격 변동은 그 자체로서보다는 이를 중간재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등의 가격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정부는 국내외 농산물 수급 상황에 따라 시기별 할당관세 조정, 저율관세율할당물량(TRQ) 증량,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인건비와 농자재 등 투입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다 빈번해진 관세 경감 등 조치가 생산 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일련의 논의를 고려했을 때 향후 국내 물가 경로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주요국 경제·금융지표 향방과 정책적 대응이 상이하게 드러나면서 물가의 상·하방 압력이 혼재한 가운데 최근 유가 및 원자재·농산물 가격이 불안해지면서 물가 전망에 대한 일치된 견해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 유류세를 비롯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조정 가능성도 있어 향후 소비자물가는 정부 정책의 영향에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물가’라는 핵심 거시변수의 안정이 경기, 금융, 재정 등 각종 경제 지표와 정교하게 조화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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