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vs 쿠플’ 구도에 밀린 티빙·웨이브, 합병으로 삼파전 형성할 수 있을까

pabii research
CJ ENM '티빙' SK스퀘어 '웨이브' 간 합병 논의 급물살
합병법인 출범 시 MAU 기준 국내 토종 OTT 1위로 올라서
합병까지 난관 많아 '설'만 분분했던 티빙-웨이브, 이번에는 다를까
티빙웨이브_IP

국내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초읽기에 돌입했다. 만일 이번에 합병에 성공할 경우 국내 OTT 시장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플랫폼이 탄생할 전망이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난 2020년부터 티빙-웨이브 합병 소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혀 번번히 무산된 바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을 피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MOU 체결 임박? ‘티빙-웨이브’ 합병 소식 재부상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최대 주주 CJ ENM과 웨이브의 최대 주주 SK스퀘어가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다음 달 체결할 전망이다. 합병 기업의 1대 주주는 CJ ENM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양측은 실사 작업을 거쳐 내년 중 본계약을 체결, 내년 말까지는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양사 관계자들은 합병을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MOU 체결과 합병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30일 CJ ENM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는 OTT 사업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다양한 관점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업무협약 체결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으며 주주 간 합의가 체결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SK스퀘어 측도 “사업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쿠팡플레이 독주 막을 해답될까?

이번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이면에는 최근 국내 토종 OTT 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쿠팡플레이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읽힌다. 애플리케이션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27만 명으로, 티빙 510만 명, 웨이브 423만 명을 웃돌며 국내 토종 OTT 1위를 차지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양사의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더라도 이용자 수가 900만 명에 이르러 쿠팡플레이의 MAU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넷플릭스-VS-티빙-웨이브-출처아이지에이웍스
넷플릭스 vs 티빙-웨이브 월간사용자수(MAU) 및 사용 시간 분석/출처=아이지에이웍스

나아가 양사는 현재 국내 OTT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1,137만 명)와의 MAU 격차도 한층 좁힐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공개한 ‘마클차트 2023 대한민국 OTT 트렌드 인사이트’에 따르면 8월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사용 시간은 9,029만 시간으로 1억 시간을 달성한 넷플릭스의 87.7%에 달한다. 당시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만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공한다면 국내 OTT 시장은 강력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와 글로벌 콘텐츠를 앞세운 넷플릭스, 사실상 한국의 모든 TV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티빙, 스포츠 중계로 차별화를 꾀하는 쿠팡플레이의 삼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합병, “얽히고 설킨 이슈 많아”

다만 IB 업계 전문가들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의무 지분율 문제’가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신규 편입할 때 단독 지배 기준에 준하는 30%(상장회사), 50%(비상장회사)의 의무 지분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 티빙과 웨이브는 법 개정 전에 설립된 회사라는 점에서 40%의 의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이 실적 부진으로 인해 웨이브 지분을 매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배종완 세무회계맥 대표세무사는 “CJ ENM은 1분기 재무제표상 현금성 자산이 1,500억원이지만 제작비 상승 등 요인으로 단기 손익이 계속 적자 상태”라며 “CJ ENM은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데 최근 생산원가 개념의 제작비가 급증하면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CJ ENM이 지분 교환 형태로 웨이브를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SK스퀘어가 CJ ENM에 웨이브 지분을 넘기고, CJ ENM이 자사주 등의 주식을 SK스퀘어에 주는 식이다. 이 경우 현금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기업법 측면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합병 이후 CJ ENM은 합병법인 출범에 따른 주식량 증가로 지분이 희석돼 의무 지분율 유지를 위한 추가 지분 매수를 진행해야 한다. 즉 합병 이후에도 상당한 비용 지출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 대상이라는 부담도 존재한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와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회사가 결합할 경우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현행법상 타 기업의 경쟁을 제한하는 결합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기업 결합으로 인해 해당 법인이 ‘특정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결합이 불발되거나 시정조치를 전제로 한 조건부 허가가 떨어질 수 있다. 현재 티빙과 웨이브의 보유 자산이 각각 3,000억원이 넘는 데다 합산 시장 점유율이 약 32%에 달해 기업결합심사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업결합 심사 자체는 통과되리라 보지만 무난하진 않을 것 같다”며 “시장 확정 문제를 넘어서 현재 OTT 기업들이 이동통신사와 제휴가 된 형태인데 두 회사가 결합하면 그 제휴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쟁점이 꽤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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