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강경 대응에 ‘군사합의’ 파기한 북한, 한반도 긴장 상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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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DMZ 초소 복구하고 중화기 투입 시작
실질적인 무력 도발 이어질 수도 있어, 철저한 대비 필요
상습적으로 합의 어겼던 북한, 위반 건수 3,600건에 달해
국방부-북한-문제
지난 24일 국방부가 북한이 동부전선 최전방 소초(GP)에서 감시소를 복원하는 정황을 지상 촬영 장비와 열상감시장비(TOD) 등으로 포착한 모습/사진=국방부

27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복구하고 병력과 중화기를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3일 북한 국방성이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하는,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이후 후속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우리 군은 즉각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 사실상 파기

지난 27일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1km 내에 있는 GP의 시설물들을 복원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해당 상황을 포착한 감시장비 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북한군이 목재로 초소 구조물(감시소)을 짓는 모습, 기존 GP 철거 지역에 경계호를 파고 대전차화기를 배치해 경계 근무를 서는 모습 등이 담겼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2018년 상호 시범 철수한 GP 10곳 모두 복원 정황을 보이고 있다”며 “공개된 사진은 동부전선 지역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서해안 일대 해안포 진지의 포문을 개방하는 경우도 수 배 이상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3일 북한 국방성이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방부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도발을 감행하는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며 “북한의 복원 조치에 대한 대응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할 준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의 동향을 빈틈없이 감시하면서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9·19 군사합의 파기에 외신들 우려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자 외신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는 한반도가 긴장 고조의 시기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에 한국은 ‘맞대응’보다 나은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며 “한반도가 지난 2017년~2018년처럼 긴장이 고조된 시기로 돌아간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한국이 군사분계선을 따라 드론 감시 작전을 재개할 경우 북한은 추가적인 군사 도발로 대응할 수 있다”며 “당분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과의 확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출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은 빈틈없이 상황을 관리하는 한편 최악의 사태까지 염두해야 한다”며 “특히 군사분계선 일대의 우발적 무력 충돌을 주의해야 한다. 자칫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9·19 합의 파기 이후 신형 전술유도무기, 근거리탄도미사일, 초대구경 방사포 등 무기체계를 전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실질적 무력 도발도 동시 감행할 수 있다. 최초에는 접경지역 부대 이동이나 총격,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입 등 약한 수준에서 우리 대응 수준을 보면서 점차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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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北, “한반도 정세 악화는 대한민국 탓”

현재 북한 국방성은 이번 9·19 군사합의와 그로 인한 한반도 정세 악화에 대한 책임을 우리나라로 돌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선언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21일 밤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3차 발사를 감행했다”고 발표하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결과를 반영해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제1조 제3항의 효력 일부를 정지할 것을 의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순방 중인 윤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안을 즉각 재가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번 일의 결정적인 원인이 북한의 합의사항 미준수에 있는 데다 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사례가 총 17건, 포사격 및 포문 개방 금지 위반 등의 건수까지 포함하면 무려 3,600건에 이른단 설명도 더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합의 미준수가 여러 번 반복된 상황에서 한국의 합의 일부 중단은 신중한 결정이었지, 군사합의 파기에 도화선이 된 건 아니란 설명이다.

한편 일부 의원 사이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부가 대북 안보 이슈로 표몰이를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을 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정부가 이번에 유독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 부자연스럽단 이유에서다. 지난 22일 국방부 대상 긴급현안 질의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마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접근법들을 진행해 나가는 모양새”라며 “남북 정권이 티키타카를 하듯이 정밀한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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