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눈물의 자구책’, 창저우 공장 매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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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 충칭 공장 이어 창저우 공장도 매각 
엔진공장 설비·도구, 자산 거래 매물로 잇따라 등록
반면 토요타, 판촉 및 중국 기업 협업으로 中 시장 반등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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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베이징현대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창저우 공장 내 생산설비를 연달아 매물로 내놓으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지난 19일 창저우 엔진 공장에서 사용된 생산설비·도구 등을 베이징자산거래소에 매물로 등록했다.

현대차, 창저우 공장 매각에 속도

이번에 매물로 등록된 거래 자산 목록은 총 2건으로, 최저 입찰 가격 합산액은 4,546만위안(약 84억원)이다. 엔진 번호 각인 장비부터 품질 검사용 현미경과 선반까지 566개 설비·도구를 3,682만 위안으로, 자동차 실린더 헤드 블록 가공이 가능한 공장자동화용 기계 등 10개 설비를 864만 위안으로 각각 최저 입찰 가격을 책정했다.

베이징현대가 창저우 공장 내 설비와 도구를 처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베이징현대는 올해 1월 창저우 공장 S1 라인에서 사용하던 언코일링 라인(강판을 풀어주는 장비) 등 중장비 3기(5,690만 위안)를 매물로 등록했고, 지난 2월에는 S2 라인에 설치된 5,400t 프레스 라인 등 중장비 3기(6,347만 위안)를 거래소에 내놨다.

2016년 10월 완공된 창저우 공장은 현대차가 중국에서 베이징(1~3공장)이 아닌 지역에 처음 세운 네 번째 생산거점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다. 이곳에서 현대차는 중국 전략 모델인 소형차 위에나(베르나) 등을 생산한 바 있다. 수요 부진으로 가동률이 해마다 떨어지면서 창저우 공장은 지난해 6월 가동이 중단됐다.

창저우 공장 토지사용권 등은 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 베이징현대는 공장 건물과 내부에 설치된 생산 장비 등을 한 묶음으로 팔지 않고 설비를 먼저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창저우 공장의 ‘몸집’을 줄인 뒤 매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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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베이징현대

충칭 공장도 4분의 1 가격으로 이미 매각

현대차는 중국 충칭 공장도 효율화를 이유로 지난 1월 ‘위푸공업단지건설유한공사’에 매각한 바 있다. 매각가는 16억2,000만 위안(약 2,960억원)이다. 연간 30만 대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충칭 공장은 현대차가 2017년 62억 위안(약 1조1,48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곳으로, 단 7년 만에 원래 투자액의 약 4분의 1 가격으로 매각된 것이다.

위푸공업단지건설공사는 충칭시 소유의 ‘충칭량장신구개발투자그룹’이 대주주인 기업이다. 충칭 공장은 그룹 내 자회사가 전기차 생산 시설로 개조해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은 지난해 6월 매물로 나온 지 6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현대차는 충칭 공장을 내놓은지 한 달여 만에 최저 입찰 가격을 30% 인하했지만 그래도 마땅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보름 만에 다시 입찰가를 12.8% 내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중국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 효율화를 추진 중”이라며 “충칭 공장 매각은 생산 운영 합리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판매량이 114만대에 달하던 현대차는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중국 시장에서 어려워졌다. 현대차는 중국 사업 재조정에 나서며 중국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공장, 충칭 공장 가운데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2021년 매각한 데 이어 충칭 공장, 이번에 창저우 공장까지 매각함으로써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한 이후 총 5곳이던 생산 거점은 2곳으로 줄었다.

토요타중국 시장 내 부진 탈출, 실적 반등 성공

반면 토요타는 지난해 9월 판촉 활동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서 4개월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현대차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토요타의 지난해 9월 판매량은 2022년 동기보다 2% 증가한 17만6,000대를 기록하며 지난 6월 이후 처음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운 판매 활동을 강화한 점과 현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와 공동 개발한 준중형 전기 세단 ‘bZ3’의 누적 주문량이 2만 대를 돌파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일본 완성차 브랜드 혼다도 비슷한 시기에 10만9,666대를 판매하며 2022년 동기 대비 9% 성장세를 나타냈다.

토요타는 한때 중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지만 최근 토종 브랜드의 급격한 성장세에 밀려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8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따른 대일 감정 악화로 6.6% 역성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토요타 실적이 반짝 성적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지 판매 전략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비시자동차가 최근 중국공장 철수를 결정한 것을 인용하며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업계가 중국 시장 운영 전략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토요타와 혼다의 9월 중국 신차 판매 실적은 증가했으나 누적 판매량은 감소세를 띠고 있다. 토요타의 1~9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했고 혼다는 21% 줄었다. 중국 사업을 접은 닛산의 누적 판매량은 26% 감소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선방과 달리 현대차는 중국 공장 매각과 현지 자동차 브랜드를 수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베이징1공장과 충칭 공장에 이어 창저우공장 또한 올해 안으로 정리될 예정이며, 결국 중국 내 운영됐던 5개 공장 중 베이징2공장과 베이징3공장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부품 제조업체 및 협력사들의 철수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HL만도가 작년에 충칭 공장을 청산했으며 같은 해 현대제철도 충칭에 있는 법인의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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