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좀비기업’, 주식시장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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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기업 대부분 불공정거래 적발
금감원 "연중 집중조사해 적시 퇴출할 것”
코스피 4→2년, 코스닥 3→2심제 ‘검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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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회계분식 등 불공정 거래를 벌인 ‘좀비기업’을 발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좀비기업을 빠르게 퇴출해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상장하려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매출액 추정치가 실제 수치와 크게 차이날 경우 전망치를 적절하게 산정했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자본시장 좀먹는 ‘좀비기업’, 금감원 퇴출 가속

25일 금융감독원은 일부 기업이 가장납입성 유상증자, 회계분식 등을 통해 상장폐지 요건을 피한 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횡령·차명주식 고가 매도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 결과 A사는 인수 대상 기업이 대규모 손실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자 연말 거액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요건을 피했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증자 대금을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보유 중이던 차명 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부당이득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B사는 자산을 과대계상해 상장폐지 요건을 탈피하고, 분식 재무제표를 사용해 천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기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폐지된 44개사 중 37개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했으며, 이 중 15개사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통보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들 15개사가 편취한 부당이득 규모는 총 1,694억원으로 집계됐다. 혐의별로는 부정거래가 7건, 시세조종이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이었다.

이에 금감원은 상장폐지 회피 목적의 불공정거래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관련 혐의가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유사사례 추가 확인을 위해 재무·공시 자료 등을 면밀히 분석하기로 했다. 진입 측면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상장에 부적절한 기업이 신규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 이면계약 등 부정한 수단을 쓴 혐의가 확인될 경우 철저한 조사 또는 감리를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장 당시 추정한 매출액 등 실적 전망치가 실제 수치랑 크게 차이 나는 경우 전망치 산정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도 따져보기로 했다.

금융당국, 상장폐지 간소화 추진도

앞서 금융당국은 이달 초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해 가망 없는 좀비기업을 빠르게 퇴출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당국은 △코스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안과 △코스닥 상장사 심사를 현행 3심제에서 2단계로 줄여 한 단계를 생략하는 안 등 다양한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일종의 유예 기간인 ‘개선기간’이 주어져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에 17개사, 코스닥시장에 54개사 등 총 71개사다.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원에 이른다.

현재 코스피·코스닥시장은 △정기보고서 미제출 △감사인 의견 미달 △자본잠식 △거래량 미달 △지배구조 미달 △매출액 미달 △시가총액 미달 등과 관련한 기준을 상장폐지 요건으로 두고 있다. 다만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바로 상장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증시 퇴출 여부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코스피에서는 2심제, 코스닥시장에선 3심제로 실질 심사가 이뤄진다. 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회사 재무건전성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한다.

문제는 이 개선 기간이 현재 코스피는 최장 4년, 코스닥은 2년에 달한다는 점이다. 심사 보류, 소송 등이 이어지면 상장폐지 절차와 기간은 더 길어진다. 해당 절차를 단축하면 거래정지 기업에 묶인 자금이 새로운 기업에 투자될 수 있어 증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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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갉아먹는 기업 구조조정 해야

이자로 나가는 돈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은 부실 기업인 좀비기업은 통상 주가조작 세력이나 기업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674개의 상장사(코스피+코스닥)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710곳(영업적자 포함)에 달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의 42.4%다. 1년 전(34.3%)보다 8.1%포인트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3분기(39.9%)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기 어렵다는 의미다. 경영환경이 가장 악화된 업종은 건설업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증시에 상장된 건설사 53곳 중 절반 정도(25곳)가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과감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정부의 과도한 기업 지원 탓에 생산성이 낮은 기업 퇴출은 계속 적체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기업의 진입도 막혀 국내 총요소생산성(TFP)만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은 일반적인 노동 생산성 등 외에 투입되는 모든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생산 효율성 수치를 말한다. 실제로 좀비기업은 전체 기업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넘쳐나는 반면, 생산성은 정상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좀비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저가 입찰을 택해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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