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적자 기록에 쇄신의 칼 빼든 이마트, 전사적 희망퇴직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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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지난해 사상 첫 영업 적자 기록
인력 효율화 위한 첫 전사 희망퇴직 단행
실적부진·이커머스 공세에 휘청이는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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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199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받는다. 앞서 폐점을 앞둔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전사적인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이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 강자들에 밀려 오프라인 점포의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의 실적을 견인할 핵심 키로 여겨졌던 온라인 계열사들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과장급 이상 근속 15년 이상 직원 대상

25일 이마트는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했다. 대상은 근속 15년·과장급 이상 직원이다. 신청자에겐 퇴직금과 별개로 월급여 24개월치(기본급 40개월치)의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1000만~3000만원의 전직지원금 등이 제공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이해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마트 측은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에게는 새로운 출발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는 평이다. 지난 20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저비용 구조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강조하며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고, 비핵심 자산 효율화와 차입금 규모 관리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다”란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조치와 함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춘 인사제도 개편에도 나섰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수시 인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연말 정기 인사 외에도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진을 언제든 교체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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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지난해 사상 첫 영업손실 기록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1993년 설립 이래 31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초 이마트는 다음 달과 오는 5월 폐점을 앞둔 서울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트점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이번 조치는 이를 전사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매년 문을 닫는 점포가 한두 개씩은 있었지만 통상 인근 점포로 직원들을 재배치하며 인력 규모를 유지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비롯한 비용 감축에 나선 건 지난해 실적 악화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469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적자를 낸 영향이 컸지만, 이마트 별도 기준을 봐도 매출 16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자체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27.4% 급감했다.

이마트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들도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기업형 슈퍼마켓 계열사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매출 1조4074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을 냈다. 2022년보다 매출은 3.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3% 쪼그라들었다. 편의점 계열사 이마트24는 아예 적자로 전환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매출 2조2,251억원, 영업손실 23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5.1% 늘었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약 300억원 후퇴했다.

이마트가 이커머스 대응을 위해 만든 온라인 자회사 SSG닷컴 역시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 1조6,784억원, 영업손실 1,030억원을 냈다. SSG닷컴은 상반기만 해도 영업손실 339억원을 냈는데 하반기에만 적자 691억원을 보며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유통 경쟁력 강화 성과가 두드러지지 못한 셈이다.

“싸게, 빨리” 쿠팡·알리 공세에 휘청이는 오프라인 유통업

이마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으로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 강자들의 매서운 공세가 지목된다. 최근의 유통 트렌드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이른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에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으로 바뀐 용어는 유통 왕좌의 주인이 교체됐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쿠팡의 경우 지난해 창사 후 1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냈고, 매출도 30조원 고지를 돌파하며 이마트를 추월했다. 결제 금액 면에서도 쿠팡이 우위에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2월 기준 쿠팡의 결제 추정 금액은 4조3,665억원으로, 이마트 결제추정 금액(4조1,861억원)을 1,800억원가량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들까지 국내에 빠르게 침투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621만 명, 테무의 MAU는 434만 명으로 쿠팡(3,000만 명)과 11번가(700만 명)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당일 배송을 위한 국내 물류센터 설립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한국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신용평가사는 이마트 온라인 성장 지연과 재무 악화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리면서 “중단기적으로 본원적인 이익창출력이 과거 대비 저하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AA로 하향 조정된 뒤 4년 만에 처음으로 ‘AA-’로 밀려난 것이다.

문제는 이마트가 조직 슬림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회사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타개하긴 역부족이란 점이다. 이커머스 공룡들의 위협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달 초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회장이 실적 악화 계열사의 CEO 교체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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