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D램 생산기지’ 청주 신규 팹에 20조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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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수요에 선제 대응해 'D램 생산기지'로 전환
내년 11월 준공 후 양산 목표로 M15X 공장 공사 재개
120조원 투입하는 '용인 클러스터'도 차질 없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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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실상 건설이 중단됐던 청주 소재 신규 생산공장의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팹을 D램 메모리 공장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20조원(약 145억 달러)을 투자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의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할 계획이다.

M15X 건설에 5.3조원 투자, 장비투자도 순차적으로 진행

24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어 충북 청주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m2 부지에 건설 중인 신규 팹 M15X을 ‘D램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공장 건설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이달 말부터 M15X에 대한 공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장비 투자도 순차적으로 진행해 장기적으로는 M15X에 총 2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2022년 10월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신규 생산공장 공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팹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5년간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M11, M12, M15 등 청주에 3곳의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했던 M15 공장 바로 옆에 라인을 증설하기로 하고 ‘확장'(extension)’의 의미를 담아 신규 공장을 M15X로 이름 붙였다. 확장 팹에서 생산할 반도체의 종류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M15와 마찬가지로 낸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메모리 반도체 불황과 낸드 시장 수요 악화로 인해 M15X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감산을 추진했던 만큼 공장 신설에 속도를 낼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M15X의 공사 재개 시점에 대해 “팹의 증축은 시장의 수요를 감안해 규모와 시기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단이라기보다는 시기를 조절하는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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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신규 팹 M15X 건설 조감도/출처=SK하이닉스

연 60% 성장세, HBM 캐파 확보 위해 M15X 용도 변경

SK하이닉스가 청주 팹의 용도를 바꾸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차세대 D램에 대한 수요 증가가 있다. 최근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D램 시장이 중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심화하는 HBM 경쟁 속에서 선두 지위를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의하면 HBM은 연 평균 60%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되며 서버용 고용량 DDR5 모듈 제품을 중심으로 일반 D램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이익을 냈다. 25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으로 3조4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 1조8,550억원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1분기 기준으로는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3% 늘어난 12조4,296억원으로 역대 1분기 매출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조9,170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용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34% 증가했다”며 “낸드 역시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엔비디아와 ASML을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AI 반도체 붐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HBM은 일반 D램 제품과 동일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2배 이상의 캐파가 요구되는 만큼 SK하이닉스는 ‘D램 캐파 확대’가 선결과제였다. 여기에는 M15X가 실리콘관통전극(TSV)의 캐파를 확장 중인 M15와 인접해 있어 HBM 생산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TSV는 D램 칩에 추선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은 뒤 구멍 사이로 전극이 수직으로 관통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으로 HBM 생산의 핵심 기술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M15X는 전 세계에 AI 메모리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로 거듭나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가 회사를 넘어 국가경제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 큰 발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M15X 외에도 향후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투자의 필요성 등을 놓고 수요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15X에서는 오는 2027년 상반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 준공 전에 신규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용인 클러스터 첫 팹 착공, 2027년 5월 준공 목표

SK하이닉스는 M15X 투자와 함께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등 그간 계획한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용인 클러스터의 부지 조성 공정률은 약 26%로 목표보다 3%포인트 빠르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생산시설이 들어설 부지에 대한 보상 절차와 문화재 조사가 모두 완료됐고 전력, 용수, 도로 등 인프라 조성 역시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3월 용인의 첫 팹을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물론 부품, 소재, 장비업체까지 입주해 고용 창출 효과가 1만 명 이상에 달하는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다. 2019년 당시 경기 용인·경기 이천·경북 구미·충북 청주 등이 해당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 최종 경기 용인시가 낙점됐다.

용인 클러스터 등 SK하이닉스가 진행하는 국내 투자는 SK그룹 차원의 전체 국내 투자에서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소재 M14를 포함해 3개 공장 추가 건설을 골자로 하는 ‘미래비전’을 발표하고 2014년부터 총 46조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장해 왔다. 그 결과 2018년 청주 M15, 2021년 이천 M16을 차례로 준공하며 미래비전을 조기 완성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15X와 용인 클러스터 투자는 대한민국을 AI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움시키고 국가경제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AI 메모리 글로벌 리더로 경쟁력의 근간인 국내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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