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미국의 아시아 전략, 올해도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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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 전략, 지난해 아시아에 초집중
중국 견제·관계 회복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올해도 아시아 전략 유지할지는 미지수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 학교(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 및 사회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미국은 아시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외교 활동을 보였다. 미·중 관계 정상화에 힘쓰는 동시에 핵심 동맹을 강화했고 주요 파트너국들과의 관계 진전을 이뤘다. 뿐만 아니라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협의체) 등 기존 기관을 혁신하고 여러 외교 일정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크게 넓혔다. 이 같은 성과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펼친 아시아 전략의 결실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내각은 2021년에는 국내 이슈에, 2022년에는 핵심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2년에 걸친 노력은 2023년 미국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미국이 아시아에 이토록 집중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아시아의 패권국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미·소 냉전 종식 후 미국은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급속 팽창하자 아시아는 물론 서태평양에서까지 미국의 영향력이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의 치열한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올해도 이어나갈 것인가 하는 물음이 국제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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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미국, 지난해 아시아 영향력 확장·미중 관계 정상화 모두 잡았다

미국이 지난해 아시아에서 이룬 외교 성과 중 하나는 동남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한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특히 인도네시아·베트남과의 관계에 집중했는데, 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포섭하자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두 나라의 손을 잡은 것이다.

인도와는 지난해 6월 정상회담을 가지며 기술과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큰 관계 진전을 이뤘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세워진 후,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하에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된 쿼드의 한 축이기도 하다. 태평양 지역에서는 역시 쿼드의 한 축인 호주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태평양 지역의 전통적 강국인 호주는 중국이 솔로몬제도를 포함한 태평양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영향력을 확장하자, 미국과 공조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 분쟁의 화약고인 한반도, 대만 해협, 남중국해 위기 또한 동맹 외교를 통해 능숙하게 관리했다. 중국·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위해 한국, 호주, 필리핀, 일본과의 관계에 집중하면서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맺은 한미일 3각 동맹은 지난해 아시아 전략 외교의 정점을 장식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비단 견제 전략뿐만이 아니었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23년 상반기가 지나고, 미국은 중국과 외교 채널을 재개하며 관계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 미·중 정상이 모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가외 단독 정상회담을 성사하며 양국 지도자 간의 생산적인 소통도 해낸 바 있다.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심화하는 미·중 긴장과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상호 이익임을 재확인하고 군 통신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이후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과 류전리 중국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영상 회담을 열고 양국 고위급 군 당국 간 소통을 재개했다. 이는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소통 창구를 단절한 지 1년 4개월, 정상회담에서 복원 합의가 이뤄진 지 1개월여만이다.

아시아 전략 향방, 11월 대선이 가장 큰 변수

다만 2024년에도 이같은 동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유로는 아시아 밖에서 커지고 있는 지정학적 갈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개입해야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미국 정부가 지원을 중단할 경우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는 미국의 방패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단 불신을 중국이 아시아에 전역에 퍼뜨릴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장기화할수록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온 미국의 입장이 난감해진다. 아시아에 집중하기 위해 외부에서 펼쳐지는 위기 국면을 외면한다면 미국은 이미 빛바랜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릴 위험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외교 일정이다. 올해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관료들이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주요 연례 회담을 활용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G7(주요 7개국)은 이탈리아에서, G20은 브라질, 동아시아 회담은 라오스, APEC은 페루에서 개최된다. 이 같은 국제 회의는 관례상 당해의 주최국이 회담의 주요 의제와 초점을 설정하는데, 올해 미국은 이 중 어떤 회의도 주최하지 않는다. 미국이 APEC 의장국 역할을 맡아 공급망 다각화 등 탈중국 움직임을 주도할 수 있었던 2023년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와 브라질은 이미 올해 회담의 주요 의제가 각각 ‘아프리카 개발 지원, AI와 노동시장, 기후와 에너지’와 ‘사회적 평등,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발전,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이라 밝힌 바 있다.

개중에서도 아시아 지역과 관련이 깊은 회담인 동아시아 회담과 APEC에서도 미국이 아시아 전략 외교를 펼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두 회담의 주최국인 라오스와 페루 모두에서 경제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까지 라오스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약 13조2,72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국가 부채의 45%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에서도 마찬가지로 전력·항만 등의 기간 시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수도 리마의 전력 유통시장 전체를 중국 기업이 소유하는 등 영향력이 크게 넓어진 실정이다.

세 번째 이유는 채 1년도 남지 않은 미국의 대선 일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재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올해는 선거운동과 국내 정치에 전념하며, 아시아에서 보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양분된 국내 의견은 대선에 따른 또 다른 걸림돌이다. 이번 대선에 재도전한 도널드 트럼프는 고립주의를 추구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다. 미국 대중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스탠스에 끌리고 있다는 의미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진보당인 민주당 지지자의 65%가 전 세계에 외교 활동이 미국에 최선이라 생각하는 반면, 보수당인 공화당 지지자의 30%, 미국 국민의 43%만이 이에 동의한다.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시각차는 2020년 17%에서 2023년 35%로 치솟았다. 이렇다 보니 선거 국면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유연성이 크게 제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무역에서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일관성 있는 아시아 무역·경제 기조의 부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무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접근은 국가안보를 내세운 자국보호주의 흐름의 압박과 국내 정치 역학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대담한 무역 정책 돌파구를 내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더해 트럼프와 바이든이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며 당선인을 예측하기 힘들어지자, 장기적 안보지원과 안정적인 경제·외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은 동맹국들은 미국의 대중 견제 지원을 미루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동맹 외교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같은 경제적 견제와 아시아 내 지정학적 위기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아시아에서 취할 장기적 전략은 다가오는 대선에 달린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며 세계의 이목이 대선 추이에 집중되고 있다.

원문의 저자인 라이언 해스(Ryan Hass)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시니어 펠로우이자 대만연구회 의장, 중국센터 외교정책 프로그램의 다이렉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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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해스/사진=Brookings Institution

영어 원문 기사는 Can the United States sustain its gathering momentum in Asia?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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