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 업계 주시하는 사우디, 안랩-SITE JV 설립 계약 체결 “정치적 부담 적은 한국 강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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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사우디 국영기업 SITE, 사이버 보안 합작법인(JV) 설립한다
사우디 내 보안 시장 규모 연평균 17% 성장 전망, 국내 기업도 '줄줄이' 진출
정부도 힘 싣기, "‘민관 협력형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 운영, 중동 진출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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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균 안랩 대표(왼쪽)와 사드 알라부디(Dr. Saad Alaboodi) SITE CEO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안랩

안랩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SITE(Saudi Information Technology Company)와 사이버 보안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 국내 정보보호기업이 중동 등 신흥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JV 설립은 안랩의 중동 시장 진출 신호탄 될 전망이다.

안랩, 사우디 SITE와 JV 설립 계약 체결

1일 안랩은 SITE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현지 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ITE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이 전액 출자한 사이버 보안 및 클라우드 공급 국영기업이다. 양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공동출자(안랩:25%, SITE:75% 비율) 형태로 사우디 현지 JV를 올해 상반기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JV는 사우디 내 공공기관·기업에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보안 위협 분석 플랫폼 ‘안랩 XDR’ △네트워크 보안 제품군 등 안랩의 솔루션·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후엔 생성형 AI 보안, 사물인터넷(loT)·운영기술(OT) 보안 등까지 솔루션·서비스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아울러 SITE가 보유한 사우디 공공시장 고객을 포함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까지 사이버 보안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양사는 또 이번 JV 설립을 계기로 공동 사업 협력도 강화한다. SITE의 100% 자회사인 SITE 벤처스(SITE Ventures)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안랩 지분 10%를 인수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신주 수는 111만2,651주, 신주 발행가액은 6만6,890원으로 투자 금액은 약 744억원이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6월 27일이다.

이번 협력에 대해 사드 알라부디(Dr. Saad Alaboodi) SITE 최고경영자(CEO)는 “새 JV는 SITE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주요 투자 중 하나”라며 “우리는 시장 요구에 맞춘 최고 수준의 사이버보안 기술을 사우디와 주변 지역에 도입하고, 공공·민간 영역 고객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양사가 보유한 경쟁력에 기반한 장기적 협력으로 중동지역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의미”라며 “이번 사업으로 안랩의 사이버 보안, 클라우드, AI 기술력을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매출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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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성 시큐레터 대표와 마제드 알카바니 SLNEE IT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시큐레터

국내 기업에 관심 두는 사우디, 영향력도↑

중동은 이전부터 국내 사이버 보안기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4월께 악성코드 탐지·차단을 전문으로 하는 시큐레터가 사우디 투자부(MISA)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사우디는 2020년에만 사이버 보안에 4억2,500만 달러(약 5,5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보안에 적극 투자하는 나라다. 더군다나 사우디의 국제정보보호지수(GCI)는 미국에 이어 영국과 공동 2위에 빛나는 수준이다. 사우디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보안 기업들의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사우디가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에 긴밀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주식 시장도 사우디의 향방에 큰 변동 폭을 보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께 시큐레터 주가가 시간외 매매에서 폭등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시큐레터는 사우디 IT 컨설팅·설루션 전문기업 ‘SLNEE IT’와 보안 강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시큐레터는 SLNEE가 개발한 ‘디옴'(Deom) 플랫폼 내 사우디 공공기관·민간기업의 이메일·그룹웨어에 시큐레터의 ‘제로 트러스트’ 기반 보안 솔루션을 적용해 이메일·파일 보안을 강화하게 됐다. 이에 주가는 급격히 뛰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큐레터 주식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98% 올라 1만6,5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우디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다.

폭발적인 현지 성장세에, 국내 기업들도 ‘본격 진출’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중동 지역 사이버 보안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약 200억 달러(26조9,400억원)에서 연평균 약 17% 성장해 2027년 447억 달러(60조2,109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사우디 내 성장성이 매우 높아지다 보니 해외 진출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업계도 사우디 진출을 본격적으로 꾀하는 모양새다.

실제 최근 보안 기업들은 잇달아 중동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니언스는 올해에만 중동 지역에서 자사 보안 솔루션 ‘NAC(네트워크 접근제어 솔루션)’의 누적 고객으로 40곳을 확보했다. 전체 글로벌 고객사 중 38%가 중동 지역이 된 것이다. 양자 보안 전문 기업 노르마는 지난달 19일 사우디 킹파드석유광물대학(KFUPM)과 양자 컴퓨팅 및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교류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간 국내 보안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계속 실패해 왔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의 ‘2022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서는 시장 매출이 2019년 3조6,187억원부터 2021년 4조5,497억원에 이르기까지 상승세를 보였으나, 2021년 수출액은 1,500억원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안랩조차 미국에서 좌절을 겪었다. 다만 이번엔 다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지 정부 주도 사업이 고무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수요 증가 등 부수 효과가 나타나면 업계의 성장 동력도 덩달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 제품과 비교해 정치적·정서적 부담이 덜한 한국 제품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정부도 힘 싣기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 협력형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를 운영해 정보보호 산업의 중동 지역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동 등 주요 신흥국의 유망진출 분야를 분석·선정하고 수출입은행 차관, 다자간 개발은행(MDB) 기금,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등 관련 재원을 활용한 정보보호산업 관련 과제를 적극 기획하겠단 것이다. 이에 대해 조영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은 “보안 제품들을 연동해서 보안 시스템을 구성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이 단일 제품을 수출하는 데 제한이 많다”면서 “미국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하나의 기업에서 다양한 보안 제품을 아우를 수 있지만, 한국의 정보보호산업은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호 연동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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