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가치 재평가 노렸지만” LG 오너 일가 ‘상속세 취소소송’ 1심 패소, 상속 둘러싼 경영권 분쟁 리스크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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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 일가 "상속세 과하다" 주장했지만, 결국 패소
환급 가능 금액 10억원 안팎, 노림수는 LG CNS 지분 가치 재평가
구 회장-세 모녀 둘러싼 상속 논쟁, 시장선 '경영권 분쟁'도 언급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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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앞줄 왼쪽 셋째)의 미수연(88세 잔치)에 LG 일가가 참석한 모습. 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선대회장, 부인 김영식 여사, 구자경 명예회장,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뒷줄 왼쪽 둘째부터 구본준 LX그룹 회장, 구광모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상속세 중 일부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이번 소송엔 공동상속인인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도 원고로 참여한 상태다. 구 회장 측은 우선 항소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나,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확장될 수 있단 점은 여전한 부담이다.

LG 일가, 상속세부과처분 취소소송 패소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LG 일가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 상속이었다. 구 회장은 앞서 구 선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 11.28% 중 8.76% 등을 상속받아 세무당국으로부터 약 7,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LG 일가 전체가 부과받은 상속세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9,900억원(약 7억3,000만 달러)가량에 달한다. 이에 지난 2022년 9월 중순께 구 회장 등은 “상속세 일부가 과다하게 부과됐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공동상속인인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도 원고로 참여한 것으로,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과는 별개다. 앞서 지난해 2월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상속세에 대해 합의한 건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해 들었기 때문”이라며 “구 회장 측이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있는 것처럼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합의는 민법 제110조 사기 취소 규정에 해당해 무효”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승소 환급액 미미하지만, 쟁점은 ‘비상장주식 지분 가치’

LG의 상속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은 구 회장이 직접 제기하고 나선 것으로, 그만큼 해당 소송을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단 의미지만, 막상 구 회장 측이 승소하더라도 당국으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전체 상속세 규모를 고려하면 새 발의 피조차 되지 않는 수준인 셈이다.

그럼에도 구 회장과 김 여사 등 일가가 소송을 유지한 건, 비상장주식에 대한 의견차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한 견해차를 재판부에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여타 상속세 소송을 이어나갈 개연성도 갖춰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의 쟁점도 비상장사인 LG CNS의 지분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였다. 앞서 용산세무서는 비상장인 LG CNS의 지분 가치를 비상장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시세를 기준으로 평가해 세금을 부과했지만, 구 회장 측은 LG CNS의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비상장주식 시세로 가치를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의 가중평가를 구하는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게 구 회장 측의 의견이다.

반면 세무당국은 지난해 7월 진행된 첫 변론에서 “LG CNS 주식은 우량 비상장 회사이며 많은 거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일 일간지를 통해 거래가격이 보도돼 누군가가 가격을 왜곡할 가능성이 낮다”며 당국의 가치평가가 적절했다는 취지로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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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2013년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 참석한 모습/사진=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상속 둘러싼 부담 여전, ‘상속세 부당 납부’ 논란도

결과적으로 1심에서 패소하긴 했으나, 이번 소송은 향후 상속세 재판 향방을 판가름할 주요한 터닝 포인트인 만큼 구 회장 측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상속세를 둘러싼 부담이 LG를 사이에 두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김 여사 및 여동생들이 들고 나온 ‘상속세 부당 납부’ 논란이 대표적인 사안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순께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세 명의 LG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이 발생하고 상속세가 납부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구 회장이 구 선대회장의 LG 지분을 더 많이 상속하는 대신 상속세는 모두 부담하기로 합의를 했었는데, 합의와 다르게 세 모녀가 직접 상속세를 부담하고 대출까지 받게 됐다는 것이다. 세 모녀는 구 회장이 지난해 1월 모친에게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해 직원들이 가족들 계좌에서 자금을 융통했으며, 곧 갚을 계획’이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LG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상속이 이뤄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상속세는 세 모녀가 납부했으며, 구 회장을 비롯해 회장 일가는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해 초기부터 주식담보대출로 상당 부분 조달했다. 여기서 세금 문제가 복잡하니 세 모녀의 위탁을 받아 회사에서 관리했는데, 담보대출 등 자금 이동은 모두 세 모녀한테 서면 보고했다며 증거 서류들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구 회장이 세 모녀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기로 약속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최초엔 선대 회장의 LG 지분을 모두 구 회장이 상속하는 걸 전제로 상속세를 협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일부 지분을 두 여동생에게 넘기면서 세금 대납 합의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2018년 당시 상속재산 분할합의서에 세 모녀가 직접 서명한 내용이며 모두 증거 서류가 남아있다”고도 강조했다.

결국 구 회장 및 LG 측은 김 여사 및 두 여동생이 제기한 문제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자신들 입장에서 케케묵은 논란을 거듭 꺼내 드는 세 모녀의 주장을 없는 셈 함으로써 더 이상 리스크를 지지 않겠단 취지지만, LG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할수록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미 시장엔 상속 분쟁이 LG의 경영권 분쟁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상태다. 김 여사 등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쟁권 분쟁이 아닌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두 차례 변론기일에서 경영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 녹취록을 보면, 구연경 대표는 “아빠(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 여사는 “구연경 대표가 잘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언급했다. 경영 참여 의지를 직접 피력한 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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