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몸값’ SK렌터카,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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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8,500억원에 'SK렌터카' 매각
SK렌터카 새주인은 홍콩계 PEF 어피너티
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은 'Al'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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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렌터카

SK네트웍스가 100% 자회사인 SK렌터카 경영권을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에 넘기기로 했다. SK네트웍스는 알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였던 SK렌터카 매각이 마무리할 경우 외형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SK네트웍스, 8,500억원에 ‘알짜’ SK렌터카 매각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너티를 선정하고 이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매 예정금액은 8,500억원 내외며 향후 구체적인 조건 협의 과정에서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가 보유 중인 부채 2조원을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는 3조원에 달한다.

어피너티는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투자∙지원을 시행해 가치를 높이는 기업으로, SK렌터카의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사모펀드 가운데 투자회사 구성원과 함께 성장 가능한 전략 수립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예비 입찰 단계에서 SK렌터카의 시장가치 평가 및 구성원 고용 승계 계획 등 진정성 어린 제안으로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렌터카는 롯데렌탈에 이어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2위 사업자다. SK네트웍스는 2019년 1월 SK렌터카의 전신인 AJ렌터카를 3,000억원(지분율 42.2%)에 인수했다. 이후 2020년 자사 렌터카 사업본부와 통합 과정을 거쳐 SK렌터카를 탄생시킨 뒤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73%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공개매수를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1,196억원을 더 투입했다. SK렌터카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데 총 5,196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앞서 진행된 SK렌터카 매각 예비입찰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글랜우드PE 등 사모펀드들이 참여했다. SK렌터카가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지위를 확보한 데다 뛰어난 현금창출 능력을 갖춘 만큼 매물 매력도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SK렌터카의 지난해 말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48.4%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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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삼일빌딩 전경/사진=SK네트웍스

AI로의 사업 모델 전환에 속도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매각을 발 빠르게 결정한 것은 AI로의 사업 모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를 이끄는 최성환 사업총괄 사장은 지난 2월 SK네트웍스의 정체성을 ‘AI 전문기업’으로 내걸고 계열사인 SK매직, 데이터 관리업체 엔코아, 워커힐호텔 등에 AI를 접목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SK렌터카는 핵심 계열사임에도 협업에 관한 사업계획에서 빠져 있다 보니 투자업계에선 매각 가능성이 확산했다.

업계는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가지고 국내외 AI 관련 기업들을 인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고객사 특화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에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데이터 관리·솔루션 기업 엔코아를 자회사로 끌어들이는 등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번 매각으로 SK네트웍스의 연결 기준 차입금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도 거둘 전망이다.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491.4%에서 지난해 573.6%로 상승했다. 한 해에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만 911억원에 달한다.

렌터카 매각으로 SK네트웍스 사세 위축 불가피

다만 일각에선 SK렌터카가 편입 자회사에서 제외되면서 SK네트웍스의 사세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SK네트웍스가 운용 중인 사업 부문은 렌터카를 포함해 △무역 △휴대폰 유통 △수입차 경정비 △가전 렌탈 △호텔 등이다.

이 중 렌터카 사업의 지난해 총 매출은 1조6,804억원으로 SK네트웍스 총 매출(9조821억원, 기타 제외)의 18.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20억원으로 SK네트웍스(2,377억원)의 약 51%로 나타났으며, SK네트웍스의 종속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234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렌터카가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를 잘 이끌 것”이라며 “SK네트웍스 또한 더욱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AI 중심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신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어피너티는 잠잠하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형 빅딜로 3년여 만에 복귀를 알리게 됐다. 과거 OB맥주 신화를 쓴 적도 있지만, 지난 2021년 요기요 인수 뒤에는 잠잠했고, 최근에는 ‘와퍼 단종’ 마케팅으로 논란을 빚은 버거킹을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다. 이번 SK렌터카 인수는 박영택 회장 등 원년 멤버들이 지난해 모두 회사를 떠난 후 리더십을 쥐게 된 민병철 대표의 첫 투자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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