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고개드는 인플레 공포, JP모건 회장 “금리 수년 내 8% 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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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가의 황제, 미 경기 낙관론 경계 "금리 급등 가능성 경고"
예상보다 인플레 높게 유지될 수도, 금리인하 대신 8%로 인상도 가능
들썩이는 국제 유가에 불안한 물가 곡선, 인플레 재점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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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미국 금리가 향후 8% 이상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적자와 불안정한 중동 정세 등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한 달 넘게 꾸준히 상승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10월 수준에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8% 이상으로 오를 수도, 소프트랜딩 불확실 주장

다이먼 회장은 8일(현지시간) 공개한 주주들에게 보낸 61쪽 분량의 연례 서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일어나는 일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어떤 일도 압도할 수 있을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이를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그 이후 벌어지는 중동에서의 긴장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에 대한 혐오스러운 공격, 중동에서 계속되는 폭력이 미래 안전과 안보 전망을 불확실하게 해 역사에서 결정적 순간을 맞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 위기와 재정적자 등으로 미국 금리가 향후 8% 이상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다이먼 회장은 “물가지표를 포함해 많은 주요 경제지표가 현재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향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물가 상승에 압력을 가하는 요인들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주가는 평가가치 범주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와 미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 또한 극도로 작아진 상황”이라며 “시장은 경제 연착륙 가능성을 70~80%로 반영하는데, 나는 그 확률이 훨씬 낮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미국 금리가 2%까지 떨어지거나 8% 또는 그 이상으로 치솟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스라엘 확전 임박” 이스라엘·미국, 공격 대비해 경계 태세

이번 서한에서 다이먼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최근 나타내고 있는 회복 탄력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이란과 확전 가능성을 보이는 이스라엘의 중동 전쟁은 미국이 스스로 치유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불안한 스트레스 변수로 꼽았다. 국제 정세로 인해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배가됨에 따라 경제 확장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간 대리세력을 통해 간접 참여했던 중동의 맹주 이란이 자국 영사관 폭격사태 이후 직접 보복을 예고하면서다. 이란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했지만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영사관을 폭격해 혁명수비대 간부 등 13명이 숨지자 보복 차원에서 공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시점으로는 이슬람의 금식 명절인 라마단 기간 중 ‘권능의 밤’이 유력시 되고 있다. 권능의 밤은 라마단의 마지막 열흘 가운데 홀숫날 중 하루로, 이달 10일 전후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고 초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이스라엘 또한 전군에 비상 경계령을 내렸고 외국에 있는 이스라엘 공관 중 일부는 일시 폐쇄한 상태다. 이란의 공격이 현실화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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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확전 위기에 치솟는 국제 유가

이처럼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석유 공급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8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최고치다. 올 초 70달러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23.5%나 급등한 것이다. 석유수출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인 이란이 참전할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일제히 유가 전망에 경고등을 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여름 지정학적 긴장과 OPEC 감산 등을 근거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체이스는 오는 8~9월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씨티그룹도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같은 국제 유가 급등세로 인해 고유가가 장기화하게 될 경우 물가도 함께 올라 인플레이션이 고조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평균 가격(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2.1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면 제조업 원가를 비롯해 냉난방비, 운송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아울러 물가가 불안정해지면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워져 결국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란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 다이먼 회장의 이번 8% 금리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치명타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만큼 중동 불안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석유는 물가통계에 반영되는 458개 품목 중 전세, 월세, 휴대폰요금에 이어 네 번째로 가중치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최근 3%대로 반등한 물가 상승률도 과일(사과·배 등)과 함께 석유류가 이끌었다.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1.5% 내렸던 석유류 물가가 3월 들어 1.2% 상승으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석유류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14개월 만이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 역시 0.05%p로 플러스 전환했다. 그간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던 변수가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를 밀어 올리는 변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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