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한미약품 백기사 연달아 실패? 균형 잃은 라데팡스, 존속·대표 유지 전반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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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역사 이어가는 라데팡스, "앞으로 존속 가능할지도 불확실"
오너가 백기사 자처했던 라데팡스, 한미약품서도 아워홈서도 '미진한 활약상'
거듭된 실패에 '책임' 불가피, "대표 사임 등 가능성도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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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백기사(우군)를 자처했던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가 결국 다시 한번 실패의 역사를 남겼다. 라데팡스는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PEF 운용사와 함께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무산됐다. 지난 2022년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지분 매각 건을 실패한 데 이어 한미약품그룹에서도 실패의 격통을 겪게 되면서 라데팡스의 존속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라데팡스, 한미약품그룹 ‘백기사’ 자처했지만

지난달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낸 주주제안이 모두 통과됐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송영숙 회장 △신유철 사외이사(송영숙 측) △김용덕 사외이사(송영숙 측) △곽태선 사내이사(송영숙 측) △사내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임종윤 측) △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임종윤 측) △사외이사 사봉관(임종윤 측) 등으로 구성됐다. 4대5로 형제 측이 아시회를 장악하게 된 셈이다. 정기 주총이 임종윤 사장 측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작업은 자연스레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OCI홀딩스는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고 전했다.

한미약품·OCI그룹 통합 작업은 라데팡스가 주도한 사업이었다. 당초 라데팡스는 상속세로 골머리를 앓던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로부터 한미사미언스 지분 11.8%가량을 약 3,200억원에 인수하고자 했지만, 출자를 결정했던 새마을금고가 유동성 위기로 투자를 철회하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졌다. 계획이 무산되자 라데팡스는 IMM인베스트먼트, KDB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지분을 공동 인수하려고 시도했으나 이 또한 투자 규모, 조건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에 라데팡스는 한미약품 오너가 상속세 문제 백기사로 OCI홀딩스를 끌어들였다. 라데팡스는 올해 초 입장문을 통해 “선진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을 주도했다”며 “이번 통합이 참조할 만한 모범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총 ‘캐스팅보트’로 지목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모녀 측이 주총 표 대결에서 지면서 그룹 통합 작업도 결렬됐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 상속세를 위해 자문한 방안 전반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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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오른쪽)의 모습/사진=아워홈

아워홈서도 ‘실패’, 라데팡스의 위기

라데팡스가 오너 일가의 백기사로 나섰다가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라데팡스 설립 이후 첫 일거리였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지분 매각 건도 실패한 바 있다. 2016년부터 불거진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 사이에서 벌어진 ‘남매의 난’은 지난 2022년 창업주인 고 구자학 회장이 장녀 구미현씨와 손잡고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이에 앞선 지난 2021년 구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 등 혐의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고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상황이었다. 당시 지분은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씨가 19.28%, 차녀 구명진씨가 19.60%, 삼녀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치면 57.84%로 절반이 넘었는데, 당시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자문사가 바로 라데팡스였다. 라데팡스는 구미현씨에게 동반 매각을 제안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지분 매각에 동참하는 듯했던 구미현씨가 2022년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돌연 구 전 부회장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면서 동반 지분 매각이 무산됐다.

구 전 부회장과 라데팡스의 동상이몽이 외부로 노출되기도 했다. 그즈음 라데팡스는 “구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구 전 부회장은 임시 주총에서 구지은 부회장이 선임한 이사 21명을 해임하고 48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는 등 라데팡스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구미현씨가 돌아서면서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건도 흐지부지됐고, 결국 라데팡스와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계약은 종료 수순을 밟았다.

거듭된 실패에, “존속 가능성도 불확실해”

통상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오너 일가 입장에선 불편한 상황이지만, PEF 운용사들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거나 발생시켜 차익을 남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패를 겪는 순간, PEF 운용사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대표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대표는 축출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 펀드 조성에 실패하는 등 이익을 창출해 내지 못하는 대표는 대부분 사임 수순을 밟게 된다. 화이인베스트먼트가 사례가 단적인 예다. 지난 2019년 지승범 화이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돌연 사임을 결정하며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화이인베스트먼트는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펀드 결성을 위해 여러 국내 대형 출자사업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번번이 실패한 바 있으며, 2019년엔 KDB산업은행의 성장지원펀드 출자사업에서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모태펀드 3차 정시 출자사업 스마트공장 분야에도 도전장을 던졌으나 역시나 고배를 마셨다. 결국 거듭된 펀드 조성 실패가 대표 사임까지 이어진 셈이다.

보고펀드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보고펀드는 지난 2007년 KTB PEF와 짝을 이뤄 LG실트론의 지분 49%(51%는 LG그룹 소유)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인수 지분 중 60%는 보고펀드의 ‘보고1호’가, 나머지 40%는 KTB PEF의 몫이었다. LG실트론의 전체 지분 가운데 29.4%를 보고펀드가 인수한 것이다. 당시 인수금융의 대출 만기는 3년이었고, 금리는 연 6~8%였다. 보고펀드는 인수에 나서기 전 LG실트론이 매년 꾸준히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주목하며 3년 안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돈을 빌렸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LG실트론 상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리한 차입으로 인해 자금 압박이 커져만 갔고, 대출 만기가 거듭 미뤄졌음에도 보고펀드는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기간 동안 보고펀드가 짊어진 부채는 1,800억원에서 이자 상환을 위한 추가대출금인 한도대출(RCF), 연체이자 등을 합쳐 2,650억원 규모로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함께 투자한 KTB PEF도 큰 손실을 봤다. 완전한 투자 실패였다. 이에 보고펀드 설립자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투자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영과 운용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후 보고펀드는 보고1호 펀드를 운용하는 보고인베스트먼트와 기타 펀드를 운용하는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 등 두 개의 법인으로 양분됐다.

오너 일가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거듭된 실패를 겪은 라데팡스도 같은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라데팡스 자체의 존속부터 걱정해야 할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워홈과 한미약품그룹 등으로부터 얻은 ‘분쟁의 상처’가 라데팡스를 깊게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승범 화이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투자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결정한 전례가 있는 만큼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의 거취도 불안정해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지켜볼 단계이긴 하나, 실패만을 이어 온 라데팡스 입장에선 어떻게든 출구전략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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