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월세 수요 폭증에 “임차료 더 내거나, 아파트 전세 가거나”

pabii research
서울 빌라 월세 지수 6개월 연속 상승세
보증금 낮을수록 월세 상승 폭 커
빌라 기피+매수 관망, 아파트 전세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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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세 사기가 잇따르면서 빌라 월세가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거듭 중인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의 매매 및 전세 거래와 달리, 월세 물건을 찾는 빌라 세입자가 늘어나면서다. 전문가들은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불균형에 지속적인 가격 상승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빌라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100.9로 전월(100.8)대비 0.03%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100.7)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다. 월세가격지수는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월세가격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로, 순수월세와 준월세, 준전세를 모두 반영한 수치다. 월세와 달리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98.5)부터 12월(95.9)까지 내림세만을 기록했다.

이처럼 월세 시장과 전세 시장이 극과 극의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대규모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세입자들이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월세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공시가격의 150%→126%)되면서 시장 내 보증보험에 가입한 전세 물건도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의 빌라 임대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한 비중은 63.7%로 최근 5년 평균치(48.5%)보다 15.2%p 뛰었다.

보증금 규모가 낮을수록 월세 상승 폭이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보증금이 12개월 치 월세보다 작은 ‘일반 월세’의 경우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에 해당하는 ‘준월세’는 9개월 상승에 그쳤다. 반대로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넘어선, 이른바 ‘준전세’는 전세와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치솟는 월세 가격에 빌라의 주된 수요층인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실제로 서대문구 신촌의 한 빌라 원룸(전용 13㎡)은 지난 1월 보증금 1,000만원·월세 65만원에 임차인을 들였다. 해당 물건의 지난해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월세 6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월세가 5% 올랐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1년 주거비용으로 60만원이 추가된 셈이다. 심지어 강남구 등지에서는 보증금 5,000만원 이상에 월세가 150만원에 육박하는 물건도 다수 포착되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변수가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세대출 금리가 내려 차주들의 부담이 줄어들면, 기존 월세 세입자 가운데 전세로 전환하거나 보증금 규모를 늘리려는 시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빌라의 전월세 전환율은 4.7%로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전월세 전환율 5.2%보다 0.5%p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말로, 임대 보증금을 마련하는 과정에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이자 부담도 크다.

아파트 전세 물건도 급감, ‘빌라는 월세로 아파트는 전세로’

다만 아파트 전세시장은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면서 빌라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 83.4로 저점을 찍은 후 반등해 12월에는 86.6까지 올랐다. 아직 2022년 1월 기록한 103.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세 물건을 찾는 수요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이같은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빌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며 아파트 임대 수요 증가를 이끈 가운데,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탓에 관망을 택한 시장 참여자들까지 전세 수요 행렬에 합류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다. 지난해 9월 특례 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가 중단되고, 초장기 대출이 속속 요건을 강화하면서 무리하게 고금리 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자보다, 전세를 살며 매수 타이밍을 가늠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서울 전세 매물은 총 34,138건으로 1년 전(53,183건)과 비교해 35.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매는 53,072건에서 77,357건으로 45.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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