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도, 인재도 없다” 10조원 쏟아부은 한국 AI 시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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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10년간 10조원 투자한 우리나라, 성과 미미했다
미국이 109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할 동안 한국은 '0개'
빈약한 처우에 AI 인재 이탈 증가, 글로벌 시장 고립 위기
2023년-국가별-파운데이션-모델-개발-현황

지난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한국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온 대규모 투자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유능한 AI 인재 풀을 바탕으로 혁신에 도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오히려 관련 인재가 줄줄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한국, 지난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제로’

16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데이션 모델(생성 AI의 바탕 기술)을 가장 많이 개발한 국가는 미국(109개)이었다. 2위는 20개를 개발한 중국이었으며, 영국이 8개, 아랍에미리트가 4개로 뒤를 이었다. 대만, 스위스, 스웨덴 등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작은 국가 역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례는 단 한 건도 집계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 국내 AI 산업이 아직 생성형 AI와 LLM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AI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갖추지 못했단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2013~2023년) 동안 국내 기업의 AI 관련 투자액은 72억5,000만 달러(약 10조1,202억원)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물론 국내 기업의 AI 관련 성과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실제 카카오뱅크 등 일부 국내 기업은 허깅페이스의 ‘LLM 리더보드(개방형 AI의 성능을 순위로 매기는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닌 메타의 라마2, 미스트랄AI의 미스트랄7B 등 글로벌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1위 사례는) 오롯이 자체 AI 기술력으로 창출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 한국 AI 시장은 자립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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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마법이 아니다, AI 인덱스의 경계

한편 AI 인덱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고 나섰다. AI 인덱스 운영위원회 위원인 카트리나 리게트(Katrina Ligett)는 지난해 “우리는 지금 AI에 대한 엄청난 흥분, 심지어 과대광고가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보고서를 통해) 더 많은 논쟁이 사실에 근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AI 인덱스는 올해도 AI의 ‘한계’를 조명했다. 보고서는 최근 AI가 이미지 분류, 시각적 추론, 영어 이해 등의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픈AI의 GPT-4와 같은 LLM은 다양한 언어 이해 작업에서 인간의 성능을 능가하며 △고객 서비스 △법률 자문 △문서 작성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용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가 경쟁 수준의 수학, 시각적 상식 추론 등 한층 복잡한 분야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AI가 특히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만, 동시에 일부 직업의 소멸을 초래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인덱스는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철저한 AI 교육을 실시하고, 노동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술과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빠져나가는 AI 인재들

문제는 소위 ‘AI 선진국’들이 이 같은 한계를 돌파하며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최하위권에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AI 인덱스는 한국의 ‘인재 부족’을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인재 유출은 10만 명당 -0.3명으로 집계됐다. 세계적 AI 강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인재가 순유입되는 상황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AI 산업이 급성장했던 지난해 인재 유출이 가장 심화했다는 점 역시 치명적이다. 지난해 AI 시장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룩했다. AI의 가능성을 확인한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AI 투자와 연구를 단행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차후 한국이 관련 인재를 육성해 AI 강국에 바치는, 글로벌 AI 시장 내 ‘인재 양성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흘러나온다.

AI 인재 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빈약한 처우가 거론된다. 고급 AI 인재에게 적합한 처우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테크 기업, 게임사, 통신사 등 일부 기업뿐이다. 사실상 적극적으로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라는 의미다. 최근까지 국내 시장에서 ‘개발자’와 ‘AI 전문가’의 개념이 혼용됐고, 이로 인해 관련 인재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 역시 인력 유출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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