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급 연봉’ 우주항공청, 50명 채용에 807명 몰려

24
pabii research
5~7급 연구원 50명 모집에 경쟁률 16대 1
높은 경쟁률, 실제 양질 인재 확보 이어질까
"성공 조건은 인력의 관리에 달려있다"
KASA_VE_20240327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임기제 공무원 경쟁 채용에 807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16대 1을 기록했다. 1급인 본부장이 대통령 연봉에 준한 2억5,000만원을 받게 되는 등 우주항공청의 전반적인 보수 수준이 기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비 약 1.5배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우주항공청의 인재 확보 과제는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우주항공 분야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인재가 중장기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한국판 나사’, 신입 경쟁률 16:1 기록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우주항공청 일반임기제 공무원 경력경쟁 채용시험 접수결과 50명 모집에 807명이 응시해 평균 경쟁률 16.1대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오는 5월27일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은 청장 휘하 기획조정실, 우주항공정책국, 우주항공산업국 및 우주항공임무본부로 구성된다. 부문별 선임연구원(5급) 22명과 연구원(6급 12명·7급 16명) 28명을 선발한다. 직급별로 5급 선임연구원은 22명 모집정원에 415명이 응시해 평균 18.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6급 연구원의 평균 경쟁률은 13.1대1, 7급 연구원은 14.7대1을 기록했다.

이번 경력경쟁채용 대상의 연봉 기준안은 선임연구원(5급) 8,000만~1억1,000만원, 6급 연구원 7,000만~1억원, 7급 연구원 6,000만~9,000만원이다. 우주항공청에 편입돼 R&D를 전담하게 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항우연 직원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일반정규직 기준 약 9,500만원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경우 일반 정규직 기준 약 8,700만원이다. 다만 이 보수액이 호봉에 따른 차이를 막론한 평균 금액이란 점을 고려하면 우주항공청이 제시한 보수기준은 기존 출연연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력 확보 미션’ 이제 시작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의 ‘인력 확보 미션’은 이제 시작이라고 분석한다. 첫 채용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이끌 간부급 인력과 우주 선도국에서 경험을 쌓은 해외인재 채용은 다음 달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에 따르면 간부급 공무원과 외국인(복수국적자 포함)에 대해 실시하는 임기제 공무원 후보자 수요조사는 4월15일까지 진행하며, 5월 이후 서류, 면접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이런 가운데 이미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간부급과 해외 인재가 우주항공청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존 국내외 주요 기관과 비교했을 때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채용에서 높은 경쟁률이 실제 ‘양질’의 인재 확보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채용 과정에서 인재들이 다른 기관에 합격해 옮겨가거나 임용된 후에도 금세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첫 채용의 경우 지원자들이 다른 민간기업에도 지원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최대 우주항공분야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입‧경력 채용이 진행 중이다. 모두 합격한 지원자의 경우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근무할 수 있는 민간기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KASA_YUN_VE_20240327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28일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관건은 인력 관리

우주항공청 성공의 조건은 단순히 정원을 채우는 것만이 아닌, 인력의 관리에 달려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용이 무사히 이뤄지더라도 우주항공청에서의 경력을 발판 삼아 다른 곳으로 이직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사천에 소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KAI의 최대 고민은 인력들이 ‘3년’을 채우고 수도권으로 떠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이 중도 이탈할 경우 빈자리를 급하게 채워야 하는 만큼 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가 실무 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정원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대학의 우주항공 관련학과 교수는 “우주항공청이 ‘200명’이란 채용 목표를 발표했을 때 이를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실무경험을 가진 고급인력을 데려올 수 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력 채용에서 5급 연구원의 경우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면 실무경험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다. 이어 “학위가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는 있지만 우주항공분야는 무엇보다 실무경험이 중요하다”며 “실무경험을 쌓기 어려운 국내 대학의 실정을 고려하면 단순히 학위만으로 역량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젊은 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해선 우주항공청이 명확한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이 열악한 정주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언급한 ‘우주항공분야 최고의 기관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보여주는 청사진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명확한 전략 분야를 설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흥 우주 선도국의 기관들처럼 특화된 연구 분야를 제시하고 이를 육성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례로 중국국가항천국(CNSA)의 경우 우주정거장 관련 R&D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민간기업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한 달 탐사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기관보다 후발주자인 한국 우주항공청이 앞서나가기 위해선 혁신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