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LC 낸드서도 ‘삼성-SK하이닉스’ 경쟁 구도, AI 시대 아래 시장 주도권 선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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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등장에 급부상한 QLC 낸드플래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덩달아 호재
7분기 만에 흑자전환한 솔리다임, SK하이닉스 '아픈 손가락'에서 '효자'로
QLC로 원가 절감 노리는 업계, "TLC 대비 30%의 원가 절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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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낸드플래시가 전력 효율성이 경쟁력의 척도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최근 북미 서버 고객사들은 빠른 읽기 속도와 적은 전력 소비가 장점인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주문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QLC(쿼드러플레벨셀) 구조를 채택한 SSD 제품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을 집적할 수 있어 올해 낸드 시장 수요 증가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AI 시대에 주력 제품으로 떠오른 ‘QLC 낸드’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미 대형 IT·서버 기업들은 스토리지 제품 주문을 다시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용 서버 흐름이 학습용 AI에서 추론용 AI로 넘어가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중요시 여기게 된 영향이다. 트랜드포스는 올해 QLC 기업용 SSD 출하량이 30엑사바이트(Exabyte)로 전년 대비 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QLC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제품도 거듭 출시되는 모양새다. 마이크론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32단 QLC 낸드플래시 기반 SSD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에 대해 마이크론은 “현재 상용화된 주요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밀도가 28% 높고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하면 입출력(I/O) 속도가 50%, 읽기 속도는 24% 프로그래밍 성능은 31%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232단 QLC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의 안정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같은 가격대의 TLC 제품보다 뛰어난 속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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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업은 삼성·SK하이닉스, “시장점유율도 견고히 할 듯”

업계에선 기업용 QLC 수요 증가에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는다. 현재 기업용 SSD에서 QLC 제품 인증을 받은 업체는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솔리다임과 삼성전자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용 SSD 시장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두체제가 더욱 공고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업용 SSD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로 1위,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가 32%로 2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은 마이크론과 키옥시아는 각각 10%, 8%를 기록하며 1, 2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여기에 QLC SSD 선호 흐름까지 합세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QLC 낸드 분야 1위 마이크론을 따라잡으려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노력이 빛을 발했단 평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QLC 낸드플래시 비중을 확대하는 등 시장 주도권 경쟁에 거듭 참여해 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컨트롤러 기술력을 통해 QLC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컨트롤러는 낸드가 들어간 SSD 등 각종 저장용 장치에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24일엔 올 하반기 QLC 9세대 V낸드를 양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QLC 낸드를 메인스트림(주류)으로 옮겨 기술력 향상을 이뤄왔음을 가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도 큰 호황을 맞았다.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던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이 7분기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덕이다. 솔리다임은 그간 QLC SSD 제품 개발에 힘쓰면서도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왔다. 이전까지는 SSD 업황이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밀리며 솔리다임의 강점이 퇴색됐지만, AI 시대 도래에 따라 SSD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시너지 효과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기존 6강 체제였던 낸드 시장을 5강 체제로 전환한 것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경쟁 구도 약화 및 자사 역량 강화를 한 번에 이룸으로써 업황 회복 시점에 실적 반등 폭이 더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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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4TB(테라바이트) QLC SSD/사진=삼성전자

원가 절감에 용이한 QLC, 수명 등 단점도 불식 수순

이처럼 QLC 제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건 원가 절감을 통해 그만큼 수익성을 늘릴 수 있어서다. 낸드는 한 개 셀에 몇 개 정보(비트)를 담는지에 따라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 트리플레벨셀(TLC), 쿼드레벨셀(QLC)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이전까지 낸드 제조사들의 주력 상품은 1개의 셀에 3비트까지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트리플레벨셀(TLC) 제품이었으나, QLC 방식의 효율성에 이목이 쏠리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낸드플래시의 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용량을 집적할 수 있는데, 이렇게 원가를 절감하면 대용량 SSD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QLC는 하나의 셀에 4비트의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SLC보다 4배의 용량을 더 담을 수 있다”며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QLC는 TLC 대비 30%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TLC보다 적은 정보를 저장하는 MLC, SLC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커진단 의미다.

특히 QLC 기업용 SSD는 HDD와 비교해 뛰어난 읽기 속도를 제공하고 최대 64TB(테라바이트)까지 확장된 용량을 제공하면서 추론용 AI 서버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범용 서버에 사용되는 HDD는 일반적으로 20~24TB의 용량을 제공하는 반면, 64TB QLC 기업용 SSD는 전력 소비가 적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지 용량을 위한 공간도 적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단 것이다. 낸드 시장의 구심점이 QLC로 옮겨지는 양상을 보이는 주원인도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이전엔 소비자들 사이에서 ‘QLC SSD는 수명이 짧고 속도가 느리다’는 막연한 불안이 확산해 있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불식되는 분위기다. 실제 초창기 QLC는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다소 품질이 낮았다. 그러나 이후 낸드플래시를 위로도 쌓아 올리는 3D V-낸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층으로 쌓은 낸드 플래시에 비해 수명‧속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 안정성과 속도를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도 QLC SSD의 수명·속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주류 평가다. SSD는 용량이 높을수록 수명이 길어 2TB, 4TB 수준의 제품을 주로 선택하는 개인 사용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데다, 속도 문제도 저장된 데이터를 SSD로부터 읽어오는 작업이 주를 이루는 개인 사용자 작업에선 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AI 시대의 도래가 맞물리면서 QLC SSD를 통한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 제고 가능성도 가시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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