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현지 환경 리스크에 발목 잡힌 SK E&S ‘바로사 가스전’, 한국-호주 정부 나서도 해결책은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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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 '도마', 원주민 반대 '직면'
정부 간 협력에도 압박 여전, 금융권 기후대응 기조 확산도 '악재'로
빛바래는 SK E&S, 사업 불확실성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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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위 제도 말라우 부족의 지도자 테레즈 버크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후솔루션

SK E&S가 추진하는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개발 사업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호주 티위 제도(Tiwi Islands) 원주민 부족들이 한국 국회에 직접 출두해 가스전 사업 중단을 호소하고 나선 탓이다. 최근 들어선 환경단체와 금융권의 압박도 거세졌다. 정부 간 협력 기류 형성에도 불구하고 각계의 기후대응 기조가 우선시되면서 직접 가스전을 뚫겠단 SK E&S의 계획이 탈색되기 시작했단 평가다.

티위 제도 부족민들 “우리는 살고 싶다”

티위 제도 말라우 부족 지도자인 테레즈 버크(Therese Bourke)는 27일 오전 10시께 고향 섬에서 5,300km 떨어진 한국 국회 소통관에 서서 “우리는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티위 제도 원주민 대표로 온 무느피 부족의 장로인 피라와잉기(Pirrawayingi)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한국 국회까지 찾아온 건 SK E&S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가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 사업 때문이다. 7,000만t의 가스가 매장된 바로사 가스전 부지는 티위 제도와 불과 100km 남짓 떨어져 있다. 섬과 바짝 붙은 파이프는 원주민들과 멸종위기 거북들의 고향인 티위 제도를 가로지르며 가스를 나르는데, 해당 가스전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바다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원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버크는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가 우리의 환경과 나라, 우리의 존재 방식, 문화적·정신적 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에 심히 걱정하고 있다”면서 한국 수출입은행에 투자를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한국 수출입은행은 국제연합(UN)이 정한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을 준수하겠다 했다”며 “수출입은행이 UN 지침에 포함된 토착민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사전인지 동의’를 지켰는지 국회가 확인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국회와 언론에 자신들의 문화를 존중해 달라고도 역설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원주민들이 믿는 신화를 언급하며 이들이 미신에 휩싸여 사업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버크는 백두대간과 경복궁을 언급하며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방식으로 환경의 영혼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피라와잉기 장로도 “우리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국민, 환경을 존중하며 한국 정부도 우리의 전통적 지식과 관계를 존중해 달라”고 힘줘 말했다.

환경단체도 ‘압박’, “시간 지날수록 부담 커질 것”

바로사 가스전은 SK E&S와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 일본 발전회사 제라 등이 지분을 나눠 투자한 곳이다. 탄소 포집·저장 시설을 적용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지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지난 2021년 SK E&S는 5년 동안 약 7,628억원(약 5억7,100만 달러)을 출자하고 약 9,000억원(약 6억7,400만 달러)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의 총사업비는 37억 달러(약 4조7,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친환경 개발을 조건으로 각각 4,000억원씩 금융지원을 약속하며 무난한 사업 진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원주민과의 소송 등 악재가 겹치면서 사업 진행 속도가 늦어졌다.

이에 환경단체에서도 “공사가 지연될수록 사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사업 중단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기후솔루션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호주 정부의 기류 변화에 따라 가스전 사업자들뿐 아니라 금융 지원을 한 공적 금융 기관들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강하게 사업자들을 향해 강한 경고를 날렸다. 호주 환경 전문 민간 연구소 ‘호주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는 ‘새로운 세이프가드 메커니즘과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를 발간해 “바로사 가스전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최대 8,757억원(약 6억5,600만 달러)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로사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함량이 특히 높은 가스전인 만큼,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기 전에 지금이라도 금융지원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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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가 개발할 예정인 호주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전경/사진=SK E&S

‘꽉’ 막힌 바로사 가스전, SK E&S는 ‘울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SK E&S는 오는 2025년 바로사 가스전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해 국내로 130만t에 달하는 LNG를 들여올 계획이었다. 이는 국내 연간 LNG 소비량의 약 5%에 해당하는 양으로,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국내 LNG 자급 개발률은 2022년 기준 5%에서 1.5배 이상 개선될 수 있다. 여러모로 미래가 걸린 사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반발로 호주 법원에서 인허가가 취소되고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사업 불확실성이 급증하면서 금융기관 사이에서도 퇴출 압박이 심화한 탓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기후대응 기조가 형성되기 시작한 점도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엔 악재가 될 전망이다. 현재 대주단으로 참여 중인 9개 금융기관 중 한국산업은행과 싱가포르 클리포드 캐피탈을 제외한 7개 금융기관은 모두 ‘탄소중립 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NZBA)’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NZBA에 가입한 금융기관들은 파리협정의 1.5˚C 목표에 부합하는 경로에 발맞춰 최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의 지속성 상실에 개연성이 발생하기 시작한 셈이다. 더군다나 프랑스의 나틱시스, 싱가포르의 대화은행, 네덜란드의 ABN암로, 라보뱅크 등 4개 금융기관들은 신규 석유·가스전에 대한 투자 제한 정책까지 도입한 상황이다. 양국 정부 간 협력체계에도 악화 일로의 상황을 겪으면서 직접 가스전을 뚫겠단 SK E&S 계획의 빛이 바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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